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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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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교육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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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제도권 교육에서 스스로 나와 적지 않은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선택했다고 해서 좋은 물건을 돈 주고 사듯이 내가 원하는 부분만 맘대로 취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안학교들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공교육을 분명히 거부하는 만큼 삶의 많은 부분에서 대안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구성원들에게 요구한다.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자세로서 대안교육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안학교 입학 과정이 까다롭고 때론 어려운 면접이란 과정을 거치는 것은 이런 가치들을 공유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런 과정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가끔은 학교의 방침과 개인의 욕구 사이에서 힘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일반학교에서 힘들어했던 아이가 자유로운 학교에서 유기농으로 제공되는 질 좋은 급식과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은 좋은데 학교의 문화가 사생활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와의 관계는 적당히 하면서 눈에 안 뜨이는 사적인 영역에서 편하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없는 건 아니다.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다. 불편한 건 싫고 누리고 있던 편리함을 포기하기도 싫다고 여기면서 대안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처음에 그런 생각이 없었고, 적당히 살아왔다 하더라도 적어도 대안학교를 선택할 때는 삶의 방식에 대해 새삼스런 물음을 갖고 새롭게 배워보겠다는 마음가짐은 있어야 한다. 편하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가치가 있고 이전까지 관심 없었지만 대안교육을 선택한 것을 계기로 해서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들이 생겨야 한다. 다국적 기업이 잠식하고 있는 먹거리를 비롯한 소비문화에 대해서, 기업과 자본이 움직이는 미디어들의 본질에 대해서, 산업이 되어버린 병원에 의지할수록 불안해지는 건강에 대하여 대안교육은 질문을 안겨준다. 함께 해답을 찾자고 이끈다.

부담스럽긴 하다. 쉬운 길은 아니다. 더구나 일반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함께 뒷바라지하고 있다면 여러 가지로 힘들 수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대안적 삶이 반드시 대안학교 안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학교와 대안학교에 각각 아이를 보낸다 하더라도 두 세계가 완전히 다른 세계일 순 없다. 대안적인 삶이란 단순히 마트 대신 유기농협동조합 회원이 되고, 텃밭을 일구고, 텔레비전을 안 보는 것이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안교육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에 마음을 열고 기꺼이 그 내용들이 품고 있는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생각 없이 보고 듣고 읽고 소비하던 많은 영역들에 대한 새로운 눈이 생긴다. 더 깊고 넓어진 눈으로 일반학교를 다니는 아이와의 관계도 더 새로워질 수 있다. 새로운 시각이 꼭 모두를 더 불편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한 먹거리를 통해서도 가족끼리 새로운 배움을 나눌 수 있고, 가혹한 경쟁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더 느긋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공부들이 나이 들어 시작하기엔 부담이 되긴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힘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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