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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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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9009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열흘이 더 지났습니다. 계속되는 실망스러운 소식들 때문에 전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다운 걱정도 해봅니다. 오늘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대처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제 방식대로 풀어서 먼저 간략하게 말씀드리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첫째, 자녀와 이 사건에 대해서 대화하십시오. 
어린 아이들도 이 사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느끼고 생각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 아이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은 산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지레 부모가 아이가 불안해할까 봐, 혹은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을 걱정하여 숨기거나 대화를 회피한다면, 아이들은 이런 세상의 나쁜 일들에 대해서 회피하고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알기 쉽게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해 주되, 아이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와 방식으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면 좋습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이해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재차 묻고 또 묻는다면 이는 아이가 이 사건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으니, 나무라지 마시고 차분하게 이해한대로 설명해주십시요. 

셋째, 아이들의 사건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각자 다르므로 이를 제대로 알고 다루어 주십시오.
아이가 이 사건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가 알아보시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좋습니다. 걱정을 하는지 두려워하는지, 아이에게 들어보고 함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습니다. 감정은 솔직하게 표현해도 되는 것이며 그런 태도가 좋은 것임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나갈 수 있음을 아이에게도 전달하면 좋겠어요.

넷째, 부모 자신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자녀에게 보여주십시오. 
부모가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아이와 솔직하게 나누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는 지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만약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아이에게도 아픈 기억이 될 것입니다.

다섯째, 자녀의 사건과 관련된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부모가 지도감독 하십시오.
자녀가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여과없이 사고 장면을 자주 접하는 것은 자칫 예민한 아이들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미디어를 보는 경우, 부모도 함께 보며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적절히 수위를 조절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섯째, 자녀의 행동에 대해 걱정이 되거나 자녀가 사건에 대해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십시오. 
불안이나 우울, 두려움 등은 내면화 문제라고 해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전부터 예민하고 다소 우울감이 있던 아이들이 또래 다수의 죽음을 접하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정서적 문제나 수면 문제, 행동의 급격한 변화, 신체적 불편감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는 위센터(Wee Center)에 상담선생님이 보통 있으며 동네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에 문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은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에 쉽게 공감하므로 더 빨리 더 많이 아파하게 됩니다. 어른들의 경우라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서 자원봉사도 하고 성금도 보내는 등 인도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마땅한 방법을 알지 못하고 혼자 걱정하고 미안해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을 물어봐주고, 함께 추모식에 참석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건설적인 방법을 통해 아동의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습니다.

부산하고 산만한 아이, 다소 혼자 노는 기질의 아이들은 이런 사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소 엉뚱하게 이해하고는 '왠 호들갑이야?'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매정한 녀석이라는 비난을 살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라면 아이에게 이 사건의 내용에 대해 요령있게 설명하고, 적절한 감정 반응을 부모가 먼저 보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아이 부모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그러니까 네가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고 해서 너무 분을 내는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구나!"라고 말해줄 수 있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자칫 '어른들 말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 피해를 보는 역설적인 현상이 공공연한 교훈으로 회자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선장이나 교사 등의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던 부도덕한 모습은 정말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런 무책임한 일들을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 안전한 내일을 위해서 이번 사건이 '작은 밀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사후조치와 노력이 지금 행해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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