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유행성 눈질환 증가세
여름철 앞서 봄부터 조심해야
아데노바이러스가 주된 원인
눈곱 많이 끼고 빨갛게 눈 충혈
손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씻고
눈 비비거나 만지는 습관 금물
한여름부터 초가을인 8~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최근 증가 추세다. 지난달 20~26일 주 기준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는 표본 감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천명에 13.9명꼴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자료를 보면 대체로 4월 말부터 환자가 늘어나 한여름에는 외래환자 1천명에 70여명꼴로 증가한다. 봄철부터 각결막염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각결막염 환자들을 진료하는 안과 의사들과 보건당국은 예방의 첫걸음은 무엇보다도 손을 잘 씻는 것이며, 눈을 만지거나 비비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면 각결막염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여름철 질환? No!
유행성 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이 바이러스가 안구의 표면인 각막과 결막에 여러 증상을 일으킨다. 주요 증상은 눈곱이 많아지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것이다. 안구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눈에 뭔가가 들어 있는 느낌인 이물감이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기온이 높을 때 잘 생겨 그동안 여름철에 유행하는 대표적인 눈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수영장 등에서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말에도 외래환자 1천명당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30명에 이르렀다. 3월에는 줄었는데 다시 증가세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봄철 기온이 일찍부터 올라 봄철 환자 발생이 많아지리라는 예측이 있다.
드물게 각막에 합병증 남을 수 있어
유행성 각결막염은 대부분 1~2주일이 지나면 호전된다. 하지만 드물게 각막에 궤양이 생기거나 각막이 혼탁해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치료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어 증상을 줄이는 치료를 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이어 나타날 수 있는 세균 감염을 막으려고 약을 쓸 수도 있다. 각막 상피 아래층에 혼탁이 생기면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이 필요할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도 많은데,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자극성 각결막염이 대표적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꽃가루나 동물의 털,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등이 원인인데 이에 노출되지 않으면 증상이 없어지며 예방도 가능하다. 자극성 각결막염은 외부 물질이 각막이나 결막에 자극을 일으켜 생기는 것으로, 요즘에는 미세먼지나 황사에 든 각종 중금속 성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손 씻기만 잘해도 70% 넘게 예방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염병 예방의 첫걸음은 손 씻기다. 다른 사람이나 물건과 가장 접촉이 많은 손을 통해 바이러스와 세균이 잘 전파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보면 감염성 질환의 70%는 손을 통해 옮겨진다고 한다. 손만 잘 씻어도 유행성 각결막염은 물론 감기·식중독 등 감염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을 때에는 물로 대충 씻지 말고 비누 등을 써서 손바닥과 손등·손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손은 외출에서 돌아온 뒤, 식사 전이나 요리하기 전, 컴퓨터를 사용한 뒤에도 씻어야 한다. 쓰레기와 같은 오물을 만진 뒤나 렌즈를 끼기 전, 코를 풀거나 재채기를 했을 때, 아기 기저귀를 만진 뒤에도 씻는 것이 좋다.
눈을 비비거나 만지지 않는 습관도 필수다. 손에 아데노바이러스가 묻었다고 해도 눈에 닿지 않으면 감염이 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눈이나 코, 입을 자주 비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울러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에는 콘택트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것이 각결막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질병관리본부, 서정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안과 교수
(한겨레 신문 2014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