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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러업고 등교…서러운 '스터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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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맞벌이에 우선순위 밀려

국공립 어린이집 ‘하늘의 별 따기’

학교 어린이집은 교직원 1순위

애 맡길 곳 없어 학업중단 고민

소수라 육아정책 논의조차 안돼


서울대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서정원(33)씨는 지난 3월 한달 내내 석달 된 아이와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를 데리고 등교했다. 교내 모유수유실에서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서씨는 강의를 들었다. 그 중간에 짬을 내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다. “한달을 그러고 나니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이젠 강의가 있는 날이면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


유아무개(36)씨도 5살 아이를 두고 있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다. 하루 종일 교내 연구실에 있어야 한다. 남편은 회사원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맞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유치원 종일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유치원이 끝나는 오후 3시30분 이후엔 유씨의 부모가 아이를 돌본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스터디맘’의 처지는 ‘직장맘’보다 훨씬 더 고달프다. 이들이 전국 어린이집 4만3000여곳 가운데 5%에 불과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입소 1순위가 장애인·한부모·다자녀·맞벌이 가구 등으로 한정돼 있어서다.


스터디맘은 차선책인 학교 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 대상(상시 여성 노동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사업장)이 되는 대학 95곳 가운데 어린이집을 설치·위탁한 학교는 40곳(42.1%)뿐이다. 서울대는 어린이집 정원이 420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지만 대기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 다른 대학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도 교직원 자녀가 1순위이고 학생 자녀는 2순위다. 신청 대상을 법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으로 제한한 학교도 있다.


한국에 이런 스터디맘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 고민이 없다는 뜻이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취업 여성조차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소수인 학생 엄마를 고려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런 사정 탓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스터디맘은 학업 중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헌진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연구원이 발표한 ‘대학원 여성의 학습 참여 동기와 저해 요인’이라는 논문을 보면, 자녀가 어릴수록 여성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그만둔 비율이 높다. 자녀가 미취학이면 33.3%였고 초등학생일 땐 27.3%, 중고생일 땐 12.5%로 나타났다.


스터디맘은 시간강사나 연구원 신분이어도 보육 지원의 우선순위가 되는 ‘맞벌이 부부’로 인정받기 어렵다. 맞벌이로 인정받으려면 재직증명서 또는 근로계약서와 함께 4대 보험 증명서 등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인 이들과 거리가 멀다. 이진화(33)씨는 출산 뒤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시간강사로 일한다. 이씨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일거리가 시간강사인데, 맞벌이로 인정받지 못해 보육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균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8일 “전일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시간강사 등의 사정을 이해하지만 이들을 우선순위에 넣으면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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