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1만원
봄날의 민들레. 우리 들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는 그야말로 ‘민들레의 일대기’다. 도시·농촌 할 것 없이 담벼락이건 어디건 한줌 흙만 있다면 싹 틔우고, 꽃피우고, 씨를 맺고, 날아다니며 퍼져가는 봄꽃의 한철살이를 담백하게 그렸다.
책의 느낌은 차분하고 곱다. 천진난만한 감성을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마음을 들뜨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위로와 편안함이 잔잔하게 번져갈 뿐이다. “민들레는 민들레/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로 거듭되는 문장은 동시나 동요처럼 리듬감이 있어, 읽고 나면 저절로 입에 달라붙는다. 연필과 수채화를 주로 한 그림은 맑고 투명해 글과 잘 어울린다. 그림을 맡은 오현경씨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공부하며 이 그림책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산과 노래와 그림을 사랑하는 아저씨’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쓴이 김장성씨는 “민들레가 사뭇 대견하고,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그 작지만 야무진 생명이, 고단한 삶을 사느라 개성과 자존을 종종 놓치곤 하는 우리네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밝힌다. ‘나의 나다움, 저마다의 저다움’을 지켜가길 바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민들레는 싹 틔우고 씨앗을 바람에 날리기까지 모든 과정이 그 자체로 완전하다. 화려하고 눈길을 잡아끌고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모든 과정, 매 순간 오롯이 아름답고 순환적이다. 철학적인 공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그림책이라,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엄마 아빠도 깨닫는 게 있을 것 같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그림 이야기꽃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