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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슬픔을 날아가게 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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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개암나무 펴냄(2007)


00122492301_20130520.JPG»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오늘도 신문을 읽으며 울먹였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 소개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식을, 가족을, 제자를, 선생님을 잃은 당사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어이없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가슴도 아프고 또 아프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을 잃으면 우리는 상실감에 시달린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은 이런 상실의 고통과 극복 과정을 잘 보여주는 동화다. 디카밀로는 국내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이미 뉴베리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가다.

이 동화에는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소년의 이름은 로브,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빠와 함께 낯선 동네로 이사와 모텔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다. 로브는 다리에 난 두드러기를 전염병이라고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응수도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얻어맞으며 묵묵히 지낸다. 아빠에게 더는 엄마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자신을 여행 가방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감정을 가방 안에 꼭꼭 눌러 담고 생각도 말도 하지 않는 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로브 앞에 시스틴이란 소녀가 나타난다. 부모가 이혼하자 엄마를 따라 이곳에 왔지만 아빠가 곧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파티에나 어울릴 화려한 옷을 입고 학교에 와서는 자기를 놀리는 아이들과 격렬하게 싸우느라 그 좋은 옷이 늘 엉망이 되는 아이다. 로브는 아이들에게 당하던 시스틴을 도와주고, 시스틴은 두드러기 때문에 당분간 학교를 쉬게 된 로브에게 숙제를 가져다주며 둘은 서로 알아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지만 로브는 시스틴 앞에만 서면 마치 “입을 벌리면 금화가 쏟아져 나오듯이 말이 흘러나왔다.” 엄마의 이름도, 모텔의 겁쟁이 사장이 숲 속에 가둔 호랑이의 비밀도 모두 말한다. 시스틴은 호랑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로브는 호랑이를 풀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을 낸다. 과연 아이들은 호랑이를 풀어줄 수 있을까?

로브와 시스틴은 모두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이다. 로브는 슬픔을 가슴속에 꼭꼭 숨겨둔 아이고, 시스틴은 자기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해 아무나하고 싸우려 드는 아이다. 두 아이는 뭔가를 갑자기 잃어버린 사람들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정, 분노, 도피, 슬픔 같은 감정을 차례대로 혹은 한꺼번에 겪으며 우리는 상실을 경험한다.

로브는 슬퍼하지 않으려고 가방 안에 슬픔을 감추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슬픔뿐 아니라 행복까지 함께 꼭꼭 숨어버렸다. 다시 행복해지려면 먼저 슬픔을 꺼내고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가두어진 호랑이를 풀어주듯 로브는 감정을 가둬 둔 상자를 열어야 하고, 시스틴은 더는 아버지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실, 슬픔, 분노, 애도 같은 심리학적 문제를 로브와 시스틴, 로브의 상자, 우리에 갇힌 호랑이 같은 동화적 상징을 통해 잘 전달한 책이다. 이별과 결핍으로 상실의 고통을 겪는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초등 5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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