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를 발아시킨 발아현미는 현미보다 영양이 더 우수하다. 모름지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은 자손을 건강하게 낳아 번창하게 하는 일만큼 열정을 갖는 일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새싹은 그 식물의 효능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으면서 그 소중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살짝 독도 품고 있다. 현미를 물에 씻어 체반에 받쳐둔 후 베보자기를 덮어 따뜻한 곳에서 하룻밤을 재우면 약 1-2mm정도 싹이 올라온다. 그 때 밥을 지으면 가장 맛과 영양이 좋다. 조금 더 자라면 독해진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면 발아가 잘 일어나고 맞지 않으면 시간을 좀 더 두어야 한다. 발아현미를 매번 직접 만드는 일이 번거롭다면 발아현미가루를 응용해도 좋다. 가루제품은 원래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자주 권하기는 어렵지만, 쌈장을 만들때나 나물을 무칠 때 넣어도 좋고, 국을 끓일때나 샐러드 드레싱에 넣어도 좋은 편리성이 있다. 나는 발아현미가루에 직접 담근 과일청 즙과 천일염을 조금 넣어 간을 해서 간식삼아 먹는다. 한 숟가락만 먹으려고 했다가 늘 몇 숟가락을 더 먹게 되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으로 쑥버무리를 만들면 더욱 고소하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발아현미 쑥버무리
쑥은 원래 단오 전에 따는 것이 가장 효능이 좋다.
1. 이른 봄 향이 좋은 쑥을 뜯어다가 흙을 털어내고 물에 씻어 체반에 받쳐 물기를 어느 정도 뺀다.
2. 여기에 양념해 놓은 발아현미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3. 이것을 찜기에서 15-20분 정도 중불로 찌면 된다.
4. 뜸은 5분이면 충분하다.
구수한 감잎차나 허브차를 곁들이면 봄이 그대로 입 안으로 들어온다. 생쑥 그대로 차를 우려도 향이 좋다. 예전에 실상사에 계신 도법 스님을 뵈러 간 적이 있었는데, 커다란 방에 가구라고는 찻상 하나 기다랗게 짜놓은 것이 전부인 방에서 스님이 주신 차가 바로 생쑥차였다. 유리다기에 생쑥을 넣은 후 따뜻한 물을 부어 우려낸 향이 생각보다 진했다. 어떤 격식도 차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단순하고 쉽게 우려내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이른 봄에 나는 야생초들을 차로 마실 때는 첫 잔은 버리고 둘째 잔부터 마시는 게 낫다. 독성을 헹궈내기 위함이다. 생쑥을 말려 가루내어 쑥말차를 만들어도 좋다. 혹은 쑥가루를 발아현미가루, 콩가루 등과 섞어 미숫가루로 만들어먹는 방법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음력 3월초와 5월초에 잎을 뜯어 햇볕에 말리는데 오래 묵은 것이라야 약으로 쓸 수 있으며, 단오날 해뜨기 전에 말을 하지 않고 뜯는 것이 좋다고 나와있다. 짓찧어 채로 쳐서 푸른 찌꺼기를 버리고 흰 것은 받아 유황을 조금 넣어서 뜸봉을 만들어 뜸을 뜬다. 강화쑥이 유명한데 싸자리쑥이라고도 한다. 색이 화사하고 냄새도 향긋한 것이 좋다. 너무 큰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산 애엽은 냄새가 거의 없고 잎의 색이 약간 바랜 느낌이 드는데 보통 썰어서 파는 것들은 중국산이 많다.
요즘 여성들은 자궁이 냉한 경우가 많다. 레깅스와 미니스커트, 숏팬츠가 유행하고 양말과 내의를 잘 챙겨입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식, 과음,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이 예민해지면 여성의 생식기능은 더 위축된다. 이런 여성들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식품이 바로 쑥이다. 히스테릭해지는 생리전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안좋은 열이 많아진 여성들에게는 생쑥차를, 손발이 냉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소심한 여성들에게는 쑥뜸을,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심한 여성에게는 쑥 좌훈을 권한다. 곰이 사람이 되듯, 쑥은 여성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마술과 같은 힘이 있다.
어린쑥은 애엽(艾葉)이라 하는데 맛은 쓰고 기는 따뜻하여 하복부 냉증이 있을 경우에 사용된다. 보통 뜸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이 애엽인데, 쑥을 끓여 그 물로 씻어주고 김을 쐬게 하면 부인과의 냉대하나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신생아실에 애엽을 태워 향을 맡게 되면 소아들의 감염성 질환이 덜 하게 된다. 애엽은 강화도산이 가장 유명한데, 주로 허한성(虛寒性)의 월경불순, 붕루, 월경통을 치료하며, 부인과의 출혈성 질환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지혈작용이 뛰어나 자궁출혈, 임신출혈을 치료하고 특히 자궁의 기능성 출혈의 치료에 유효하다. 쑥을 오래 먹으면 오래된 가래와 기침, 천식을 낫게 하고 손발냉증을 없애주며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하복부가 차면서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분들에게는 쑥만큼 좋은 게 없다. 봄에 먹는 쑥떡, 쑥국, 쑥차는 그야말로 면역보강제다.
쑥의 종류 중에서 사철쑥, 비쑥의 전초를 건조한 것은 8~9월 경에 꽃대가 달려 있는 채로 채집하여 약재로 사용하는데, 이것의 이름은 ‘인진호’라 불리운다. 인진호의 성질은 애엽과는 달리 쓰고 서늘하다. 사철쑥은 이담작용이 뛰어나 황달을 치료하고, 전염성 간염과 담낭염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위지기’의 전초를 대용하고 있는데,더위지기는 겨울에도 푸르고 잘 안죽는 것으로 사시초(四時草)라고도 하며, 오행의 기운을 다 타고났으므로 관절이나 근육 등의 막힌 기운을 잘 뚫는 효과가 있다. 주로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좋은 약이다. 간혹 애엽과 인진호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잦은 음주로 지친 남편들의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인진쑥을, 자궁을 따뜻하게 하여 임신도 잘되고 생리통도 낫게 하려면 애엽을 선택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