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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준 상식파괴, 홍고추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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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959185_P_0.JPG» 한겨레 사진자료 :: 이종찬 기자

채식인이 채식을 하지 않는 친구를 만날 때 고마운 메뉴가 국수다. 국수요리도 육수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양념장이나 소스도 그렇지만 말이다. 그래서 채식인들은 일반식당의 메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과 재료를 꿰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동물성 성분을 빼고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체크를 해두면 편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꽤 까탈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습관들이 요리를 하는데나 건강을 챙기는데는 아주 도움이 된다. 만약 내가 채식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보다 훨씬 요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 테고, 책에서 배운 건강에 대한 지식만으로 한약국을 찾는 분들과 만났을 것이다. 내 몸이 실험 대상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비록 사람들로부터 참 피곤하게 산다고 핀잔을 듣기도 하고, 별난 사람 취급을 당할때도 있지만, 이 생활도 10년이 넘으니 매일 듣는 비슷한 소음들처럼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버리게 된다.
 
궁즉통이라. 결핍은 결국 무언가라도 대신 만들어내게 한다. 육식을 선택하지 않은 대신 채식 재료들로 채울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상상하고 실험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창의적인 생활방식이던가. 요리를 대하는 눈과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은 즐거운 선택을 하게 만든다. 가령 안심스테이크 대신 두부스테이크를 만든다거나, 탕수육 대신 버섯탕수를 만드는 것 등이다. 상식을 조금 뒤흔드는 재미랄까. 
 
이번에는 파스타의 재료로 쓰이는 이탈리아 고추 할리피뇨 대신 홍고추를 넣고 루꼴라나 바질, 로즈마리 등의 서양허브 대신 쑥갓을 곁들인 토마토마늘스파게티를 만들어봤다. 의외의 식감과 풍미에 놀랄 지경이었다. 향이 살아있는 담백하고 매력적인 맛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워서 좋았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상식을 깨면 요리가 보인다.  할리피뇨 없는마늘토마토스파게티

DSC00301.JPG

· 재료 : 방울토마토, 마늘, 홍고추, 올리브오일, 쑥갓, 소금, 흑후추. 스파게티면

· 만드는법 
 1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와 다진 홍고추를 중불로 천천히 데운다. 너무 센불로 익히면 향이 배어나기 전에 타버리므로 불조절을 잘해야 한다.
 2. 방울토마토는 6등분한다. 마늘색이 적당히 노릇하게 변하면 토마토를 넣어 볶아준다. 양파나 버섯을 곁들여도 된다. 이때 너무 물러지도록 세계 볶지 않고, 토마토의 탄성이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볶는다.
 3. 면을 삶아 건져낸 후, 찬물로 헹구지말고  그대로 2에 넣고 볶는다. 소금간 한다. 말린 바질가루나 통후추가 있으면 넣어준다. 
 4. 면에 윤기가 흐르고 쫄깃한 식감이 있을때 불을 끄고, 씻어놓은 쑥갓을 얹어 접시에 담는다. 
 5. 면의 따뜻한 온기로 쑥갓이 데쳐지므로, 미리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DSC00304.JPG


서양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허브들로는 바질, 로즈마리, 페퍼민트, 루꼴라 등이 있고, 인도나 태국 등의 동남아 요리에는 고수가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기본 식재료들은 비슷한데 어떤 향신료가 들어갔는가에 따라 이국적인 느낌으로 변하게 되기도 한다. 전통음식 중 향신작용을 하는 허브는 많지 않다. 마늘, 생강 등의 뿌리류는  전세계 어느요리에도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쑥갓이나 미나리가 한국적인 향신허브라고 할 수 있는데, 향신용으로 사용되는 요리가 많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쑥갓은 주요 성분이 피넨(pinene), 벤즈알데히드(benzaldehyde), 칸펜인 등으로  신경안정작용이 있어 불면에 좋고, 위장을 편하게 해주며 변비를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 향이 있는 재료들의 효능은 주로 향신성분에서 나오므로, 요리할 때 향을 가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너무 푹 익혀 색이 바래지거나 향이 날라가면 유용성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그러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관심이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 조리방법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방법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요리가 느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으로서의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어야 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모가 자신의 몸의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몸은 나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이 그릇에 대해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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