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온가족이 가까운 서해안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가을을 닮은,
해질녘의 벌겋게 달아오른 해를 보고 싶어서 가게 된 그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갔다가 다가오는 파도와 물장구놀이를 하고,
예쁜 조개껍질과 돌멩이 줍기를 하고,
나뭇가지로 바닷물에 흥건히 젖은 모래사장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바다의 춤추듯 넘실대는 물결 위로
햇살이 가득 비추어내려
온통 반짝이는 그 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지고 간 봉투 안에
바닷가에서 담은 고운 모래 조금과
작고 예쁜, 저마다의 색을 가진 돌멩이들,
그리고 조개껍질들을 담아왔습니다.
유리병 안에 우리의 추억들을 담아봅니다.
우리가 보았던 것들,
우리가 느꼈던 느낌들을 담은 특별한 추억유리병을 만듭니다.
아이가 바닷가에서 본 색깔의 아크릴물감을 선택하고
그 물감을 풀어 붓으로 유리병 표면에 그림을 그립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햇빛이 반사되어 눈부시던 그 바다의 금빛도...
유리병 안에 바닷가에서 담아온 모래와
작은 돌멩이들, 조개껍질을 넣습니다.
두꺼운 도화지 위에 작은 배도 하나 그립니다.
그리고 배 모양을 따라 오려
유리병 속의 모래 위에 꽂아둡니다.
그리고 종이를 작은 태그 모양으로 오려
유리병의 목부분에 끈을 연결하여 달아줍니다.
우리가 여행했던 그곳, 그날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
두 아이가 남긴 예쁜 추억유리병 두 개.
바라보기만 해도 그날의 그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우리의 추억과 그날의 그 기쁨, 그 날의 그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이들의 추억유리병...
지는 해는 그윽함과 열정을 모두 가졌습니다.
그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게 느껴집니다.
이 가을에는 어떤 추억들로
우리의 삶을 색칠해갈지,
어떻게 가득 채워갈지를 생각하며
가슴이 설레는 9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