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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없는 삶’ 470만명…장시간 노동에 찌든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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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저녁 있는 삶
① 벼랑에 선 맞벌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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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남편과 아빠는 퇴근한 뒤에도 가사·육아 일을 분담해주는 ‘슈퍼맨’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김혜연(가명·39)씨의 남편은 ‘슈퍼맨’ 근처에도 못 간다. 사실상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는 ‘주말부부’도 아닌데 주말에만 얼굴을 본다. 서로 야근이 잦다 보니 주중에는 얼굴 맞대고 편하게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7살 딸아이도 아빠는 ‘주말 손님’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혜연씨 가족은 일주일에 겨우 한번 식탁에 모여 앉는다.

혜연씨 부부의 첫 위기는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 찾아왔다. 혜연씨는 “휴직이 끝나도 아이는 여전히 돌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남편 모두 제때 퇴근을 못 하니 그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풀었고, 결국 이혼 서류까지 준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에도 애가 어릴 때 이혼 위기에 이르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고 했다. 요즘 남편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지만 6년 남짓 쌓인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혜연씨는 “100% 회복은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사회건강연구소가 통계청의 ‘2013년 지역별 고용조사’를 바탕으로 전국 16개 시·도 직장인(임금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을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 직장인 1743만명 가운데 470만명(27%)은 매일 저녁 8시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 9시에도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장인이 260만명(15%)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은 퇴근 뒤 잠자는 것 말고는 사실상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밤 10시 이후 퇴근자(202만명, 11.6%)들이다. 자정 이후 퇴근하는 이들도 61만명(3.5%)에 이른다.

영유아와 청소년 자녀를 둔 30~40대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노동시간 격차가 컸다. 30대 남성의 주당 노동시간은 47.2시간으로 여성(41.7시간)보다 5.5시간 더 일했다. 주당 46.6시간을 일하는 40대 남성은 여성(42시간)보다 4.6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령대 모두 남성이 여성보다 1시간 정도 퇴근이 늦은 것인데, ‘저녁 없는 삶’이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일과 삶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는 실증적 자료인 셈이다.

16개 시·도 가운데 30대 남성과 여성의 노동시간 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대구(7.2시간)로 전체 평균(5.5시간)보다 1.7시간 많았다. 40대는 울산의 노동시간 격차가 6.6시간으로 가장 컸다.

진명선 김효진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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