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산업혁명기 인기 일러스트
처연한 아름다움에 풍자 버무려
‘현대 그림책의 선구자’라 일컫는 영국 작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의 작품을 한데 모은 책이 번역 출간됐다.
<칼데콧 컬렉션>(이종욱 옮김·아일랜드)은 영국 산업혁명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해 풍자적 소묘와 채색 삽화로 큰 인기를 얻은 칼데콧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펴낸 총 16권 18편의 대표작이 들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피터 래빗> 시리즈의 비어트릭스 포터 등 그림책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고, 전미도서관협회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38년 ‘칼데콧상’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이 책은 당대 문호들의 시, 영국 전래 동요, 입소문으로 전해오던 잔혹한 이야기 등을 두루 담아냈다. <존 길핀의 유쾌한 이야기>(1782)는 말에서 내릴 수 없는 사내의 이야기로 해학과 역동성이 돋보이고, <하트의 여왕>(1881)은 아름다운 색채로 유명하다. <숲 속의 두 아이>(1879)는 욕심 많은 어른들의 손에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어린 남매의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그려 처연함을 드러냈다. 시대불문 약자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담하게 고발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풍자와 신랄함을 뛰어넘어 때론 으스스하지만, 무척이나 예술적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아일랜드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