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내가 친구의 구두를 몰래 버렸어요

$
0
0
141406579548_20141024.JPG» 그림 비룡소 제공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신작
왕따 이겨낸 11살 소녀들 이야기

1414065732_00516483805_20141024.JPG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비룡소·9000원

외톨이가 될까봐 외톨이가 된 아이가 있다. 초등 4년생 주경은 어느 날, 구두 한 짝을 교실 밖으로 던진다. 얼마 전 전학 온 명인의 구두다. 왜 그랬을까?

반장 혜수가 시켰다. 장난이라며. 혜수는 힘이 세다. 힘은 인기다. 혜수는 인기가 많아 언제나 친구들을 몰고 다닌다. 주경은 외톨이가 되기 싫었다. 왕따가 되고 싶지 않았다. 혜수가 시키는 대로 매일 초콜릿을 사다 바치고 있다는 걸, 예전부터 혜수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정아에게 들키기 싫었다. 그 두려움을 혜수는 영리하게도 잘 써먹었다. 혜수 그룹에 끼워줬다. 그러곤? 여전히 외톨이였다.

주경은 그날부터 “속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와 목구멍에 걸렸다.” 며칠 뒤 학교 담 모퉁이에서 개 한마리가 너덜너덜해진 구두 한 짝을 물어뜯고 있는 걸 보고는 터져 버렸다 “그거 물어뜯지 마!” 개가 너무 미웠다. 때려주고 싶었다. “그러지 말라니까!” 더 크게 소리치고 싶은데 목이 메어 눈물이 났다. 주경은 자기가 던져버린 구두가 명인의 돌아가신 엄마가 선물한 신발이었음을 알아 버렸다.

그런 주경의 가방을 들어다 준 건 정아였다. 왕따인 줄만 알았던 정아는 어느 새 명인의 단짝이 된 것 같았다. 정아는 왜 내 가방을 가져다줬을까. 내가 밉지도 않나? 주경은 열이 펄펄 끓었다. 학교를 가지 못했다. 주경이 생각해낸 건? 그래 편지를 쓰는 거다. 엄마한텐 전학을 가겠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에겐 고백 편지를, 명인과 정아에게는 사과 편지를 썼다.

그러곤? ‘마지막 등교’ 날, 주경은 초콜릿을 달라는 혜수 앞에서 온몸이 빳빳해지는 것 같았지만, 침을 꼴깍 삼키고 말한다. “나 그거(초콜릿) 싫어해!”라고.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경은 이제, 혜수의 말이라면 다 들어줘야 했던 아이가 아니다. 이제 외톨이가 아니었다. 명인과 정아가 있다.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힘센 이의 말을 거절할 용기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11살 소녀의 아릿한 성장통이 돋을새김된 이 동화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신작이다. 초등 고학년.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4일자)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