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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난 구멍…누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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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16267101_20141024.JPG» 그림 상상스쿨 제공

1414065834_00516267401_20141024.JPG 무엇일까?
레베카 콥 글·그림, 엄혜숙 옮김
상상스쿨·1만2000원

어릴 적 봄이면 우리 집 흙 마당에 구멍이 송송 생겼다. 누가 구멍을 만들었을까? 구멍에 눈을 대고 한참을 엿본 적도 있다. 며칠 지나면 봄풀이 올라왔고, 어떤 구멍에선 개미가, 어떤 구멍에선 실지렁이가 나왔지만, 구멍을 엿보던 설렘은 지금도 선연하다.

<무엇일까?>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영국 아이의 얘기다. 흙이 아닌 잔디 마당이란 점이 다를 뿐, 유년의 마당에 생겨난 구멍 이야기다.

아이는 어느 날 마당 귀퉁이 벚나무 아래서 구멍을 발견한다. 배를 깔고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한참 지켜본다. 분명 누군가 살고 있다. 엄마는 생쥐들이 사는 집이라고 했다. 아빠는 개구리가 그득할 거라 했다. 친구들도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한 친구는 용의 굴이라고 했다. 자기네 마당에 용이 살고 있어서 잘 안다면서. 누나는 거인이 산다 했다. 먹을 음식을 주지 않으면 배고픈 거인이 나와서 아이를 잡아먹을 거라면서.

영국의 신예 레베카 콥은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생각에 생각이 똬리를 트는 모습을 따듯하고 친근한 그림에 새겼다. 유년의 마당에 찾아온 구멍 하나. 그로 인한 소동보다는, 구멍을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에 집중할 줄 아는 작가다. 아이는 가만히 구멍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무언가가 우리 집 마당에 살고 있어서 기쁘다”고. 구멍을 품은 벚나무가 단풍이 들도록, 잎이 다 지도록, 구멍을 엿보다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붙잡고 오래도록 놔주지 않는다. 그림책. 4살부터.

허미경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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