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4145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

삶을 바꾸는 ‘20초 룰’

$
0
0

  01274229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에 대해 한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이 달콤한 상상에는 신체적, 물질적, 환경적 조건 등 다양한 외부조건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외부조건들은 요술 램프 속 지니가 힘을 써주거나 대단한 우연히 수십 번 겹치지 않는 한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능성이라는 범주에서 볼 때 가장 믿을만한 조건은 습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릴 때 들인 좋은 습관으로 인생이 달라진다고 단언했고, 간디, 대처 등 역사를 장식한 인물들은 습관이 운명이 된다는 모토를 가슴에 새겼노라 들려주고 있다.

 

Z세대 앞에 펼쳐질 삶은 변화무쌍하다. 트렌드 보고서인 The Curve Report에 따르면 Z세대는 100세 수명의 보편화와 일상의 디지털화로 인한 새로운 형식의 특권과 장애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최적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자신의 장점과 결합해 역량을 펼치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는 자율적인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는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예상되므로 특정 재능의 발견과 발화 못지않게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세 살 버릇이 백세 이상가는삶을 누릴 아이들에게 쥐어주어야 할 가장 큰 무기로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나쁜 습관을 조기에 도려내는 것을 드는 이유일 것이다.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는 두 가지 핵심 습관

 

습관은 뇌 스스로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형성하는 일종의 자동항법기재다. 뇌는 재빨리 가능한 한 많은 임무와 행위를 복잡한 생각 없이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도전들에 할애할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신발끈을 묶는 법을 처음 배웠던 때, 주차장에서 평행주차를 처음 시도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 복잡하고 절대 능숙해질 것 같지 않은 행위도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완수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절차를 거친 행위는 무의식이라는 블랙박스 안에서 자동 처리됨으로써 어느새 습관으로 고착화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의학대학원의 보니 스프링 교수는 일상의 습관을 연구한 결과, 전 생애에 걸쳐 연쇄적으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는 나쁜 습관 두 가지를 제시했다: TV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것과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대신 정크 푸드와 과자를 섭취하는 것. 이 두 가지 나쁜 습관이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삶의 만족도와 대인관계 등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롭지 않은 행동임을 인지하면서도 TV앞에서 리모컨을 쥐고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앉아있거나 무의식적으로 과자나 주전부리를 입에 넣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머리로 안다는 것좋은 행위로 바꿔 실행하는 것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의지도 고갈된다

 

나쁜 습관의 퇴치와 좋은 습관의 형성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운 습관을 몸에 배게 하거나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는데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에 연구자들도 동의한다. 습관의 힘은 중력과도 같아서 계속 붙들어 매고 다른 길로 올라타는 것을 방해하곤 한다. 탄산음료대신 물, TV대신 독서나 운동, 머리로는 분명히 더 좋은 선택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대체물을 찾는 것이 어렵지도 않건만 가뿐히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렵고 문득 정신을 차린 후에는 스스로의 의지박약에 실망하는 일도 다반사다. 습관을 깨는 것이 중력을 거슬러 로켓을 발사시키는 것에 비유될만한지라 습관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습관 교정의 시발점에는 의지가 주요 동력으로 작동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된다. 나쁜 습관을 뿌리뽑겠노라 굳건히 다짐한 새해계획이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고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까 봐 스스로 뱃머리에 몸을 묶었고 영화 쇼퍼홀릭의 쇼핑중독자 여주인공은 크레딧 카드를 물과 함께 얼려버리는 방법으로 아예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습관을 바꾸는 게임

 

하버드대 심리학자 숀 아처에 의하면 습관의 교정에는 ‘20초 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매일 일정시간 기타를 치겠노라 다짐했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하는 자신을 마주하고 이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친 아처 박사는 작심삼일에 그칠 뻔한 자신의 목표가 ‘20초 룰로 인해 달성된 경험담을 들려준다. 놀랍게도 장식장으로 걸어가 기타를 꺼내오는 사소한 행위가 치명적 방해요인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기타 연습이건만 날이 갈수록 의지는 사라지고 기타를 잡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이를 지속시킬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아처박사는 연습시간 외에 장식장 속에 보관하던 기타를 자신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방의 중간에 세워두기로 했다. 원하는 습관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쉬운 길을 택하는 뇌의 작동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상황이 급변했다. 20초안에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한 것 만으로 매일 기타 연습을 하게 되었고 3주가 지나자 일상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몸에 배게 할 수 있었다.

 

결국 ‘20초 룰은 하기 쉬운 행위에 자연적으로 끌리는 인간의 행동패턴에 기인한다. 좋은 습관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20초 가깝게’, 나쁜 습관은 ’20초 멀게가 황금률이라는 것이다. ‘20초 룰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되는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과 벌이는 자그마한 게임으로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내쫓는 행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일상에서 ‘20초 룰을 적용해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아침 운동습관을 위해 운동복을 침대 옆에 두고 자는 것, TV 대신 책을 읽기로 했다면 리모컨을 없애고 그 자리에 책을 두어 TV를 켜거나 채널을 돌리기 위해 직접 걸어가게 만드는 것, 건강을 위해 과자나 라면을 선반 가장 높은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습관의 변화를 더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결과다.

 

무조건적인 의지만을 강요해서 아이의 습관을 교정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되는 의지로 인한 교정의 실패는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종래에는 시도조차 꺼릴 수 있다. 스스로 변화를 갈망해 굳건한 의지를 세웠더라도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조율이 가능하도록 환경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무엇이 좋은 습관인지 그 결과는 어떠한지에 대한 차근차근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간단한 듯 하지만 큰 차이를 가져오는 20초 룰을 설정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


아빠가 육아휴직 쓰면 월급 100% 받을 수 있나요?

$
0
0

 04643855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Q. 맞벌이 부부라 둘째 출산을 앞두고 육아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에요요즈음 정부에서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특별히 장려한다는 소식이 있어선지 남편도 관심이 많아져 다행입니다남편이 육아휴직 쓰면 국가에서 월급 100% 준다는 뉴스를 보더니 둘째 때는 자기도 육아휴직을 써보고 싶다고 합니다육아휴직은 보통 엄마가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아빠가 육아휴직 쓰면 정말 월급 100%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계획을 짜보려고 합니다.


A. 부부 모두 육아휴직 써야 첫 달 최대 150만원 받을 수 있어요


최근 정부에서 일하는 여성의 경력 유지 방안의 하나로, 남성 육아휴직 촉진을 위한 급여 인상 계획이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쓴 사람의 첫 1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지요.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엄마와 아빠 상관없이 통상임금 40%이고 최저 50만원, 최고 100만원 범위입니다. 주로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아빠가 될 가능성이 높은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육아휴직 급여 한 달치를 통상임금 100%로 올리고 최고 150만원으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무조건 100%가 아니라 150만원이 상한선이고, 아빠 육아휴직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든, 아빠든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통상임금 40%이고 역시 엄마든, 아빠든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통상임금 100%를 첫 한 달만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것이고요. 육아계획을 세울 때 가족의 수입도 제대로 알아야 계획대로 이뤄나갈 수 있겠지요.남성들의 평균임금이 월 244만원이므로 월 150만원이 상한선이라면 말이 100%이지, 사실상 61%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한계점은 있지만 국가에서 통상임금 100%로 올리면서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방향은, 육아가 여성과 남성 모두의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절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유럽에서는 육아휴직 아빠할당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어요. 육아휴직 아빠할당제가 가장 먼저 나온 노르웨이는 육아휴직자 10명 중 6명이 여성, 4명이 남성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0.3명에 불과하고, 엄마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제도의 변화가 현실의 변화를 바로 가져오지는 않고, 사내 눈치 등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도 나와야 할 것입니다. 현실을 바꾸어가려는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 이 글은 여성신문 2014. 2. 24일자에도 실린 글입니다.

서울시, 여성 대체인력 지원센터 6곳 추진

$
0
0
출산·육아휴직 부담 덜게…

직장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자리에 대체 인력을 넣어주는 ‘여성 대체인력 지원센터’ 6곳이 서울에 문을 연다. ‘서울형 여성 협동조합’도 집중 육성한다.

서울시가 ‘세계 여성의 날’(3월8일) 106주년을 앞두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여성 일자리 종합계획’을 6일 내놨다. 서울 여성들이 원하는 여성정책 1순위는 일자리 분야지만, 서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10여년 동안 5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시가 올해 여성정책의 중심을 ‘안전’에서 ‘일자리’로 바꾼 이유다.

시는 먼저, 상반기에 광진구 여성능력개발원 등 6곳에 여성 대체인력 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에 들어간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으로 6개월~1년 동안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800명 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직무 교육도 진행하며 대체인력이 필요한 공공기관과 기업에 적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여성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 보육, 돌봄, 보건·건강, 여성·청소년 등 4개 분야의 여성 친화 업종을 선정해 3만2000여명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학교매점·급식,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자재 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서울여행 2060 서포터스, 여성 공예인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서울형 여성협동조합도 집중 육성한다. 방문판매원 등 이동이 많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도 따로 만든다.
27살 이하 청년여성 80명을 대상으로 2~3곳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여성 잡 투턴십(투어+인턴십)’을 오는 7월 선보인다. 여성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는 월 80만원을 지원한다. 결혼이민여성 인턴제도 운영해 이들을 고용한 업체에 월 50만원씩 모두 300만원을 지원한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7일자)

당근 안 먹는 아이 vs. 채소 안 먹는 아이

$
0
0

03506374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시금치, 당근, 쑥갓, 상추, 풋고추, 부추, 깻잎, 토마토, 배추, 무, 파, 오이, 콩나물... 흔히 채소라고 부르는 식재료 들입니다. 이들은 영양소 중에 특히 비타민의 공급처이자 섬유질의 공급처이기도 합니다. 채소는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피부가 고와지고 머리가 좋아지는데도 기여합니다. 시력이나 혈관의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채소를 안 먹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채소를 좋아한다는 아이들보다는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에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어떤 채소를 안 먹는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두 가지 채소를 안 먹는 것 과 채소를 전반적으로 안 먹는 것은 접근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근을 잘 안 먹는 아이의 경우는 문제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당근도 잘 먹게 하는 시도가 필요하나 다른 채소를 먹고 있기 때문에 영양상 당근과 같이 비타민 A가 풍부한 다른 채소로 대체가 가능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채소를 전반적으로 먹지 않는다면 영양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식생활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며 비타민 제제 등의 복용이 필요할 수 도 있습니다. 다른 식재료를 통해서는 섭취할 수 없는 영양소가 채소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들이 가장 쉽게 시도해보시는 방법은 잘게 다져서 눈에 안보이게 유부초밥을 만들거나 볶음밥처럼 안 먹는 채소만 골라 낼 수 없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시도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섭취하는 채소의 양은 그리 많지 않고 아이의 채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식재료나 음식은 장난감과 교육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소는 선명한 색채와 다양한 촉감을 제공합니다. 당근을 안 먹는 아이에게 당근 쥬스를 해줘보세요. 당근 만으로도 예쁜 색깔의 충분히 달콤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좀 더 새콤한 맛을 원한다면 사과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하루에 먹는 채소와 과일의 약 1/3정도는 이렇게 쥬스로 만들어서 섭취해도 좋습니다. 다른 채소들도 맛을 내는 과일들과 적절히 섞어서 쥬스를 만들고 쥬스 안에 들어간 과일과 채소를 맞추는 놀이를 아이와 함께 해보시는 것도 아이에게는 재밌는 놀이가 됩니다. 방울토마토, 상추, 고추처럼 집에서 키우기 쉬운 채소를 재배하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 체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양파나 고구마를 물에 담아두고 싹이 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아이에게는 식물로서의 채소와 음식재료로서의 채소를 연결한는 흥미로운 경험이 되고 채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줄 수가 있습니다.


남극기지 대원과 아기 펭귄의 사랑

$
0
0
00498572401_20140310.JPG» 그림 비룡소 제공


1394361429_00498571901_20140310.JPG안녕, 폴 
센우 글·그림 
비룡소·1만3000원

남극 기지의 요리사 이언은 대원들을 위해 매일 음식을 만든다.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다가 창문 너머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기 펭귄을 발견했다. 그렇게 인연은 시작됐다.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아기 펭귄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머플러를 둘러줬다. ‘폴’이라 이름도 지어줬다. 폴은 매일 이언을 찾아왔다. 이언은 쓰레기봉투를 물고 가는 폴의 뒤를 밟았다. 걱정이 돼서였다.

그렇게 남극 기지 대원들은 펭귄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다. 지구온난화에 녹아내린 얼음 사이에서 길 잃은 부모 펭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 잃은 알들은 차가운 눈바닥에 나뒹굴었다. 폴은 그런 알들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를 가져다가 알 주변에 쌓아 어떻게든 온기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사정을 알게 된 남극 기지 대원들은 ‘펭귄 알 부화작전’에 나서게 된다.

‘센우’라는 이름으로 첫 그림책을 낸 작가는 남극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남극 기지를 뒤로하고 쓸쓸히 걸어가는 펭귄의 모습을 보고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디자인 분야의 아트디렉터로 활동중이라는 그는 거대한 남극 기지부터 펭귄 알까지 모든 소품을 손으로 만들어 장면을 연출한 뒤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이렇게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어진 책은 지난해 이탈리아 볼로냐 어린이도서전에서 ‘가장 독특한 책 5’에 선정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임지선 기자, 그림 비룡소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10일자)

개 노릇 하게 된 바르톨로메의 운명은?

$
0
0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00122492301_20130520.JPG»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사계절 펴냄(2005)

18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이었으나 속화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기록 외에는 삶에 관해 알려진 바가 없다. 대체 어떤 이유로 당대를 풍미한 도화서 화원이 역사에서 완벽하게 사라진 걸까? 이 궁금증을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소설이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이다.

어린이책에도 이런 책들이 있다. 한윤섭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 이현의 <1945, 철원>, 배유안의 <초정리 편지>는 역사를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킨 작품들이다. 또 한 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라헐 판 코에이의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다. 십대 독자를 대상으로 한 소설로는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주인공 바르톨로메에게 감정이입하는 순간 그야말로 단숨에 읽힌다. 바르톨로메가 과연 어떻게 될지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고, 읽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소설은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세계의 열강으로 군림하던 17세기 펠리페4세 치하의 스페인을 무대로 하여 실제 인물인 마르가리타 공주와 화가 벨라스케스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펼쳐간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마부로 일하는 아버지 후안은 가족들을 마드리드로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바르톨로메가 걱정이다. 난쟁이 바르톨로메는 걷는 것보다 네 발로 기는 것이 더 편할 정도로 몸이 일그러져 있다. 당시 장애인은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에게 마드리드에 가면 하루 종일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집 안에 숨어 있으라고 명령한다. 집에 갇혀 있던 동생을 불쌍하게 여긴 형과 누이는 아버지 몰래 그에게 글을 가르치기로 한다. 형은 동생에게 “글을 배우면 미래가 생긴다”고 용기를 주고, 처음에는 바르톨로메의 모습이 흉측하다고 여겼던 크리스토발 수사조차 배움에 대한 깊은 열망을 지닌 소년을 대하며 놀란다.

하지만 빨래통 속에 숨어 글을 배우러 다니던 중 마르가리타 공주의 마차와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난다. 급한 마음에 손과 발로 기어 도망을 치던 바르톨로메를 본 공주가 “저 인간 개를 갖고 싶어”라고 말하며 일은 꼬인다. 바르톨로메는 꼬리와 커다란 귀가 달린 개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멍, 멍” 소리를 지르고 밤에도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나는 개가 되기 싫어요”라고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 공주님이 ‘인간 개’를 원하니까. 절망이 있다면 희망도 있는 법. 인간 개 노릇을 하던 궁중에서 바르톨로메는 화가 벨라스케스를 만나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된다. 또한 그 유명한 그림 <시녀들>의 모델이 된다.

작가가 얼마나 정교하게 이야기를 짜 넣었는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란 그림 속 개가 정말 바르톨로메가 아닐까 싶을 만큼 구성이 치밀하다. 무엇보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바르톨로메의 몸부림이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

우리는 늘 자신보다 강한 사람의 편을 들고 강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데 익숙하다. 책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조연보다는 잘생기고 돈 많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 게 편하다. 이 책을 읽으며 ‘만약 내가 바르톨로메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주변의 약자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10일자)

[3월 10일 새 그림책]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나요? 외

$
0
0

 1394361267_00498533801_20140310.JPG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나요?높은 나무 위도 깊은 물속도 두렵기만 한 아기 표범을 통해 ‘두려움’의 감정을 나누는 책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주제로 한 그림책 ‘소중한 내 아이 감정’ 시리즈 두려움·슬픔·행복·용기 편이 나왔다. 4살부터. 

하이디 하워스 글, 대니얼 하워스 그림, 강소라 옮김/어린이나무생각·1만1000원.







1394361275_00498533901_20140310.JPG설탕 따라 역사 여행 설탕의 대량생산을 위해 아이티섬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와이 사탕수수밭과 한국인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설탕을 따라 인도를 시작으로 하여 이슬람 국가, 유럽, 아메리카, 다시 아시아로 세계를 한 바퀴 빙 도는 여행을 떠난다. 초등 3학년부터.

김곰 글, 김소영 그림/너머학교·1만2000원. 









"거창한 미래보다 지금의 행복을 선택했어요"

$
0
0

IMG_3982.JPG» 정태준·안정숙 가족이 집 뒷뜰에 있는 닭장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준영이네 동물농장’이라는 푯말을 붙여놓고, 부부는 닭과 토끼, 개를 키운다. 닭들은 뒷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시골에서 아이 키우는 2030세대(하)


호주 '워킹 홀리데이'경험 계기

'저녁과 자연이 있는 삶'결심

아이 생기자 맞벌이 생활 청산

마당과 텃밭 딸린 화순으로 귀촌

번갈아 아이 보며 출판사 운영

불안 남았지만 삶 만족감 커져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에서 승용차로 전남 화순군 북면을 향해 40여분을 달렸다. 차도 옆에는 산과 논, 밭만 있고 도통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첩첩산중이네. 화순이 이렇게 먼 줄 몰랐네”라고 말했다. 네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신기하게도 사람 사는 동네가 나타났다. 제법 큰 농협과 마트가 보이고, 보건소와 학교가 동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화순으로 귀촌한 안정숙(34)·정태준(33) 부부가 16개월된 아이와 함께 그 곳에 살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인생의 터닝 포인트
“마당과 텃밭이 딸린 시골집에서 책 쓰고 출판사를 운영하며 아이랑 산다고 하면 다들 부럽다고 말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마당 딸린 집’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어떤 분들은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열심히 돈 벌어야지 시골에서 뭐하냐며 무모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인생은 선택이잖아요. 저희는 거창한 장기 계획보다 지금 당장 행복한 걸 선택했어요.”


안씨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행복하기? 조금 모호하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다르다. 시골 생활이 전혀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지연능력’을 키우며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고된 하루하루를 이겨내며 살아간다. 그런데 도시에서 적당히 만족스러운 직장을 다니던 두 사람이 왜 시골 육아를 선택했고, 어떻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선택할 용기가 생겼을까? 


부부가 귀촌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09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서울에서 국회의원 정책 비서로  일하던 안씨와 게임 기획자였던 정씨는 결혼 뒤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이라니 집안에 돈 좀 있는 걸로 사람들은 오해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여행을 ‘인생의 버킷 리스트’로 갖고 살았던 부부는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 제도를 이용했다. 워킹 홀리데이는 나라간에 협정을 맺어 만 18~30살 젊은이들에게 여행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다. 부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년6개월동안 허브농장, 고기공장, 주방보조 등의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힘들게 번 돈으로 4개월간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을 일주했다. 안씨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책구름 펴냄)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험난한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개처럼 일해 정승처럼 쓴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안씨는 “많은 이들은 결혼을 하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행복을 찾으며 살고 싶었다. 그것이 여행이었다. 외국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것은 힘들고 여행은 일부였지만 우리는 그 시간조차 좋았다”고 말했다.


호주_아웃백여행 (5).JPG» 2011년 1월말,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섬 북부해안 근처 작은 마을 리아나의 캠핑장에서 정태준씨가 고기를 굽고 있다. 이 나라는 무료이거나 저렴한 캠핑장이 잘 갖춰져 있다.

호주-_뒷뜰가꾸기 (4).JPG» 오스트레일리아 머레이 브리지(Murray Bridge)의 주택 뒷뜰에서 정태준씨가 잡초를 뽑고 있다. 부부는 이 곳에서 1년 간 머물렀다.


신혼 여행이 이별 여행이 될 뻔했던 사연
이들 부부에게 인생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만큼 여행 경험은 강렬했다. 부부에게는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행복의 개념이 이 나라 여행에서 확실하게 구체화된 셈이다.


부부는 호주에서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저녁이 있는 삶’ ‘가족 중심의 삶’을 목격했다. 학교와 일터로 갔던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저녁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공원이나 해변에서 아이들과 가족이 신나게 뛰어논다.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 빛나는 캠퍼 밴이 아니어도, 낡은 자동차와 녹이 슨 보트 한 대로도 사람들은 행복해하며 살았다. 안씨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육체 노동은 견딜 수 있있지만 여행 중 복병은 의외로 배우자였다. 안씨는 여행 중 결혼에 대한 회의가 물밀듯 밀려왔다. 모든 일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안씨는 “무계획성의 결정체”인 남편을 뒤치닥거리하면서 지쳐갔다. 아무 계획 없이 아웃백 도로를 질주한 남편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했다. 청소나 밥, 게임, 에어컨 같은 일상의 문제로 둘은 자주 다퉜다. 여행 한 달이 안돼 안씨는 이혼 결심을 했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은 굳는다고 했던가. 남편때문에 예정에 없던 길에 들어서면 짜증부터 냈던 안씨는 여행이 끝난 뒤 한결 느슨하고 여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씨는 “묘하게도 어느 길이든 들어서면 그 길만의 매력이 있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그런 것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삶의 의외성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 커플로 7년동안 연애를 한 사이었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서울에서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몰랐는지도 확인했다.


정씨는 광주가 고향이고, 안씨는 전북 진안 산골마을에서 자랐다. 안씨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자연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버리고 싶어했던 촌스럽고, 오래되고, 시골스러운 것들을 스스로 갈망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밤 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을 보며 서로의 상처와 장단점, 하고 싶은 일 등등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외로웠고, 남들 기준에 맞춰 사느라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곤했는지도 알게 됐다. 둘은 앞으로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아이가 태어나면 마당이 있는 집에서 이웃들과 친밀하게 교감하며 살자고 서로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마친 둘은 비로소 부부로서 한 팀을 이룰 수 있었다.   


IMG_3976.JPG» 아빠, 엄마와 마당에서 즐겁게 놀며 16개월된 준영이가 활짝 웃고 있다.


IMG_3973.JPG» 정태준, 안정숙 부부와 16개월 된 아이.
 

단순하고 간결한 삶, 일단 실천하는 삶
2011년 귀국해 안씨는 다시 국회의원 정책비서 일을 하며 틈틈이 오스트레일리아 일주 경험을 정리해나갔다. 정씨는 소설가의 꿈을 위해 도서관에서 소설을 썼다. 정씨는 “돈때문에, 또는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2년 1월 덜컥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다짐하던 삶을 좀 더 빨리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저녁이 있는 삶’을 아이와 함께 누리고 싶었다. 아이 출산 전까지 책 원고를 완성하고, 아이가 돌이 되기 전 귀촌해 출판사를 차려 책을 내자고 둘은 약속했다. 실제로 부부는 아이 돌 한 달을 앞두고 화순으로 와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집시 같은 생활, 경제적으로는 열악한 현실이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자 마음 먹었다.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했지만, 일단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 떠났다. 떠나니 살아졌고, 그 경험속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얻었다. 자신들의 의지대로 인생을 꾸려가다보니 삶에 대한 만족감이 커졌다. 완벽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없다는 것도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다. 여행을 떠날 때처럼 부부는 자신들이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 미련없이 서울 생활을 접었다. 현재 자신들이 쓰는 책 이외에도 외부 필자의 책 세 권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시골 생활을 하다보니 적게 써서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생각은 덜 든다.
 

시골 생활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낮에는 서로 번갈아가며 일을 하거나 아이를 보고, 매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밥을 해먹는다. 아이가 잠이 들면 또 업무에 몰두한다. 마당에 있는 나뭇잎 쓸기, 집 곳곳 수리하기, 가축 돌보기 등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제 밭에 농작물을 가꾸기 시작하면 그 일도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될 것이다.


 “여행이 정답이 아니듯, 귀농·귀촌만이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녜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선택하는거죠. 저희가 도시에서 맞벌이를 하며 살았다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몇 배는 부유했겠죠. 하지만 자연친화적이고 아이와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삶,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은 포기해야했겠죠.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 아닐까요? ”

화순/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4월2일, ‘세계 어린이책의 날’ 아세요?

$
0
0
 00498605801_20140311.JPG» ‘세계 어린이책의 날 포스터전’(International Children’s Book Day) 포스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포스터전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그럼 4월2일은 무슨 날일까? 바로 ‘세계 어린이책의 날’(International Children’s Book Day)이다.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는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독서를 장려하자는 뜻에서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생일인 4월2일을 세계 어린이책의 날로 제정하고, 1967년부터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관장 여위숙)에서는 세계 어린이책의 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남이섬(대표 강우현)과 공동으로 ‘세계 어린이책의 날 포스터전’을 열고 있다. 5월5일까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967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회원국 중 38개국에서 발행한 세계 어린이책의 날 기념 포스터 46점과 각국의 대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 포스터 가운데에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 모리스 센닥을 비롯해 <안데르센 동화>를 쓴 이브 스팡 올센 등 유명 작가들이 세계 어린이책의 날을 기념해 만든 포스터가 여러 점 포함돼 있다. 또 국제아동도서협의회에서 2년마다 수여하는 아동문학의 노벨상인 ‘국제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들의 대표작 가운데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도 함께 전시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역대 세계 어린이책의 날 후원 국가에서 전하는 포스터와 메시지를 통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어린이 책의 소중함을 알리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청연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11일자)

분만 시 아빠의 역할

$
0
0


원시 시대의 일부 민족에서는 엄마의 출산일이 다가오면, 아빠는 자리에 누워 출산의 고통을 흉내 내는 거짓 의식을 벌인다. 이를 통해 주위 사람들은 아기의 아빠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출산 장소와 같은 모양으로 집을 만드는데 모든 악령들을 그 곳으로 불러들여 엄마와 아기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이다. 인도 남부의 에리칼라-반두(Erickala-Vandu)족들은 엄마가 진통을 시작하면, 아빠는 엄마가 평상시 입던 옷을 입고, 여자들만이 이마에다 표시하는 마크를 자기의 이마에다 표시하는 풍습이 있다. 아빠는 희미한 불빛만 있는 어두운 방으로 가서 긴 천으로 몸을 덮고 눕는데,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 곁의 유아용 침대에 눕힌다.


이러한 전통적인 의식은 오늘날에는 아빠가 엄마의 출산 예비수업에 참여하거나 분만실에 들어가 분만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엄마의 분만과정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아빠가 분만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빠의 분만실 출입이 아기에게 주된 감염 요인이라고 생각했던 의학적 판단이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만실에서 엄마의 출산을 지켜보며 엄마의 고통을 함께 한 45,000명의 아빠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만실에 아빠가 있기 때문에 생긴 감염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다. 의학의 발달로 이제 출산은 하나의 위험한 과정으로 생각되기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일상적인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출산의 과정을 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바꾸었으며 산모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병실을 가정집처럼 꾸미게 되었다.


 

01440976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출산 예비수업


아빠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임신 중에 엄마와 함께 들었던 출산 예비수업 덕택에 아빠들은 엄마의 출산 동안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따라서 아빠들은 분만실에 들어가면 충격적인 경험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나 출산 시 오히려 아빠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출산 예비수업에서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도 점차 호흡법이나 준비 체조를 배우는 일이 늘고 있다. 출산 예비수업에서 아빠들은 임신과 출산의 생리학적 과정에 대해 배우며, 출산 시 일어나는 진통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호흡법을 익히고 있다. 출산 예비수업을 받은 아빠들은 분만 과정에서 진통 여부를 체크하고, 엄마를 따라 함께 숨을 쉬거나, 등을 주물러 주거나, 얼음 조각이나 주스를 가져왔다. 또 아내가 원하는 것을 의사나 간호사에게 알려 주며, 아내에게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켜 아내의 고통을 줄여준다. 이렇게 출산 예비수업을 받은 아빠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분만에 참여한다. 그러나 출산 예비수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분만에 일부만 참여하면 엄마의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는 반감된다. 


헨본(Henneborn)과 코간(Cogan)의 연구에 의하면 출산 예비수업에 참여한 아빠들이라고 하더라도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분만 때까지 엄마 곁을 지켰던 아빠가 진통이 처음 시작되는 동안만 분만실에 있었던 아빠보다 엄마의 진통을 더 많이 반감시켰으며, 진통제 사용을 줄였고, 출산에 대한 엄마의 인식도 더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출산 경험에 대한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은 부부관계는 물론 모자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는 엄마가 분만 과정에서 황홀감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엔트비슬레(Entwisle)와 도링(Doering)에 의하면 엄마가 진통이 한창 있을 때 아빠가 곁에 있었던 경우 엄마는 감정이 복받치는 출산의 쾌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한다.



01744134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파더스 하이


아빠가 분만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내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남편의 생활에도 질적인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단지 아내들의 분만에 참여한 것뿐인데, 아빠들은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그들 중 4분의 1은 황홀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실에만 있었던 아빠들은 아무도 이런 황홀감을 경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분만실에 들어가지 않았던 아빠의 88%가 분만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데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만과정에서 아빠는 큰 감동을 받는다. 아빠가 분만 과정에 참여하면서 진정한 아빠가 되고 진정한 남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내 유전자를 가진 내 아기를 낳는 고통의 순간을 지켜보는 아빠의 뇌는 황홀감을 일으키는 엔도르핀에 의해 적셔져 파더스 하이(Father's High)를 경험한다. 가족의 어려움을 묵묵히 지켜보고 그것을 잘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가장의 진정한 역할을 겪는 것이다.


더구나 아빠가 분만 과정에 참여하면 아내보다 먼저 아기를 안아볼 수 있다. 신생아와의 빠른 접촉은 부성애를 강화시키고 유지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후 아빠와 자녀의 애착형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직접 아기를 분만시킨 아빠들은 신생아의 양육에도 열광적으로 참여한다. 신생아를 출생 후 3개월 동안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아기를 분만시킨 아빠들은 다른 아빠들에 비하여 매일 한두 시간 이상 더 아기와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01440878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아빠의 역할을 일찍부터 익혀라


일부 영장류의 수컷들은 야생 상태에서 자기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잘 돌봐준다. 아메리카대륙의 아마모셋(Marmoset)이나 타마린(Tamarin)종의 원숭이들은 거의 수컷들이 새끼를 키운다. 이 수컷들은 암컷이 새끼를 낳을 때 도와주며, 새끼가 태어나면 처음 몇 달 동안은 낮에 새끼를 돌보고, 음식물을 잘게 씹어 새끼들에게 주기도 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바바리 마카크(Barbary macaque)종의 수컷 원숭이들도 어린 새끼들을 돌보고 보호한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는 숫컷들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잘 돌봐두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하여 부성애가 부족하고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자녀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린트(Lind)는 자연 분만된 아기의 아빠와는 달리 제왕절개로 분만된 아기의 아빠가 가정에서 자녀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제왕절개로 분만된 아기의 아빠는 제왕절개로 회복이 더딘 엄마 때문에 처음부터 할 일 많다. 제왕절개를 한 엄마는 자연분만한 엄마보다 출산 후 힘들고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에 아빠가 양육의 짐을 일부 같이 져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아기와의 접촉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아기를 돌보았던 아빠들은 3개월 후에도 집에서 아기를 더 잘 돌본다고 한다. 아빠는 일찍 아빠의 역할을 익히면 익힐수록 출산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빠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엄마들은 임신 초기부터 태교를 시작하는 데 반해, 아빠들은 대부분 태동을 느끼는 때부터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흡연을 하는 아빠들은 엄마가 임신 5개월이 되어서야 옆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임신 기간 내내 엄마 옆에서 흡연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제 우리나라 아빠들도 엄마의 임신 초기부터 아빠의 역할을 익혀야 한다. 임신 초기부터 태교에 관심을 갖고 출산 예비수업에도 참여하여 엄마의 분만과정에서 엄마를 도와야 한다. 그래야 아기가 출생한 후에도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빠의 부성애는 충만해지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단신] 맘스맘, 15~23일 유아용품 30% 할인

$
0
0

출산유아용품 멀티숍 맘스맘이 15일부터 23일까지 맘스맘 전국 직영점에서 10개 이상 유명 브랜드의 각종 유아용품을 평균 30%까지 할인하는 ‘맘스맘 봄맞이 베이비페어’를 진행한다.
 


봄맞이 베이비페어에서는 스토케를 비롯해 이른바 이휘재 유모차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페도라, 그리고 잉글레시나와 콤비, 브라이텍스 등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평균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며, 금액대별 다양한 사은품 증정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이와 동시에 맘스맘 일산 본점과 남양주점에서는 15~16일, 22~23일 총 4일간 주말맞이 ‘맘스맘 봄맞이 마당장터’도 진행된다. 장터에서는 카터스와 타티네 쇼콜라 등의 제품들이 균일가로 판매되는 동시에 다양한 유아용품들도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특히 22일과 23일 양일 간 맘스맘 일산 본점에서는 ‘콤비’‘레카로’ 등 각 브랜드 담당자가 참여해 현장에서 직접 유아용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일산 본점에서는 3월 한달 간, 매주 주말에 특별한 경매 행사도 선보인다. 경매 이벤트는 오후 3시에 시작되며, 총 1천 3백만원 상당의 유모차, 카시트, 아기 띠 등 필수 유아용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맘스맘 직영점 어디?

일산 본점, 화곡점, 파주점, 부천점, 남양주점, 대구 봉무점, 부산 부암점, 영등포점, 김해 내동점, 잠실점, 칠곡점, 대덕점, 광주 수완점, 해운대점, 청주 롯데점, 병점점, 울산점, 수지점, 창원 중앙점, 기장점, 부여점, 이천 롯데점(본점 포함 총 22개)


딱 한 번의 주방출입, 아빠의 기막힌 짜장

$
0
0

04182279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한국의 아버지상이 요즘 많이 바뀌고 있다. 어떤 가정은 남편이 전업주부가 되어 요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특히 유교적인 전통에서 살아오신 어버지는 어려서 할아버지와 한 상에 앉아 식사하는 시간이 늘 두려웠다고 한다. 반듯한 자세로 앉아야 했고, 조금이라도 밥 먹는 소리가 나면 바로 호통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반찬은 당신 앞에 있는 것만 먹을 수 있을 뿐, 멀리 놓인 반찬을 집기 위해 손을 뻗는 일은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수저를 드실 때까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참아야 했고, 할아버지가 수저를 내려놓으시면 더 먹고 싶어도 상을 치워야 했다고 하니 소화나 잘되셨을까 싶다. 그렇게 엄하게 자라나신 아버지는 내가 기억하는 한 한번도 주방에서 물을 떠다 주시거나 밥을 퍼다 주신 적이 없는 권위적인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엄마의 맏며느리 역할도 아주 전형적이었다. 맞벌이를 하셨으면서도 엄마는 집에 들어오면 늘 주방에 들어가셨고, 요리와 청소, 양육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기억 속에서 딱 한번 아버지가 주방에 들어가신 날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셔서는 바로 주방으로 가시더니,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앞치마를 두르셨다. 나는 신기해서 아버지 곁을 졸졸 쫓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아버지는 "조금만 기다려, 오늘은 아빠가 맛있는 거 해 줄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하시는 아버지 친구를 만나고 오시는 길이었는데, 그날 점심으로 먹은 짜장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딸래미 아들래미 생각이 나셨던 모양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엄마는 기대반 걱정반 얼굴로 한걸음 물러나 반쯤 미소를 띤 얼굴이셨다. 지금도 그때의 행복했던 기분이 잊혀지질 않는다. 


아버지가 손에 들고 계셨던 수첩 안에는 빼곡하게 짜장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재료들을 썰고 다지고 볶는 소리가 맛있게 나기 시작했다. 집안 전체에 채소 볶는 소리에 고소한 짜장냄새가 진동을 했다. 배가 너무 고프고 빨리 먹고 싶은 생각만 간절해서 아빠를 재촉했다. "아빠, 언제 되는데? 지금 먹어봐도 돼? " 아버지가 기분좋게 웃으시며 나무주걱으로 솥을 휘젖던 모습이 생생하다. 아빠 곁에 바짝 붙어 서서 간을 보며 꼬르륵 소리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침이 고인다. 드디어 완성된 아빠의 짜장은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엄마와 오빠, 나는 감탄과 감동으로 짜장밥을 먹었다. "우리 아빠 최고야~"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아버지는 권위적인 양반이셨지만, 늘 우리와 잘 놀아주셨었다. 이불을 펴놓고 레슬링도 가르쳐 주시고, 아버지 배에 올라타고 악기연주도 하게 해주셨다. 하지만 한번도 밥상을 차려주신 적은 없었다. 그러던 아버지의 대반전 짜장이었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짜장에 관해 생각나는 게 하나 더 있다. 초등학교 때 동네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중화요리점을 운영하는 화교집안이었다.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피자나 치킨집이 없었고, 외식이나 주말간식으로는 짜장면에 탕수육이 최고였다. 아버지는 내가 성적이 오르거나 상장을 받아 온 날에는 짜장면을 사먹으라고 돈을 주셨다. 2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원을 들고 친구네 집으로 가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볼 수 있었는데, 맨 처음에는 왜 가족들끼리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걸까 오해를 했었다. 중국어 발음이 내게는 마치 싸우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가면 친구도 함께 짜장면을 먹었고, 항상 군만두나 작은 접시에 담긴 탕수육이 곁들여져 나오는 호사를 누렸다. 중국 식을 배부르게 먹고 친구네서 뒹굴 거리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초등시절에는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볼거리, 먹을거리, 친구가 풍요로워 좋았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그런 재미는 점점 사라졌던 것 같다. 가끔 친구네 주방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면은 큰 솥뚜껑같은 후라이팬에 기름이 늘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났던 게 전부다. 가끔 그 팬에서 불이 붙었는줄 알고 깜짝 놀라면 아저씨가 요리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던 기억도 난다.

 

2014-03-12 20.22.29_resized.jpg


짜장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추억 때문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짜장면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채식인이 된 후로는 중국요리를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채식중국집이 있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먹자고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거리에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짜장 먹는 일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채식자장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얼핏 생각하면 참 피곤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몸을 움직이는 만큼 좋아지는 것들도 많았다. 예전에는 그저 중국집에서 간단히 주문만 하면 눈앞에 바로 짜장면이 나타났지만, 이젠 손으로 직접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짜장의 원재료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맛이 나는지도 알게 되었다. 짜장의 원재료인 춘장은 콩으로 만들어지는데, 중국식과 일본식 춘장이 있다. 중국식은 콩을 발효시켜 오랫동안 숙성시켜 검은색을 띠게 하는 반면, 일본식은 일본된장에 카라멜 색소,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 물엿 등의 첨가물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만들어진다. 대개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의 맛은 일본식 춘장으로 맛을 낸 것이다. 물론 내가 어려서부터 먹었던 짜장은 화교친구네 집에서 먹은 것이니 중국식으로 대두, 쌀, 보리, 밀 등에 종국과 식염을 넣어 발효숙성 시킨 것이었을 게다. 단맛이 났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중국식 춘장으로 조리할 때 물엿이나 카라멜 색소를 좀 섞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네 중국집에서 가족들끼리 먹는 짜장맛이 손님들한테 주는 맛과 틀렸던 것도 같다.

 

아무튼 집에서 직접 춘장을 만들어보는 노동을 감수하기엔 짜장에 대한 나의 열정이 이프로 부족했던 지라, 춘장에 카라멜 색소를 섞지 않은 원재료를 구하는 단계부터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밀가루와 대두, 식염과 종국, 주정으로만 만든 춘장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카레 만들듯 재료들을 볶다가 춘장을 넣어 끓이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요리를 했더니 맛이 이상해서 역시 우리의 입맛은 첨가물에 길들여진 것이구나 싶어 씁쓸해지고 말았다. 차분하게 춘장 만드는 법을 검색해보니, 기름에 튀겨야 제 맛이 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친구네 주방에서 들리던 요란한 기름 지글거리는 소리가 이해가 되었다. 춘장 재료의 거의 두 배 정도의 오일을 팬에 붓고, 불을 켜서 오일을 데운 다음 춘장을 넣어 튀기는 기분으로 저어주면 된다. 이때 기름을 아끼려고 박하게 부으면 고소한 냄새가 덜 난다. 중국집에서는 일반적으로 돼지기름에 튀기기도 하는데, 느끼한 맛을 싫어하거나 소화기능이 약한 분들이라면 식물성 오일로 춘장을 튀겨서 체에 받쳐 기름기를 빼 낸 후 요리에 사용하면 된다.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두었다가 유리병에 보관해두고 사용하면 편하다.

 

튀긴 춘장이 준비되었다면, 그 다음엔 채소를 썰어 볶는 것부터 시작한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짜장은 뭔가 맛이 심심할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하고 고소한 채식자장은 다이어트 걱정도 쉬어갈 수 있는 맛있고 착한 요리다. 몸이 좀 냉한 편인 나는 생강과 양파를 오일에 볶아 향을 먼저 낸다. 사천식으로 요리하고 싶을 때는 고추기름을 넣어 볶으면 좋다. 아니면 청양고추를 채썰어 생강, 양파와 함께 매운맛을 내보는 것도 맛있다. 일단 매운향이 진동하면 거기에 야채를 넣고 볶으면 된다. 이 때 고기 대신 두부를 작게 깍뚝썰기 하여 넣는다. 두부를 미리 튀겨 놓으면 고기의 질감을 대신할 수 있지만 그냥 넣어도 맛있다. 시간이 좀 남는 날에는 두부에 녹말옷을 입혀서 미리 튀겨놓았다가 요리하는데 그러면 조금 더 고소한 맛이 난다. 유부를 사용해보니 질감이나 맛이 떨어져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직접 두부를 사용하게 되었다. 생강 양파향이 재료에 스며들어가서 은근하게 깊은 맛이 나는 게 일품이다. 이렇게 볶아진 재료들 위에 튀긴 춘장을 넣고 끓이면 된다. 좀 더 걸쭉한 자장을 원한다면 전분가루를 물에 개어 조금 풀어 같이 끓여주면 된다.

 

맛있는 짜장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면 우리 아들은 항상 제 방에서 나와 채소가 채 익기도 전에 냉큼 한숟가락을 먹어보고는 내가 예전에 아빠를 재촉했던 것처럼 말한다. “ 언제 먹을 수 있어? ” 

 

움푹한 국대접 같은 곳에 짜장을 담아내면 왠지 맛이 없어 보인다. 넓적한 접시에 면이든, 고슬하게 지어진 밥이든 조금만 덜어 그 위에 짜장을 보기좋게 담고, 오이를 가늘게 채썰어 고명으로 얹어야 제맛이다. 통깨를 살살 뿌려주면 완성이다. 양은 많이 달라고 해도 조금만 담아주시기 바란다. 먹고 더 먹는 재미를 느끼는 게 배불러서 남기는 것보다 항상 옳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지나치게 배부르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고문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선물해주는 추억보다 그 과정에 같이 참여하는 추억이 더욱 오래 깊은 기억으로 남는것 같다. 그 시절이 그립다. 

[단신] 지친 엄마들을 위한 다양한 힐링 프로젝트 모음

$
0
0

서울국제 임신출산육아용품 전시회(베페 베이비페어) 주최사인 베페가 임신 및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젝트 ‘베페렐라’를 진행하고 있다. 매월 3명을 선정해 베이비 사진 전문 스튜디오 ‘베이비 파스텔’에서 사진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이하 스드메)서비스를 제공하고 엄마들이 선호하는 1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선물로 증정한다.

 

베페는 또 오는 20일까지 ‘임신, 행복 그리고 변화’라는 주제로 4월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이번에 ‘베페렐라’로 선정된 3명에게는 ‘스드메’ 서비스가 제공되며, 100만 원 상당의 무스텔라 ‘임산부&베이비 스킨케어’ 풀 패키지와 키디 카시트 ‘릴렉스 프로’를 선물로 증정한다. 참가 희망자는 베페 홈페이지(http://www.befe.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최종 선정자는 오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랑콤'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환한 얼굴, 밝은 마음, 아름다운 미래’라는 주제의 캠페인을 진행한다. 랑콤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경력 단절 여성 대상 뷰티 클래스를 진행했으며, 캠페인 웹사이트(app.lancomekorea.co.kr/womens-day)에서 재취업 희망 여성의 사연을 받아 매달 10명에게 개인별 맞춤 심리분석 책인 ‘내마음보고서’를 전달한다. 더불어 오는 16일까지 재취업 중인 예비 워킹맘을 응원하는 온라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라는 캠페인을 통해 암 치료 과정에서 외모 변화로 고통받는 여성암 환자에게 메이크업, 피부관리 등을 제공하고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 포털사이트 (http://makeupyourlife.amorepacific.com)에서 1:1 메이크업 카운셀링을 신청할 수 있으며, ‘여성암 환우들을 위한 셀프 뷰티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흑백 모빌보다 엄마의 눈동자

$
0
0
20131220_3.JPG 

엄마의 웃는 얼굴이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 시각발달의 결정적 시기, 생후 1년
 
출산준비물을 구매해 본 부모들이라면 흑백모빌을 구매 안한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필자 역시 책으로 된 흑백모빌, 천장에 다는 흑백모빌, 장난감 흑백모빌 등등 두루 섭렵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흑백모빌보다 더 중요한 자극체가 바로 엄마의 눈동자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젖을 먹는 동안, 엄마와 아기의 시선 거리는 보통 20cm 안팎, 이 거리는 태어난 지 한달이 채 안 된 아기가 볼 수 있는 거리입니다.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아기에게 허상안경을 씌워보았습니다. 아기는 자기의 눈 앞에 공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자 아기는 공을 잡으려고 손을 휘두르고 공이 손에 잡히지 않자 당황하거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즉 시각적 정보의 습득은 또 다른 감각능력인 거리감각- ‘눈에 보이면 손에 잡힐 수 있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아기는 시각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거리지각이 생겨납니다 . 아기의 거리지각 실험은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비누방울을 만들어 아기의 눈 앞에 불어보면 아기는 눈에 보이는 것이 손에 잡혀야하는데 잡은 비누방울이 사라지는 것에 상당한 놀라움을 나타냅니다. 3개월 무렵의 아기들은 보는 것과 동시에 사물의 거리를 파악하는 능력까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것입니다 .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아기들의 시각은 점점 깊고, 섬세하게 발달해 나아가는데, 이런 과정을 겪는 동안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아기들이 공통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사물이나 형태 즉 시각선호도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개월 된 아기는 직선과 곡선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할까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직선과 곡선 중에 어느 것이 아기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실험결과, 아기들은 직선보다는 곡선을 좋아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단순한 형태를 보이는 카드 vs 복잡한 형태를 보이는 카드. 아기는 어떤 카드를 더 좋아할까요? 아기들은 복잡한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실험으로 눈코입이 크고 또렷한 얼굴과 눈코입이 작은 얼굴 중에서 어떤 얼굴을 좋아할까요? 좀 자극적이라 생각되나요? 아기들은 눈코입이 또렷하고 윤곽이 큰 얼굴에 더 호감을 나타냈습니다. 어쩌면 훈남 훈녀에 대한 선호도는 모태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여기까지는 약간 잡다한 수다 같은 느낌이였다면 본격적으로 이글을 읽는 당신에게 퀴즈!
7개월 된 아기는 다음 중 어느 얼굴을 가장 좋아할까요?

1. 사람의 눈처럼 찍힌 두개의 점 모양
2. 가까이 다가온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 얼굴
3. 끄덕거리면서 아기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 얼굴
4.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

<정답은 이글의 맨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3,4개월된 아기는 웃는 얼굴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것은 아기들이 찡그린 얼굴과 웃는 얼굴에 즉 부정과 긍정에 대한 변별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기들은 사회적으로 유능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자극도 사람의 얼굴을 그중에서도 눈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기들과의 눈맞춤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눈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습니다.

소위 눈치를 본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용어로는 사회적 참조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9개월 정도된 아기들은 애매한 상황 또는 위험한 상황에서 엄마의 눈치를 봅니다. 이 때 엄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긍정의 사인으로 또는 ‘애비~’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면 부정적 사인으로 받아들여 아기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아기의 시각발달에서 친숙한 자극 특히 엄마라는 자극은 매우 중요한 것이죠. 엄마의 눈을 따라 아기도 눈을 따라 갑니다. 엄마가 시선 가는 데 아기도 시선이 가고 엄마가 집중하는데 아기도 집중합니다. 함께 놀아줄 때 함께 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대화를 하면서 서로 딴 곳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맘이 함께 있지 않다는 무의식적 사인이죠. 내 아이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이고 인지적 발달의 첫 단추. 바로 엄마와 아기의 눈맞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 정답 4번.

유아를 위한 `선행교육 규제법'은 없나요?

$
0
0

 04574756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2014년 2월12일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습니다. 이런 특별법 자체가 지극히 한국적 교육열을 대변해 줍니다. 영어와 수학 과목을 위해 86% 이상의 중고생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학부모층은 사교육비에 시달리면서도 이런 규제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금지법이 과연 실효성을 지닐까요?" 

"그래 맞아! 대선 공약이었고 비용 발생이 안 되는 것이니... 그런데 이런 법적 장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네요. " 

    

중고생들 학부모가 선행교육 규제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유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누리 과정'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운영이 하루 5시간으로 의무화된다고 하네요!”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7차 유아교육과정 때문에 은근히 문자교육과 학습지에 시달리는 것 같았어요. 영어도 하고, 방과 후 특성화활동도 많았어요. 그래서 둘째는 학습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는 어린이집을 선택했는데, 서서히 유치원 생활과 비슷해지고 있어서 실망입니다. 결국 취학 전에 누리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문자와 수 개념 등 이것저것을 준비시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많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거든요."

 

어린 자녀를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는 부모들은 지금까지 '현실적 절충안'을 선택해 왔습니다. 즉 어릴 때는 잘 놀아야하니까, 보육에 역점을 둔 어린이집을 보내다가, 만 5살이 되면 학교 준비를 위해 유치원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속사정은 유치원에서 당연히 교육에 비중을 두어 취학 준비를 '자연스럽게'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많은 현장에서 단계별 학습지를 통해 글자와 수 개념을 깨우치는데 힘쓰고, 영어 준비까지 어느 정도 채워주니까 안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가 수준의 누리과정” 도입이후 영유아 보육/교육현장에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이 동일하다고 여기는 학부모들이 만5살 자녀를 구태여 번거롭게 유치원으로 이동시키려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사립 유치원은 보육 현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방과 후에 누리과정을 넘어선 특별 학습지 뿐 아니라 평균 5개 이상 예체능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병설/단설 유치원에서는 활동 중심에 역점을 두는 경우도 많지만 사립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추어 학교 갈 준비를 더 철저하게 시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어린이집 현장 역시 표준화된 누리과정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면서, 유치원과 동일함을 부각시키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특별 활동비는 공인된 사교육비입니다. 다시 말해 이래저래 우리 아이들은 유아기부터 선행 교육의 분위기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통일화된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차별 없이 '정책적으로'유아 복지를 실천한다는 취지이지만, 자녀교육 방법이 선택의 여지없이 ‘표준화’되어가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런 발달의 '성숙'을 존중받기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구분 없이 “취학준비”를 더 체계적으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수준’에 따른 누리교육은 ‘세계 수준’의 유아교육을 향해 확장되어야 합니다. 누리과정이 국가 통제를 받으며 시행되기보다 유아 현장을 위한 하나의 제시여야 합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각 현장에서 각 상황에 따른 자율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위해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Q. 올해 큰 아이가 2학년이 되었습니다. 지훈이는 글씨와 수를 전혀 모르는 채 입학했습니다. 작년을 돌아보니 큰 사고 없이 학교에 적응한 것이 고마운 일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를 그대로 받아주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글씨를 늦게 배워서인지 아이가 요즘 책에 너무 빠져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대로 허용해도 좋을까요? 아님 운동이라도 시켜야하나요?


A.한국 상황에서 이런 자녀교육관을 끝까지 관철하기에 쉽지 않은데, 성공 사례이군요. 대부분 학부모들은 취학 전에 적어도 글자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지적 능력에서 "성숙의 때"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학교 준비를 너무 잘 시켜주면 오히려 그런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업 참여도, 동기 유발 능력이 부족하여 산만한 학습 태도를 보이기 쉽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보고입니다.

지훈이는 학교에 들어가서 스스로 문자를 터득하였으니 책 읽는 재미 역시 이제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서에 몰두하는 것이니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물론 아이 발달에 충분한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적어도 주말에는 규칙적인 가족 산책을 권장합니다.   




  


아이들 황금 똥 먹고 누렇게 영근 호박

$
0
0
 00499231201_20140317.JPG» 그림 책읽는곰 제공


초등학교 짝꿍이 겪은 일 소재 
호박밭 아저씨의 독려와 호통 
냄새까지 잘 살려 그림책으로 

 1394966325_00499252001_20140317.JPG똥호박 
이승호 글, 김고은 그림 
책읽는곰·1만1000원

책에는 똥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데 그 냄새가 참으로 구수하다. 누런 황금 똥 먹고 누렇게 영근 호박 표지부터가 그렇다. 더럽다 여기지 말고 글쎄, 이야기부터 들어볼 일이다.

여섯 살 동이, 네 살 동순이가 있다. 심심한 어느 날,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호통 아저씨와 마주쳤다. “야아, 늬덜 일루 좀 와 봐라!” 동네가 쩌렁쩌렁, 아이들은 쭈삣쭈삣. 아저씨 질문은 기가 막힌다. “동순아, 아침 많이 먹었니야?” “이예.” “아침 많이 먹었으문 배 안에 똥도 많이 찼겄네?” “잘 모르겄는디유.”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아저씨가 파놓은 구덩이에 앉아 똥을 누게 된다. 겁이 난 동순이, 아무리 낑낑대도 똥이 안 나온다. 결국 작은 똥 찔끔. 아저씨는 혀를 찬다. 다음은 동이 차례. 동이가 엉덩이를 내리자 “뿌우욱!” 큰 소리가 났다. 똥 한 무더기가 수북이 쌓였다. “아주 금똥이구먼, 금똥이여!”

아이들이 똥을 싼 곳은 아저씨네 호박밭. 그해, 아저씨 밭에는 튼실한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저놈들 똥 먹고 자란 호박이유, 으흐흐.” 그때부터 아저씨는 동이네 집에 호박을 잔뜩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늬덜 참 장한 일 했다이.” 엄마 아빠는 마냥 좋아하신다. 엄마는 호박으로 죽도 쑤고 떡도 찐다. 오누이는 호박죽 먹고 한 뼘, 호박떡 먹고 또 한 뼘 자란다.

호통 아저씨는 호통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동이 아저씨, 동순이 아줌마한테 호박을 보내준다고 한다. 호통 할아버지는 요새도 동네 아이들에게 호통을 친다. “늬덜 똥은 어쩌자고 이 모냥이냐? 먹는 게 달라져서 그렁 겨? 옛날에 동이랑 동순이 똥은 참 좋았는디 말여.”
글을 쓴 이승호 작가는 이 이야기가 초등학교 때 짝꿍이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충남 예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당시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늘 생각해오다가 어른이 되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잘 익은 똥과 토실토실한 호박의 느낌을 냄새까지 잘 살려 그린 이는 독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김고은 작가다. 두 작가는 <책 좀 빌려줘유>에 이어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4살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책읽는곰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17일자)

수컷 공작의 화려한 유혹

$
0
0

1394966193_00499231601_20140317.JPG» 그림 다섯수레 제공



1394966086_00499230801_20140317.JPG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 

멜리사 스튜어트 글 

세라 브래넌 그림, 이우신 옮김 

다섯수레·1만2000원


“새와 깃털은 마치 나무와 잎, 하늘과 별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예요.” 여느 과학책과 달리 깃털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 <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의 설명은 깃털처럼 보드랍다. ‘깃털의 쓰임새 16가지’라는 부제를 단 책은 새와 깃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차근히 풀어놓는다.


첫 장을 펼치면 공작, 백조, 붉은꼬리말똥가리, 푸른어치, 미국알락해오라기, 뱀목가마우지, 홍관조, 미국원앙, 모란앵무, 미국회색멧새의 깃털이 저마다 빛깔을 뽐내며 늘어서 있다.


푸른어치는 춥고 축축한 날 깃털을 부풀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앙은 제 몸에서 뽑은 깃털로 따뜻한 둥지를 만든다. 붉은꼬리말똥가리의 두꺼운 깃털은 햇볕 뜨거운 여름날에 자외선을 차단해준다. 곤봉날개무희새는 등과 날개의 깃털을 비벼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암컷의 주의를 끌고 싶은 수컷의 노래다.


깃털을 보다가 새를 보고, 새를 통해 깃털을 보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책 마지막엔 과학자들이 깃털을 분류하는 방식도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두었다. 생물학과 문학을 함께 공부한 미국의 어린이 과학책 저술가인 멜리사 스튜어트가 쓴 책을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가 옮겼다. 초등 1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그림 다섯수레 제공



엄마한텐 배짱이 필요해

$
0
0
00499213401_20140317.JPG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지음,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1991)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가방이 조금만 무거워도 돌아다니기 싫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자는 아이는 업고 기저귀 가방은 둘러멘 채 나들이를 해낸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 낳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을 해내는 제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그렇다고 엄마가 정말 강한 것은 아니다. 늘 자신이 잘하고 있나 걱정스럽고 혹시 아이를 망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 현실의 엄마는 흔들리고 약하다. 다만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으려 강한 척 가면을 쓴다. 나는 엄마니까.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아이들은 강한 엄마를 원한다. 무서운 엄마는 원하지 않지만 강한 엄마는 아이들의 바람이다. 아이들은 엄마와 자신을 별개의 존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강하면 자기도 강해지고, 엄마가 똑똑하면 자기도 똑똑하다고 느낀다. 자기 스스로를 믿기 어려운 아이들은 부모를 이상화하여 그 속에서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부모처럼 나도 강하고 멋있는 어른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현실의 부모는 결코 아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애써 부모를 포장한다. 그래야 자신이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토 와키코의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는 아이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그림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즘은 보기 드문 강한 엄마다. 외모부터 튼튼해 보이는 엄마는 행동도 거침이 없다. 엄청난 양의 빨래를 후딱 해버리고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빨 것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한다. 하늘에서 무서운 도깨비가 떨어졌지만 엄마는 조금도 겁을 내지 않는다. 그냥 빨래통에 넣고 빨아버린다. 어찌나 세게 빨았는지 도깨비는 얼굴조차 사라졌지만 아이들이 눈, 코, 입을 그려주자 다시 살아난다. 전화위복으로 심술궂던 얼굴은 예쁘게 변했다. 그러자 이제 그 모습이 부러운 수많은 도깨비들이 구름처럼 나타나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나도 빨아주세요.” 이런 난리판에도 엄마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당당하게 외친다. “좋아, 나에게 맡겨!”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무서운 도깨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하는 엄마에게 열광하고, 도깨비의 얼굴을 아이들이 새로 그려 넣어 예쁘게 바꾼다는 설정에 재밌어한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고 무서운 것도 없다. 그런 엄마와 함께 있으면 자기도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현실의 엄마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이 그림책을 읽어줄 때면 왠지 엄마도 더 강해 보인다. 자기도 힘이 쑥쑥 날 것만 같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와 이 책을 읽길 원한다. 안정감을 느끼고, 더 강해지고, 더 자라고 싶기 때문이다.

빨래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살림살이로 이처럼 거침없이 상상을 펼쳐나간 사토 와키코의 이야기 전개는 그야말로 속이 시원하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걱정투성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어차피 지나갈 것이고 아이들은 자랄 것이다. 걱정은 현실을 더 잘 맞이하기 위한 수단일 때만 의미가 있다. 걱정한다고 바꿀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걱정을 멈추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가진 것도 없고, 믿을 것도 없지만 그냥 배짱을 좀 부려야 한다. “좋아, 나에게 맡겨.” 엄마에겐 배짱이 필요하다. 배짱 좀 부려도 된다. 세상에 그처럼 자식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한림출판사 제공


[3월 17일 새 그림책] 말썽이 아냐, 호기심 대장이야 외

$
0
0


1394966393_00499231001_20140317.JPG

말썽이 아냐, 호기심 대장이야_또 고장 내려느냐는 엄마의 호통. 하지만 아이는 시계 안쪽이 궁금했을 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말썽꾸러기라 부르는 동우는 알고 보면 호기심 대장. 착한 마음을 지닌 아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4살부터. 


김민화 글, 전미화 그림/웅진주니어·1만1000원. 









1394966404_00499231101_20140317.JPG

해바라기야!_“온다는 말도 없이/ 전화도 없이/ 문자 한 통도 없이”(‘소나기’), “저리 세게 때리자면/ 자기들도 힘들 거야/ 몸살 날 거야”(‘태풍’), “하늘의 배꼽, 또는 숨구멍”(‘보름달’) 짤막짤막한 표현이 시가 된다. 단숨에 읽히며 발랄하게 흡수되는 동시집이다. 초등 1학년부터. 


최명란 글, 정은영 그림/창비·9000원. 













1394966411_00499231501_20140317.JPG

전쟁이 남긴 기적 _ 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찰리 형제는 바닷가에서 독일군 출신의 포로로 영국에서 살게 된 두 남자를 만난다. 이들을 통해 엄마가 아끼는 낡은 목각 인형에 얽힌 사연이 펼쳐진다. 영국 작가 마이클 모퍼고의 작품이다. 초등 3학년부터. 


마이클 포먼 그림, 김은영 옮김/ 풀빛·1만원.




[오늘의 육아 한마디] 당분, 아이들 뇌에 안좋은 이유

$
0
0

01126992_P_0.jpg» <한겨레> 자료사진

 

<당분이 많은 음식이 아이들 뇌에 해로운 이유>


● 설탕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을 대신하면서, 뇌가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의 결핍을 초래한다.
 
●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는 아이들은 아이큐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고, 학업 성적이 낮으며 기분이 변덕스러운 경우가 많다.

● 주의력 결핍 장애와 과잉행동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종종 당분이 많은 식품에 과민 반응을 보인다. 페트(PET) 사진은 그런 아이들의 뇌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고혈당은 그런 아이들에게 과격한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촉진한다.
 
● 어릴 때부터 정백당을 고질적으로 많이 섭취하면 과잉행동증 아이는 물론 정상적인 아이도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 청량음료나 가공식품에 든 단당류를 많이 섭취하면 뇌 세포 손상·조기 노화·노인성 치매 등 뇌 질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뇌를 살리는 기적의 영양소> 중(진 카퍼 지음, 북플러스 펴냄)-


 
씨엔엔(CNN) 의료 전문기자로 활동했고 건강과 영양 관련 저술을 주로 해온 저널리스트 진 카퍼가 쓴 <뇌를 살리는 기적의 영양소>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과자나 음료수, 각종 가공 식품이 안좋다는 것을 많은 부모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도 먹으니까, 우는 아이를 달래려, 쉽게 요리해서 빨리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어느 순간 단 음식을 아이에게 건네주곤 하죠. 그렇게 한 번 두 번 단 음식을 아이에게 주기 시작하면 그 횟수는 점점 늘어만 납니다. 아이들은 또 단 음식 먹는 것에 길들여지고요. 자, 당분이 아이들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고, 오늘부터라도 단 음식을 덜 주는 노력 해보는 것 어때요?
 

선아생각 anmadang@hani.co.kr

Viewing all 4145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