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사진 자료 <곽윤섭 기자>
감수성기에 맞추어 적절하게 자극하고 교육하자
뇌의 무게는 전체 체중의 2%밖에 나가지 않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합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칼로리가 많이 소비되므로 머리를 쓰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됩니다. 뉴런을 따라 이동하는 전기신호는 180cm가 넘는 성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0.2초 만에 전달됩니다. 또한 하나의 뉴런은 1초에 250개에서 2,500개의 자극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뇌는 수분이 부족하면 뉴런의 신호전달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하루에 체중 11kg당 물 한 컵은 먹는 것이 좋습니다.
뉴런의 발달은 수정된 지 약 4주 된 배아에서 시작되고 놀라운 속도로 진행됩니다. 임신후 4개월이 지나면 약 2,000억 개의 뉴런이 형성되지만, 그 중 절반 정도는 성장하는 태뇌의 어떤 영역과도 연결되지 못해 5개월째에 소멸됩니다. 뇌의 구조는 임신 중에 만들어져 태어나는 순간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태어나지만, 그 기능은 출생 이후에 지속적으로 발달합니다. 뇌가 발달한다고 해서, 없던 부위에서 뉴런이 새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신생아의 뇌 안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는데 출생 이후 뇌 발달은 각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와 크기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뉴런은 아이가 성장하여도 숫자가 거의 늘어나지 않고 노화로 소멸될 경우 일부만 재생되는데, 시냅스는 일생동안 자극과 교육에 의하여 새로 생기기도 하며 가지치기를 당하여 소멸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는 처음에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발달의 시간표에 따라 36개월에 최고가 되도록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뇌의 영역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그 발달과업에 해당하는 시냅스의 증가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발달과업은 연습을 통해서 배울 수 없거나 혹은 있다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효과밖에 거둘 수 없습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침대에 묶인 채로 10대 중반까지 지내던 여아가 당국에 의해 구조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여아는 말을 배우지 못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구조 후 여러 교육기관에서 언어교육을 시도하였지만, 이 여아는 유아수준의 간단한 의사소통 이상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였습니다. 뇌의 각 기능이 발달하는데 아주 중요한 감수성기가 존재하여 그 시기를 놓치면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경험기대적 발달은 적당한 자극이 중요하다
그리너(Greener)는 일부 시냅스의 변화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것을 ‘경험기대적인 발달’이라고 하였습니다. 경험기대적인 발달은 유전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고 정상적인 환경에서 모든 아이에게 기대되는 변화로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언어 영역의 발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정상적인 뇌가 시각이나 청각적 자극에 노출되면, 조물주가 만든 과잉된 시냅스를 적절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로 정리해서 엄마의 모습이나 말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뇌라도 36개월까지 시각 자극을 받지 못하면 그 아이는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하고, 13세까지 아무 말도 듣지 못하면 그 사람은 언어를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회의 창이 지나면 그 과제를 수행하도록 활당된 뉴런은 잘려 나가거나 다른 과제를 수행하도록 새로 배당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유아 시기에 뇌발달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감수성기 동안 해당 자극에 노출되어야 하며, 만일 이 시기를 놓치면 뇌발달이 지연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감수성기란 발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서, 외부 환경에서 받아들이는 특정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신경회로를 만들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의미합니다. 시각이나 청각, 감정, 운동기능 같이, 진화론적으로 조물주가 만든 아이의 기본적 기능은 감수성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험기대적 발달은감수성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많이 자극을 받았다고 하여도 남보다 2배 이상 발달하지는 않습니다. 즉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시각의 발달은 12개월 이전에 이루어지는데 선천성 백내장 아이를 24개월 이후에 수술을 해주면 시각장애가 올 확률이 많지만 12개월 이전에 수술하면 정상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부모가 아이를 미술가를 만들고 싶어서 시각적인 자극을 10배 이상 준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시각은 2배 이상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자극을 받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 때 노출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운동신경: 김연아와 박지성선수를 만드는 운동신경의 창은 태아가 발육하는 동안 열립니다. 아기를 낳아본 사람은 운동신경이 연결되고 강화되는 임신 제3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태아의 움직임을 또렷이 기억할 것입니다. 아이가 운동 기능을 배우는 능력은 태어나서부터 9세까지 가장 왕성합니다. 기어 다니기나 걷기처럼 단순해 보이는 운동도 실제로는 내이의 균형 감각으로부터 받아들인 정보와 팔다리 근육으로 나가는 출력 신호를 통합하는 등, 신경망 사이의 복잡한 연합을 필요로 합니다. 영유아기의 신체놀이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감정 조절: 생후 2개월부터 30개월 정도까지 감정 조절을 발달시키는 창이 존재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감정의 뇌가 전두엽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또한 감정조절은 환경의 영향도 큽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기를 부모가 지나치게 보호하면 그 아이는 커서는 수줍음을 많이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아기 때부터 다른 아기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으면 소심한 성격이 극복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능, 사회성, 정신분열증, 공격성 같은 유전적 성향은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언어력: 신생아의 뇌는 백지상태가 아니라 수용언어를 포함한 특정 자극을 처리하도록 특화되어 있습니다. 수용언어를 습득하는 창은 태어나자마자 열리고 6세 무렵에 닫히기 시작해 11-13세 무렵에 다시 한번 줄어드는데 그 나이를 넘기면 언어를 습득하기가 어려워집니다. 12개월 이후에 외국어를 배우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려는 욕구가 강하여, 야생환경에서 자라는 늑대소년도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문법을 습득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유년기에 특별한 창이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언어력을 본능적으로 타고나기 때문에 생후 2개월에 옹알이를 합니다. 8개월이 되면 엄마나 아빠 같은 간단한 단어를 말합니다. 뇌의 언어영역은 18-20개월 무렵에 아주 활발하게 작동하여 하루에 열 단어 이상 배울 수 있습니다. 4세에는 약 900개의 어휘를 구사하고, 6세 무렵에는 2,500개에서 3,000개로 늘어납니다.
▲ 수학적 사고: 아이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숫자를 이해하게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아들은 기본적인 숫자감각을 타고납니다. 수학의 뇌는 어떤 집합에 속한 대상의 개수를 가늠함으로써 대상을 구분하는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유아들도 두 개와 세 개의 차이를 분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가다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일일이 세어 보지 않더라도 몇 마리인지 알아차리게 되는데 이는 타고난 수 감각 덕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3세 아이들도 5란 숫자를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개수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압니다.
▲ 악기 연주: 아기는 2-3개월만 되어도 음악에 반응합니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은 태어나면서 열린다고 해도, 아기의 성대를 조절하는 운동 능력은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48개월은 되어야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손재주가 생깁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5-6세 때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가 악기 훈련을 받지 않은 아이보다 시공간적 과제에서 훨씬 더 높은 수행력을 보인다고 하는데 그렇게 향상된 능력은 장기간 지속됩니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면 좌측 전두엽에서 수학 논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자극하여 수리력도 좋아집니다.
경험의존적 발달은 노출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피아노 연주나 미술 등의 예술적인 기능, 수영이나 피겨스케이팅 등의 운동기능, 수학이나 독서 등의 인지기능은 아이의 풍부한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거나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에 대해 말한다면 독서는 조물주가 아이의 뇌에 이미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만들어 놓은 시냅스가 없어 기존의 경험기대적 발달의 신경회로, 즉 시각, 청각, 언어, 운동의 신경회로를 이용하여 시냅스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경험의존적 발달이라고 하는데 개인차가 많을 뿐 아니라 남보다 먼저 남보다 더 많이 제공할 경우에 발달이 앞당겨지거나 발달이 더 강화됩니다.
경험의존적 발달은 꼭 영유아기 때만 발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에서도 훈련과 학습을 통하여 시냅스가 증가하고 신경망이 정교해집니다. 즉 언제부터 자극하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극하였느냐가 중요합니다.독서의 경우 자극을 100배 이상 많이 받는다면 다른 아이에 비하여 100배 이상 발달할 수도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누구나 그 분야에 5,000시간 이상 노출하면 영재가 되고, 1만 시간 이상 노출되면 세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1만 시간 노출의 개념은 심리학자인 에릭슨에 의하여 제안되었습니다. 에릭슨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세 군으로 나누었는데, 제 1군은 ‘엘리트’로 장래에 세계적인 수준의 솔로 주자가 될 수 있는 학생들이었고, 둘째군은 그냥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들이고, 셋째군은 프로급 연주를 해본 적이 없고 공립학교 음악교사가 꿈이 학생들이었습니다. 세 군에 속한 학생들은 대략 5세 전후에 연주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몇 년간은 대략 일주일에 두세 시간씩 비슷하게 연습을 했지만, 8세 무렵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자기 반에서 가장 잘하는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연습을 더 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20세가 되면 엘리트 학생은 모두 1만 시간을 연습하게 됩니다. 반면 그냥 잘하는 학생은 모두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합니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와 프로 피아니스트의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추어들은 어릴 때 일주일에 세 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았고, 그 결과 스무 살이 되면 모두 2,000시간 정도 연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프로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매년 연습시간을 꾸준히 늘려 바이올리니스트와 마찬가지로 결국 1만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에 의하면 1만 시간의 법칙은 작곡가, 수영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바둑기사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도 적용됩다고 합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연습하는 것과 같습니다.즉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뇌는 영재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1만 시간이란 엄청난 것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억지로 그 정도의 노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그 분야에 재능이 있어야 하고, 자기가 좋아해야 하며,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있어야 합니다. 또 지속적으로 보상을 해주어서 자기 스스로 의욕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영유아기 때부터 미술과 음악같은 경험기대적 발달의 노출을 시작한 아이보다는 초등학교 때 시작한 아이들이 세계적인 미술가나 음악가가 많은 이유는 영유아기에는 부모에 의하여 타율적으로 하는 반면 초등학교 때에는 자기주도성이 생겨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여서 노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5,000이나 1만시간 노출될 확률이 더 많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