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누리집에 올라온 여성 구직자 ‘면접 요령’ 물의
“커피 심부름 주어지면 ‘정성껏 타겠다’고 답변해라”도
여성단체 “성차별 감독기관 맞아?”…고용부 “경위 파악”
문: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답: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
문: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답: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받아칠 여유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내 육아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회사도 있으니 신중히 답하라”고 했다. 이어 “여성으로서 유아 교육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아 ‘인재’로 평가받는다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답변을 모범답변으로 제시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는데도 육아·보육을 온전히 여성의 ‘책임’으로 보는 태도다.
특히 성희롱에 관한 질문에는 “최근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 독자적 견해를 말하라”고 했다. 성희롱에 관한 문제 제기를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들이 회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로 치부한 것이다. 직장 내 성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기관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자연스럽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엿보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이날 성명을 내 “여성 구직자에게만 결혼 계획이나 육아 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인데도 이를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성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여성을 부차적 업무를 하는 보조노동자나 임신·출산 전까지만 일하는 임시노동자로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이 나온 뒤인 이날 오후 3시께 문제의 내용은 누리집에서 사라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삭제했다. 정확한 게재 경위를 파악한 뒤 고용정보원 직원을 대상으로 성교육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