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한 어린이가 보육교사의 품에 안긴 채 현관 밖을 바라보며 밤늦도록 데리러오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 모두 밤샘 근무를 하는 원아들은 귀가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서 잠을 청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린이집 운영 실태 어떻기에
교사 1명이 많게는 23명 맡아
하루평균 10시간 중노동
원장의 교사겸직도 업무량 가중
“업무 스트레스 곧장 아이들에게…”
전문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
보조교사제 도입 등 환경 개선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은 점심시간이면 전쟁터나 다름없다. 교사 2명이 만 2살 아이 18명에게 40여분 에 모두 밥을 먹여야 한다.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는 아이, 음식을 흘리는 아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아이 등등 다양한 상황이 속출한다.
경기도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황아무개(39) 교사는 16일 “아이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해야 하는데 몸이 지치고 힘드니까 무작정 먹으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그 시간에 자신의 끼니도 해결해야 한다. 보육교사들은 “우리에게나 아이들 모두에게 점심시간은 지옥”이라고 호소한다.
교사들은 점심 뒤 아이들 양치질을 해주고 특별활동 수업준비를 한다. 특활이 끝나면 낮잠시간이다. 낮잠시간에도 교사들은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을 달래야 하고 친구에게 말을 거는 아이를 훈육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 낮잠시간에 짬을 내 보육일지도 작성한다. 쉴 틈이 없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의 밑바탕엔 보육교사 한 명이 최대 20여명을 돌보고 평균 10시간가량 일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이 깔려 있다. 개인적 일탈행위를 넘어 보육교사들에게 가중되는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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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들의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도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2013년 보육교사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10시간이었다.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 다음날 아이들과 뭘 하며 보낼지 궁리하고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간에 잡무가 주어지니 그 스트레스가 곧장 아이들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임금은 4년째 동결되다 올해 겨우 3% 올랐다.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123만원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런 근무환경을 내버려둔 채, 시설 폐쇄 등의 처벌만 강화해서는 아동학대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지금의 어린이집은 학대를 유발하는 환경”이라고 짚었다. 이완정 인하대 교수(소비자아동학)는 “3~5살 아이들 대상 누리과정에 보조교사를 도입했더니 교사나 아이들 모두 관계가 훨씬 친밀해졌다”며 “보조교사나 대체교사 지원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