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정책 급속 확대에도 국공립 시설, 전체 5.3%에 그쳐 민간시설 교사 처우개선도 필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이래서 무상보육은 안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상보육을 계기로 보육 수요가 급격히 는 탓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교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현장 보육교사들은 이를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치공세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보육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지 말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운영 투명성을 높여 ‘안심 보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최근 5년간 무상보육 정책이 급격히 확대돼왔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국공립 어린이집이 2008년과 비교해 506곳 증가한 데 비해 민간과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은 9552곳 늘었다. 2013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3%에 불과하다. 2008년엔 5.4%였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시행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육 현장에선 “어린이 수에 교사 수를 맞추려고 ‘유령 교사’ 등록이 흔하다”고 말한다.이진숙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8일 “무상보육으로 어린이집이 양적으론 크게 늘었지만 관리의 질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선호의 배경엔 정부의 직접 통제·관리로 운영 투명성과 서비스의 질이 높다는 신뢰가 깔려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무상보육과 아동학대를 바로 연결짓는 건 단선적”이라고 덧붙였다.국공립과 민간 보육시설의 교사 처우에 차이가 큰 현실도 교사의 질적 차이를 낳는 원인이다. 민간 어린이집에선 호봉표가 아니라, 대부분 원장과 보육교사의 협의로 급여를 정한다. 경기도의 민간 어린이집 이아무개(39) 교사는 “민간 어린이집은 교사 인건비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 잘하는 교사들은 모두 국공립으로 쏠리고 있다”며 “‘원장의 이윤 추구→교사 최저 급여 지급→아이들에 대한 화풀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이유”라고 말했다.민간 어린이집 교사들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두려워해 내부고발을 피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의 한 민간 어린이집 교사(36)는 “최근 원장의 회계 비리 등을 적어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내며 ‘절대 시·구청 믿지 못하니 불시 점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접수 처리가 되자마자 시청과 구청 쪽에서 원장한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원장들끼리 어떤 교사가 민원을 넣었는지 다 공유한다. 사정이 이런데 누가 민원을 제기하겠나”라고 한탄했다.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아동가족학)는 “어린이집 내부 사안이 외부로 공개될수록 자정작용이 있다”며 “평가인증 말고도 상시적으로 학부모한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