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애니메이션 3편 연달아 개봉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무슨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겨울왕국>처럼 1000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도 나왔으니 말이다. 어른들도 좋아할 애니메이션 세편을 골라봤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하며, 한미일이 흥행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다.![]() |
디즈니 야심작 ‘빅 히어로’ |
우선 21일 개봉한 <빅 히어로>가 가장 눈에 띈다. <겨울왕국>을 만든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이다. 개봉 첫날 7만2000여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주인공 소년 히로와 풍선처럼 빵빵한 로봇 베이맥스가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친다는 게 줄거리다. 히로의 형 테디의 목소리를 다니엘 헤니가 맡은데다 한국인 캐릭터 고고도 등장해 친숙한 느낌을 준다. 베이맥스가 최첨단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은 역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은 의자가 움직이는 4DX 상영관에서 보면 더욱 짜릿하다. 배경이 되는 도시 이름 ‘샌프란시소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친 것처럼 동서양의 분위기가 뒤섞인 도시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정적 장면에선 어른도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적이다.![]() |
극장판 ‘진격의 거인’ |
오는 28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도 주목받고 있다. 한때 사회적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바람을 일으킨 일본 만화와 티브이(TV)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나왔다. 극장판으로 따로 제작한 건 아니고 기존 티브이 애니메이션을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식인 거인들의 공격에 맞서는 인간들의 분투기가 주요 내용이다. 음울하고 염세적인 세계관이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다.![]() |
수채화 같은 ‘생각보다 맑은’ |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22일 개봉한 <생각보다 맑은>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한지원 감독이 학생 시절부터 만들어온 중·단편 4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작품이다.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맑은 그림체가 돋보이며, 각 편마다 그림체를 달리하는 등의 실험도 도드라진다. 걸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을 만든 연상호 감독은 한지원 감독을 두고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뉴타입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청춘의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애니메이션 영상에 역시 청춘의 감성을 아름답게 노래한 모던록 밴드 ‘9와 숫자들’의 곡 ‘실버라인’을 입힌 뮤직비디오도 제작됐다. 한지원 감독과 9와 숫자들은 오는 31일 저녁 8시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생각보다 맑은>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GV)를 할 예정이다.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사진 각 영화사 제공
(*위 내용은 2015년 1월 23일자 한겨레신문 지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