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자료 사진.
저는 초등학교 일학년 남자애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는 외동인데 그래서 그런지 친구한테 너무 연연하고 상처를 쉽게 받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학교에서 놀고 왔을 텐데도 집에 오면 항상 친구와 놀고 싶다고 말하고, 친구와 놀게 해달라고 조릅니다. 아이가 외로울 것 같아 저 역시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웃 애들을 집으로 많이 부르는 편이라 오죽하면 유치원 때는 저희 집이 아이들의 사랑방이 됐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좀 제한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실컷 놀면 충족이 될 만한데 같이 놀다 친구가 가면 금방 심심하다 그러고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떤 때는 안쓰럽고 둘째를 낳을 걸 내 이기심으로 괜히 하나만 낳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아이가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친구가 거절을 하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어제도 친구 생일파티에 가서 자기가 제안한 놀이를 거절하니까 발을 동동 구르고 울음을 터트리더라구요.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정말 당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 의존심이 많아서인지 혼자 놀지 못하고 꼭 친구한테 가서 놀자 그러고, 놀이는 반드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집하다 거절당하면 너무 쉽게 돌아서지 못하고 징징거리는 게 또래보다 어린 티가 많이 나는 걸 봤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외동으로 큰 게 영향이 있을까요?
아이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애착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작은 사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족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느냐가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형제가 있는지 아닌지 역시 아이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합니다.
외동이라는 환경은 형제자매가 있는 환경에 비하면 도전이나 경쟁이 거의 없는 환경입니다. 게다가 한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양육부담이 덜해 아이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아이가 원하는 것을 대체로 들어주며, 뭔가를 결정할 때 아이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주말에 나가고 싶어 하면 웬만하면 데려가려 하고, 원하는 곳을 선택합니다. 반면 형제가 있을 경우 한 아이가 가고 싶어도 다른 아이가 상황이 안 되면 갈 수 없으며, 어디를 갈지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장난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장난감을 온전히 차지하기 어렵습니다. 내꺼 라고 사준 거라도 형제가 갖고 싶어 하면 양보해야 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혼나는 게 다반사입니다.
따라서 거절이나 통제의 빈도는 두 가정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거절에 대한 내구력도 서로 다르게 됩니다. 즉,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형제가 있어서 거절이나 통제를 많이 겪은 아이들은 또래관계에서 거절을 당할 때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입니다. 반면 가정에서 그런 일을 거의 겪지 않은 혼자 큰 아이들은 거절을 당했을 때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겪어보지 않았던 일이니 좌절감이 더 큰 것이지요.
이런 모습은 아이의 기질이나 부모의 양육태도 문제가 아닙니다. 환경이 다른데서 온 차이이지요. 따라서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힘들게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형제가 몇 명이던 간에 균형 잡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다른 아이들이 경험하는 환경과 너무 차이나지 않게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적당히 거절도 당하고, 웬만큼 통제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모가 귀하게 키운다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면 마치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면역력을 낮추듯이 아이의 거절 내구력이 개발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부모란 무조건 좋은 것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