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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르쳐준 열네 번째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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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20277015_20150522.JPG열네 번째 금붕어

제니퍼 홀름 지음, 최지현 옮김
다산기획·1만1000원

<열네 번째 금붕어>는 세 차례나 뉴베리 영예상을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신작으로 작가의 역량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장 동화다. 사실 모든 동화는 성장의 이야기다. 바꾸어 말하자면 성장의 과정이 담겨야 좋은 동화다. 성장에는 늘 계기가 따르는 법, <열네 번째 금붕어>에서는 할아버지가 그 역할을 맡았다.

미국이나 우리나 조부모와 손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작가는 영리한 설정으로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과학자인 할아버지가 젊어지는 신약을 개발해 손녀 엘리 앞에 열세 살 소년으로 나타난 것. 몸은 소년이지만 마음은 노인인 멜빈 사카스키 박사는 세상 돌아가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초등학생 엘리에게 “박사 과정에 들어가려면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고 잔소리를 하고, 음식을 주문할 때도 학위순으로 하자며 억지를 부린다. 엘리 엄마의 옷과 귀가시간까지 단속한다. 또 <호밀밭의 파수꾼>이 고전이라니 뉴턴이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호통이다. 동화는 이 불평꾼 할아버지와 연극에 빠진 엘리의 엄마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며 웃음과 독특한 재미를 자아낸다.

게다 이 기이한 동거 덕에 손녀와 할아버지는 차츰 서로를 알아간다. 할아버지는 괴팍하지만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적인 과학자였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오펜하이머, 마리 퀴리 등 과학자들에 대해, 과학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과정에서 엘리는 자신의 과학적 재능을 발견한다.

톡톡 튀는 대화체 문장으로 경쾌하게 전개되지만 동화 속에는 삶의 유한성, 생명의 순환, 늙음과 죽음, 우정과 사랑 등 여러 주제가 담겨 있다. 그중 작가가 강조하는 건 ‘가능성’이다. 엘리처럼 앞선 세대의 과학적 발견을 사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보라고 권한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과학이 멀게만 느껴지는 어린이라면 숨겨진 재능과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마지막으로 엘리의 혹은 나의 열네 번째 금붕어는 무엇일까. 책을 읽은 후 꼭 이 질문을 해볼 것. 초등 4학년부터.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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