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오카 슈조 글,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웅진닷컴 펴냄(2004)‘타인의 눈물은 물과 다름없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다른 이들의 고통보다는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그렇다. 아픔을 겪는 사람을 보고 울 때도 실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자기 연민으로 서러워 눈물이 난다. 우리 모두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일본의 도쿄 도립 특수학교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쳐온 오카 슈조는 ‘약자를 이해하고 돌봐야 한다’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위선을 동화 속에서 보여준다. 단편집 <우리 누나>에서는 장애인 누나를 부끄러워하는 동생, 걸음이 불편한 아이를 괴롭혀 놓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 등을 통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우리의 모습을 섬뜩할 만큼 정직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부끄러워진다.어린이문학은 종종 장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데 장애아들을 그리는 시선이 편견이나 도식에 차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이문학이 교육적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마치 건강한 사람들이 돕지 않으면 장애아들이 살아갈 수 없다는 식의 절름발이 배려를 가르치려 들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카 슈조의 동화는 ‘약자를 돕는다’는 우리의 허위의식조차 깨부수는 충격을 안긴다. <나는 입으로 걷는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치바나는 구태여 도움을 기다리지도 않고, 도움이 필요해 청할 때는 당당하다.스무 살이 넘었지만 몸이 아파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다치바나는 아이처럼 몸도 작고 등뼈도 마른 생선처럼 동그랗게 굽었다. 날이 맑은 어느 날, 다치바나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친구를 만나러 갈까 싶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기다란 다리 끝에 바퀴가 달린 침대 위에 누워 사람들을 기다린다. 백미러 구실을 하는, 침대에 달린 거울을 보고 있다가 근처에 사람이 나타나면 부른다. 그러고는 “좀 밀어주시겠습니까?”라고 청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친구의 집에 가겠다고 결정하고, 필요하면 침대를 밀어달라고 당당하게 부탁하고, 도움을 얻는다.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해하며 바쁘다고 핑계를 대거나 멀찍이 물러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로 여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