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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나랑 만든 종이왕관 참 예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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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만든 종이왕관을 쓰고 종이튤립을 손에 든 서혜원양.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손수 만든 종이왕관을 쓰고 종이튤립을 손에 든 서혜원양.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라이프
김영만 아저씨 열풍 타고 돌아온 종이접기…7살 딸과 함께한 서정민 기자 체험기
1. 딸

오늘은 아빠랑 종이접기 하러 가는 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내 이름은 서혜원. 7살이랍니다. 파랑새유치원 해님반이에요. 종이접기는 유치원에서도 해봤어요.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종이비행기도 접고, 매미도 접고, 달팽이도 접었지요. 집에 와서 할머니랑 책 보면서 보석상자도 접었어요. 그 상자에 알록달록 예쁜 보석들을 가득 담았지요.

아빠랑 찾아간 곳은 종이나라박물관이라는 곳이래요. 방에 들어가니 종이접기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우릴 맞아주었어요. 책상에는 색종이, 풀, 가위가 있었고요. 아, 그리고 종이접기 책도요. 선생님이 제일 먼저 삼각접기를 알려주셨어요. 네모난 색종이를 반으로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드는 건데요. 전에는 똑바로 접기가 되게 힘들었거든요. 근데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삼각형 맨 위를 먼저 맞춘 다음 손가락을 아래로 주욱 내려 왼쪽 오른쪽으로 슥슥 미니까 똑바로 접어졌어요. 엄청 신기했어요.

삼각접기를 하고 삼각형 양쪽을 접어 올리니 예쁜 튤립꽃이 됐어요. 그다음 초록색이랑 연두색 색종이로 줄기도 만들고, 잎사귀도 만들었어요. 이걸 풀로 붙이니까 튤립 한 송이가 됐어요. 참 예뻐요. 이번에는 삼각접기를 한 다음 좀더 복잡하게 접었어요.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하니까 귀가 길쭉한 토끼가 됐어요. 눈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고, 코랑 입은 내가 직접 그렸어요. 토끼 얼굴에 눈, 코, 입까지 다 있으니까 진짜 귀여워요.

종이로 만든 트럭.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로 만든 트럭.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로 만든 선인장화분.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로 만든 선인장화분.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제는 아이스크림접기를 할 차례. 삼각접기를 했다가 다시 펴고는 그 선에 맞춰 위아래를 안으로 접어요. 그러면 아이스크림 모양이 돼요. 아이스크림접기를 한 색종이 두 장을 겹치게 끼우고 그 아래 나무기둥을 만들어 붙이니까 크리스마스트리가 됐어요. 트리에 눈이 쌓인 것처럼 흰 종이도 오려서 붙였어요. 여름인데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아요. 선물도 받고 싶어요.

이번에는 왕관을 만들어본대요. 여러 가지 색종이를 고르라고 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무지개 색깔로 골랐어요. 빨주노초파남보 색종이로 아이스크림접기를 하고 조금 더 접은 다음 풀로 붙여 주욱 이었어요. 우와~, 무지개 왕관이 됐어요. 보석 스티커를 붙이고 머리에 쓰니까 꼭 여왕이 된 기분이에요. 똑같은 모양을 계속 접을 때는 좀 힘들기도 했지만, 다 만들고 나니 엄청 기분이 좋아요. 아빠가 옆에서 같이 접어서 더 재밌었어요.

집에 온 다음에도 아빠랑 책 보고 칠교놀이를 접었어요. 색종이로 7개 조각을 만든 다음 동물이나 뭐 이런 모양을 만드는 놀이예요. 엄마랑은 종이학을 접었어요. 전에 유치원에서 종이접기 할 때보다 더 재밌어요. 다음에는 바람개비를 접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무지개 일곱 색깔로 다 접어서 그거 들고 달리고 싶어요. 저, 달리기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종이나라박물관 종이접기 강좌
강사자격증·어린이급수증도 있어
아이들 참을성 기르는 데 도움
인공위성 기술에도 응용해

박혜련 선생님에게서 종이접기를 배우는 서정민 기자 부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혜련 선생님에게서 종이접기를 배우는 서정민 기자 부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 아빠

오늘은 딸이랑 종이접기 하러 가는 날. 문화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김영만 종이접기 아저씨 때문에 종이접기 열풍이 한창이다. 사실 난 어릴 때 종이접기 아저씨를 본 기억이 없다. 1988년부터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하니, 내겐 중·고등학교 시절이다. 그러니 모를 수밖에. 하지만 그 시절 텔레비전 속 아저씨를 보며 종이를 따라 접던 아이들은 이제 20~30대 청년이 되어 아저씨를 다시 보고는 무척 감격스러워했다고 한다. 어렴풋이 이해는 된다. 이해와 별도로 종이접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지난 12일 일곱살배기 딸의 손을 꼭 붙들고 서울 중구 장충동 종이문화재단 종이나라박물관을 찾은 이유다.

포근한 인상의 박혜련 선생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종이문화재단 소속으로, 종이접기 강사 경력만 20년이 됐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종이접기를 가르칠 수 있는 종이접기 강사가 되려면 종이문화재단이나 한국종이접기협회가 심사하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 강사, 사범, 지도사범 3단계가 있다. 해당 교육기관에서 강좌를 듣거나 책을 사서 독학해도 된다. 아이들도 급수증이나 단증을 딸 수 있다. 유아, 어린이, 청소년으로 나눠 각각 2~3단계의 과정을 마치면 ‘종이접기마스터’나 ‘종이접기박사’ 자격증을 준다. 물론 꼭 자격증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종이를 접으며 즐겁게 놀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딸이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제법 잘 따라 접는다. 집중하는 모습이 평소와는 좀 달라 낯설기도 하다. 선생님과 아빠가 지켜보는 앞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표정도 살짝 엿보이지만, 다 만들고 나선 꽤나 흡족해하는 것 같다. 나도 옆에서 따라 접는데, 재미가 꽤 쏠쏠하다. 종이접기를 해본 게 얼마 만인지. 어린 시절 학이나 개구리는 많이 접어봤지만 튤립, 토끼, 왕관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책을 보니 별의별 종이접기가 다 있다. 낙타, 티라노사우루스, 장미, 꽃바구니, 휴지케이스, 산타클로스…. 종이로 이런 것까지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왠지 도전정신이 생긴다.

종이로 만든 양.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로 만든 양.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문화재단에 전시된 종이 콩나물시루.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종이문화재단에 전시된 종이 콩나물시루.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요즘 아이들은 게임이나 동영상만 좋아하고 참을성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종이접기를 하면 참을성이 길러져요. 종이접기는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거쳐야 해요.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안 되죠. 노력에 대한 성과가 확실히 나오니까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요. 지능계발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요. 재료비가 얼마 안 들고 장소에 구애 안 받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죠.” 선생님의 종이접기 예찬론이다.

아이들뿐 아니다. 노인들 치매 예방에도 종이접기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교도소 재소자들은 종이접기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시간도 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종이접기는 과학에도 이용된다. 수학, 기하학 등의 연구에 쓰이고, 인공위성 기술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넓적한 태양전지판을 최대한 접어서 쏘아 올린 뒤 우주에서 활짝 펼칠 때 종이접기 기술을 응용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종이접기 학술대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그야말로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과학인 셈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나니 문득 최근 종이접기 열풍의 진원지인 김영만 아저씨를 만나고 싶어졌다. 종이문화재단 이사이자 평생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평소 충남 천안에 자신이 마련한 미술체험관 ‘아트오뜨’에 머무는 그는 방송과 각종 인터뷰, 여러 강연을 소화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란다. 전화로 만난 그는 생기발랄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88년부터 90년대까지 종이접기 붐이 일었어요. 그런데 아이엠에프(IMF) 사태가 터지면서 사그라들었죠. 그래도 마니아와 강사를 하려는 분들이 꾸준히 있어 명맥을 이어왔어요. 이번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에요. 활성화를 위해 제가 노력을 더 해야죠. 이제 어린이 프로도 다시 하려고 해요. 아이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인성이에요. 종이접기는 인성을 길러주거든요. 한글, 영어도 좋지만 인성이 먼저 아니겠어요?”

전화를 끊고, 딸과 종이접기를 더 열심히 더 재밌게 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엔 바람개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위 내용은 2015년 8월 19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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