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효 글, 조은정 그림
씨드북·1만1000원“그런디, 니는 왜 푸른 것을 푸르다고 하는 줄 아나? ‘풀’이 푸르니께 ‘푸르다’고 하는 기다.”어린 아영이는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를 좋아한다. 전화를 걸어, 응석도 부리고 아빠 얘기도 전해준다. 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도 들려주고, 산이며 푸성귀로 가득한 텃밭 얘기도 해준다. 특히 할머니는 희고, 노랗고, 붉고, 푸른 색의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들려준다. ‘해’가 희니까 ‘희다’고 하고, 활활 타는 ‘불’이 붉으니까 ‘붉다’고 한다는 식이다.할머니는 전화를 끊을 때마다 이런 말씀을 하신다. “할매는 아영이를 젤로 사랑한데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선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영이는 할머니가 떠난 시골집을 둘러본다. 아영이는 말한다. “할머니 목소리가 그리울 거예요.”그림책은 화이트, 옐로, 레드, 그린 등 우리 입에 붙어버린 외래어 대신에 색깔을 나타내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할머니가 색깔 이름의 ‘어원’이라고 꼽는 것은 해와 불, 풀 등 우리 주변에서 항상 보는 것들이다. 특히, 할머니는 이를 구수한 사투리로 옛이야기를 하듯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이 사투리의 정겨움도 느끼게 해준다.그림책은 예쁜 수채화의 잔치다. 진돗개가 누워 있고, 고추를 말리는 정겨운 시골 풍경 등은 할머니의 색깔 이름 설명을 잘 뒷받침한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이는 초가집을 내려다보는 큰 호랑이 그림과 푸른 산속에서 호랑이와 선녀, 나무꾼, 귀신이 모여 화투놀이를 하는 장면 등은 상상력이 돋보인다.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