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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들이밀면 우리 아이 ‘거짓말 습관’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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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엄마한테는 숨길 마음이 안 생겨. 결국엔 다 아니까.” 큰애가 말한 적이 있다. 사춘기 초기에 몇 건의 거짓말이 크게 걸리고 난 후 제법 시간이 지났을 때 한 말이다. 물론 아직도 작은 거짓말들을 하는 것 같다. 습관적이거나 심각하고 위험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내심 다행스러워하고 있고,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변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번은 담임선생님의 무게감 있는 권유로 상담실에 오게 된 아이가 있었다. 상담을 받으러 온 것에 대해 어떤지를 물었더니 “안 좋죠. 엄마랑 선생님이 상담받아보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담임선생님과 엄마가 상담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한테 거짓말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거짓말을 고치고 싶긴 해요. 그런데 그 순간이 다가오면 빨리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입에서 툭 튀어나와요. 엄마가 화낼 때 무서워요. 왠지 엄마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과정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이라는 말도 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더 정교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는 절대 거짓말 못해요(안해요)”라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우리집 착하고 순진한 아이에게 놀랐던 것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진정성 있는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곤 한다. 도리어 억울해하는 모습을 볼 때는 ‘내가 잘못 생각했나?’ 싶을 정도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지만, 수준 높은 기술이라고 권장하거나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잦은 거짓말은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사춘기가 되고 아이들 삶의 폭이 넓어질수록 거짓말의 양상도 다양해지는 것 같다. 단순히 어떤 일을 하기 싫어서, 혼나거나 벌 받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서, 관심을 끌거나 과시하기 위해서,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심각한 문제를 숨기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매를 들기도 하고 동네 파출소에 끌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매 맞는 아픔과 무서움, 수치심을 알게 되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위의 아이처럼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기도 하고, 더 교묘한 거짓말을 만들어내게 된다. 부모에 대한 거리감이나 반항심을 키우기도 쉽다. 이 문제도 결국 대화와 관계로 풀어나가야 한다. 또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거짓말을 하니?”,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거짓말쟁이”와 같은 말은 거짓말을 한 행동이 아닌 아이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고 거부하는 게 된다. 이로 인한 상처는 깊고 오래간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우선은 거짓말을 하게 된 상황을 살펴보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의 거짓말이나 행동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야만 도울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 왜 거짓말을 했는지를 캐묻기만 한다면 아이가 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만약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면, 아이에게 처벌을 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 아이가 지킬 수 없는 규칙이나 제한은 불필요하다. 규칙이나 제한은 아이를 돕기 위한 것인데, 도리어 아이를 망치고 괴롭히는 작용만 한다면 조정을 하는 것이 맞다. 거짓말을 적게 하길 바란다면 아이에게 지켜야 할 바를 분명히 정하고 지속적으로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 약속이나 규칙을 정할 때 아이의 참여도 필요하고,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는 예외도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거짓말한 아이들을 궁지에 몰아넣지 말기. 증거를 손에 쥐고 아이가 사실대로 말하는지 계속 거짓말을 하는지 시험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관계를 해치기도 하고 성공률도 낮다. 사춘기쯤 되면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지 않고서는 잘 인정하지 않는다. 억울해하며 더 방어적으로 나오기 쉽다. 결국 증거를 들이밀며 아이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아이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그리고 정직이 인간관계와 삶에서 중요한 가치이고 실제로도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할 부분이다. 진실을 말할 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거짓말로 인한 책임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사과나 배상을 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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