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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맡으며, 벌레 만지며…가을엔 숲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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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특히 낙엽이 쌓이는 가을 숲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숲 속 자연에서 놀이도구를 찾고,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 군포청소년수련관 제공
숲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특히 낙엽이 쌓이는 가을 숲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숲 속 자연에서 놀이도구를 찾고,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 군포청소년수련관 제공
숲교육 프로그램
경기도 안양시 호성초등학교 2학년 오서연양은 지난 5월부터 매월 첫째, 셋째, 다섯째 토요일마다 군포 수리산을 찾는다. 지난달 31일에는 물감을 묻힌 솜을 촉에 끼워 화살로 만들고, 이를 대나무 활로 쏘는 놀이를 했다. 이것이 오양이 숲에서 했던 가장 즐거운 놀이로 꼽는 활동이다. 이 활동은 군포청소년수련관의 ‘청소년 숲 생태학교’에서 진행했다.

낙엽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
학교·가정서 아이들 손잡고
숲 체험교육 하기 좋아

풀·나뭇가지·곤충 등 놓고
이야기하며 노는 것도 ‘공부’
디지털 길들여진 아이들
바깥놀이 하면서 상상력 쑥쑥

“숲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날이 매번 기다려져요. 지금은 빨간색, 갈색 낙엽이 많아서 산이 푹신푹신해요.”

청소년 숲 생태학교는 지역에 있는 수리산을 활용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7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물속 생물이나, 낙엽 뒤에 숨은 곤충을 관찰하기도 하고,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풀·나뭇가지 등으로 소리도 내어 본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군포청소년수련관의 김은구 강사는 “숲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숲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아이들의 첫 질문은 ‘선생님 여기서 뭐 해요?’였어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아이들 가방에 공책과 연필을 딸려 보냈어요. 하지만 이젠 모두가 숲에서 마음껏 놀기만 해도 좋다는 것을 알아요.”

김 강사는 숲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노는 것이다’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아갈 때까지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숲에 있는 다양한 소재에 자신들의 상상력을 더해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낸다. 나무 지팡이 하나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다. 기계와 도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나무가 갈라진 틈을 타고 나오는 진액, 흙냄새 등을 만날 수 있는 숲은 신기한 것투성이다. 처음에는 낯설어 두려워하지만, 숲이 ‘놀이터’라고 인지한 뒤에는 벌레도 만지고, 바위에도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자란다.

“숲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바깥놀이를 돌려줄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진액이 흐르는 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뭐예요?’ 하고 찌푸리면, ‘나무가 아파서 보내는 신호야’ 하고 대답해주죠. 숲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생명체들도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놀기도 좋아요.” 김 강사의 말이다. 청소년 숲 생태학교는 12월5일까지 운영한다. 수리산 삼림욕장은 가족들끼리 함께 방문해도 좋다.

가을 숲을 즐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숲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들도 11~12월이면 프로그램을 마감한다. 겨울이 오기 전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을 숲 나들이를 떠나고자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경기도 가평의 연인산 도립공원에서는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그 가운데 ‘용추계곡 소릿길 따라 숲속여행’이나 ‘연인산의 숨은 용 와룡추’가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계획하기 좋다. 와룡추를 둘러싼 옛이야기나 연인산의 상징 전나무, 숲을 찾는 동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0명 이상 신청·참여할 경우 무료로 숲해설가와 동행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연인산 속 용추폭포와 계곡, 그리고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용 형상의 바위 와룡추를 넘어 숲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용추계곡 소릿길 따라 숲속여행’은 비교적 더 깊고 높은 코스다.

연인산 도립공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방재숙 팀장은 “숲을 찾는 사람들의 눈높이와 계절에 따라 프로그램을 다르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는 숲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주로 소개하고 함께 즐겨요.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연계해서 설명을 곁들여 주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문화·건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금과 같은 11월에는 낙엽이나 단풍을 관찰하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식물들의 활동을 함께 살필 수 있죠.”

연인산에서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경기 지역의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연인산 아토피 가족 힐링 캠프’는 청심국제병원 등과 협력해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진을 마친 뒤 숲에서 가족들과 아토피에 좋은 유기농 건강식단도 만들고, 구성원간의 유대감을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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