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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슬림 친구를 탓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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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테러가 벌어졌던 파리 시내 카페 카리용 앞에서 15일 한 청년이 “테러리즘은 이슬람이 아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서 있다. 장미꽃 한송이를 붙인 다른 종이에는 “이슬람은 이 꽃과 같다. 테러리즘엔 종교가 없다”고 썼다.  파리/EPA 연합뉴스
지난 13일 밤 테러가 벌어졌던 파리 시내 카페 카리용 앞에서 15일 한 청년이 “테러리즘은 이슬람이 아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서 있다. 장미꽃 한송이를 붙인 다른 종이에는 “이슬람은 이 꽃과 같다. 테러리즘엔 종교가 없다”고 썼다. 파리/EPA 연합뉴스
관용 가르치는 프랑스 시민들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 공습에 나선 가운데, 프랑스 사회 일각에서는 종교나 출신 지역에 따라 사회가 분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겐 이번 테러 사건이 다수의 무슬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가르치는 침착함도 엿보인다.

프랑스 어린이잡지 ‘아스트라피’
“이번 공격 다수 무슬림과 무관”
부모들은 자녀와 추모 광장 찾아
사건 배경과 이슬람 대해 설명
무슬림 대한 보복 경계 목소리
에펠탑·루브르박물관 다시 문열어

프랑스 어린이 잡지인 <아스트라피>는 15일(현지시각) 파리 동시다발 테러 사건에 대한 2쪽 분량의 팸플릿을 특별히 마련했다.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이 팸플릿을 보면, ‘나는 왜 끔직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어요’ ‘프랑스가 전쟁 중이라는 게 진짜인가요?’ 등 7살 이상 어린이들이 품는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실려 있다. 이 매체는 우선 “이번 공격은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한 일”이라면서도 “이러한 사람들은 조용히 믿음을 가지고 사는 대다수 무슬림과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은) 프랑스가 모든 사람들이 마음대로 말할 수 있고 살 수 있는 자유 국가이기 때문에 공격한 것”이라며 “폭력과 광기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시민들은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촛불과 꽃이 놓인 곳을 찾아 관용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파리 시민 엘랭 라구트는 네살배기 딸을 데리고 ‘공화국 광장’으로 나와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인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마리안 동상 앞에 애도의 메시지를 남겼다. 라구트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프랑스에 화가 난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살해했으며, 이러한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딸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두살인 아들에게는 이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래의 무슬림 친구들이 많은데 아들이 그 아이들을 탓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랍계 이민자 등 무슬림들은 이번 테러 사건으로 인한 보복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프랑스 내 일부 무슬림 사원이 훼손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르몽드>가 16일 보도했다. 파리 인근 도시인 크레테유에 위치한 사하바 사원 건물에는 누군가가 붉은색 십자가를 그려놓았다.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공화국 광장으로 온 메흐디(43)는 <아에프페> 통신에 “지난 금요일 밤 이후 한 시간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프랑스 이민 3세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공격을 받을까봐 두렵다. 사람들을 붙잡고 그저 나도 똑같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역시 프랑스인이다.”

지난 13일 밤 테러의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파리는 천천히 평소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로 지난 주말 전면 폐쇄됐던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유명 관광지가 다시 문을 연다.

외신 보도를 보면,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월요일인 16일 정오(현지시각) 1분 동안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오후 1시 파리 시내와 인근의 모든 박물관과 관광지 문을 다시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안 조처 뒤 학교와 운동 시설, 공원도 월요일부터 정상 운영하며, 파리 증권거래소도 평소처럼 개장할 계획이다. 파리 디즈니랜드는 18일부터 문을 연다. 그러나 11월 말까지 파리 시내에서 시위나 집회는 금지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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