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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책공원’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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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모습. 보수동 책방골목은 6·25전쟁 때 헌책방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최근 이 거리는 카페, 문화관 등이 들어서며 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16일 부산 중구 대청동 대청사거리 쪽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들어서자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이상의 <날개>등 작품 이름이 길바닥에 오목새김돼 있었다. 골목 양쪽엔 자그마한 서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각 서점 앞엔 소설책, 문학전집, 동화책, 전문서적 등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도서관에서 맡을 수 있는 책 냄새가 골목 안 가득했다.

‘없는 게 없는’ 헌책방들은 물론
카페·분식점·어린이도서관까지
문화관선 음악·미술 접목 행사
번영회장 “전국적 명물 만들 것”

“엄마, 이 사전이 좋은 것 같아. 단어의 뜻과 예문이 쉽게 잘 나와 있어. 책도 깨끗해.”

영어사전과 참고서를 사러 어머니와 함께 책방골목을 찾은 한 여중생이 여러 출판사의 책을 훑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중생의 어머니 김문숙(51)씨는 “학창 시절엔 이곳에서 여러 책들을 사서 읽었다. 지금은 딸이 필요한 책을 살 때 이곳을 자주 찾는다. 딸과 함께 데이트를 해 참 좋다”고 말했다.

책방골목 중간에 있는 카페에선 여러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페 옆 분식점엔 3~4명이 어묵, 떡볶이 등을 먹고 있었다.

보수동책방골목 문화관도 있었다. 문화관 알림판에는 책과 음악·미술 등을 접목한 문화행사들이 나열돼 있었다. 문화관 2층 전시실에서는 매주 금·토·일요일 토박이 어르신들에게 이곳의 변천 과정 등을 듣는 ‘어르신에게 듣는 중구와 보수동 이야기’가 열린다. 매주 토요일엔 ‘토요골목극장’도 열린다. 이번달 주제는 ‘아버지의 사랑’인데, 지난 14일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됐다.

문화관과 붙어 있는 헌책방의 주인 허아무개씨는 “책방골목은 한국전쟁 때 함경북도에서 피난온 부부가 헌 잡지를 팔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우리 부모 세대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197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지금도 전국의 모든 책들이 이곳에 있다. 상업성이 없어 외면받았지만 문헌적 가치가 높은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곳으로 들어온다. 절판된 새책들도 여기엔 다 있다. 없는 책이 없다”고 말했다.

보수사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윤아무개(38)씨가 두 아이를 데리고 헌책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4살 아들한테 읽어줄 동화책 전집을 구하려고 1시간 넘게 헌책방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윤씨는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책방골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곳 ‘고서점’에서 책방골목 끝에 있는 헌책방 쪽으로 가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씨의 말대로였다. 좁은 책방골목을 지나 비교적 넓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헌책방이 띄엄띄엄 있었고 카페와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었다. 책 냄새와 커피, 음식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헌책방이 아닌 가게들, 문화관, 어린이도서관 등 책방골목은 책과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관광 공간으로 거듭나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양수성 책방골목번영회장은 “대략 2010년부터 책방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미래를 위한 변화는 필요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변화의 중심엔 책이 있어야 한다. 책방골목이 책을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책마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도서문화의 주축을 담당했던 전국의 헌책방 골목들이 개발 바람에 휘말려 대부분 사라졌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책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고, 공원처럼 편안한 공간인 ‘책마을’로 만들어 전국적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책을 싸게 사는 방법이요? 우선, 그 책에 대한 것을 알고 와야 해요. 책방을 자주 들러 주인과 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목표’ 책과 부수적인 책들을 함께 사 책방 주인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지요. ‘아닌 척’ 하면서요.”

책을 싸게 사는 법을 설명하던 그는 70대 단골손님들이 몰려오자 황급히 자리를 떴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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