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성조숙증인지 판별해야
박미정·김신혜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2004~2010년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8살 미만 여자아이와 9살 미만 남자아이 총 2만1351명을 분석한 결과 실제 성조숙증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 가운데 10.3%인 2196명으로 나타났다.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아이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진짜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것이다. 자녀들의 최종 키에 민감하다 보니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성조숙증을 과도하게 염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는 비율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는 비율은 2004년 7.5%에서 2010년에는 15.8%가 됐다. 박미정 교수는 “소아비만 증가,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인터넷 등을 통한 성적 자극 증가 등으로 성조숙증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여자아이가 월등히 많아
이번 연구 결과에서 성조숙증으로 확진된 비율을 성별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 남자아이는 2004년 12%에서 2010년 9.1%로 줄어든 데 견줘, 여자아이는 7.3%에서 16.1%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실제 성조숙증 발생률은 2010년 기준 여자아이의 경우 10만명당 50.4명으로 남자아이의 1.2명에 견줘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정 교수는 “여자아이에게 유독 많은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의 뇌가 환경의 자극적 노출에 더 민감해 성호르몬 자극 호르몬을 더 잘 만들어내는 이유 등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만 10살, 남자아이들은 만 11살부터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자아이의 경우 만 8살 이전에 가슴 멍울이 생긴다거나 만 10살 이전에 초경이 시작될 때를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만 9살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는데, 고환의 부피가 4㎖ 이상으로 보통 남성 엄지손가락의 손톱보다 크면 사춘기의 시작으로 보는 점을 알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이 나이 때에 한달에 1㎝ 이상 키가 클 때도 마찬가지다.
■ 뼈 나이가 실제보다 빠르면 치료 고려해야
사춘기가 일찍 시작됐다고 해서 어른이 됐을 때의 키가 다 작은 것은 아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보통 초경 뒤에도 5~7㎝는 더 자라고, 남자아이들은 이보다 더 자랄 수 있다. 사춘기가 빨리 왔다고 해서 모두 다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는 성호르몬 분비 자극 검사에서 성호르몬 농도가 매우 높거나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약 2살 이상 빠른 아이다. 또 사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또래보다 키가 몹시 작은 경우 등이다. 이때에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통해 사춘기를 다소 늦출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육류·달걀·두부·우유 등을 많이 먹으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들 음식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 가운데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면, 아이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무분별한 보약·건강식품·스테로이드가 든 식품 등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이른바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샴푸, 방향제, 향수, 일회용 용기 등도 사용을 줄여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