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자료 사진.
“서너번 연달아서 잘 알지도 못하고 맛도 없는 음식을 받았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젠 맛있다는 것을 확실히 아는 음식만 먹기로 했어요. 불안하다는 느낌은 싫고, 또 나한테 뭔가 잘못이 있다는 느낌도 피하고 싶으니까요.”
부모들이 먹으라고 해서 억지로 음식을 정말 입에 넣었을 때, 그게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음식을 주면서 그것이 “맛있다”거나 “몸에 좋다”고 계속 광고하듯 말하면, 아이는 부모의 이런 표현과 자기가 실제로 느끼는 맛 사이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물은 고기류, 인스턴트 식품, 단맛이 강한 음식들인 것에 비해 싫어하는 음식물은 채소, 해초류, 생선 등입니다. 또한 볶은 음식, 튀긴 음식, 부드러운 음식들은 좋아하지만, 삶은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들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강한 자극을 주는 단맛, 짠맛, 기름진 맛 등의 케이크나 스낵 그리고 튀김 같은 음식은 잘 먹지만 신맛이나 쓴맛이 나는 채소 등은 잘 먹지 않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선호하는 음식이 있다고 해서 까다롭다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식사를 지나치게 강요하고 아이의 전체적 성장보다는 아이가 먹는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상황이 잘못되고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마찬가지로 눈으로도 먹습니다. 종종 아이들은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 그 음식이 맛이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합니다. 아이들이 밥을 안 먹으려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고, 음식을 입안 가득 물고 씹지 않고,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이가 배가 고프지 않은 것입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대개는 “거의 먹지 않는다.”거나, “부모가 생각하는 양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라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얼마나 먹느냐가 아닙니다. 아이가 잘 자라는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의욕적으로 생활하는지가 중요합니다. 7세 아이 중 젓가락질은 물론 우유팩 뜯기나 요구르트 뚜껑을 따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시간 내에 식사하기, 식사 중 돌아다니지 않기, 음식물 입에 넣고 떠들지 않기, 편식하지 않기 등도 아이들이 익혀야할 습관입니다.
밥상머리 교육
유대인은 매주 금요일 저녁,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의식’을 갖습니다. 감사기도로 식사를 시작하고, 식사시간이 의식처럼 진행됩니다. 유대인은 밥상머리에서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꾸짖을 일이 있어도 식사 후에 합니다. 유대인은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소중히 여기며, 식사 시간을 가족의 전통과 공동체 의식을 전수하는 장으로 활용합니다. 미국 명문가인 케네디가도 밥상머리 교육으로 유명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엄마 로드여사는 저녁 식사를 두 번 차려 어린 아이와 좀 더 자란 아이들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일식이 있을 때 왜 하늘이 어두워질까?’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좀 더 큰 아이들은 신문과 잡지에서 중요한 기사를 읽게 한 다음 식사 시간에 토론하게 했습니다. 케네디의 아빠는 자신이 만난 유명 인사들이나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화제로 삼아 아이들이 넓은 세상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릇에 담긴 건 다 먹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을 듣지 않으면 간식을 주지 않겠다는 위협처럼 들립니다. 아이가 음식에 대해 예의 바르고, 합리적인 태도를 가기를 원한다면, 음식으로 위협하거나 처벌하거나 유혹해서는 안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갈 수도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본다면 아이도 부모를 도발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음식에 대해 자기 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면서 인내심을 배웁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기침할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옆사람 손에 닿지 않는 반찬을 가져다 주는 등 배려심을 키우게 됩니다. 이같이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절제와 배려가 인성교육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식습관을 위한 양육지침]
아이들이 있는 가정인 경우, 식사시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일쑤입니다.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 음식으로 장난치는 아이,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먹는 아이, 심지어 싫어하는 음식을 먹이면 바로 토해버리는 아이까지…. 그런데 이런 나쁜 버릇은 부모로 인하여 지속되기도 합니다. 밥 먹을 때 부모가 역할모델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식사를 한다거나, 부모 자신이 편식을 하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다면 아이도 따라 하기 쉽습니다. 식습관을 들일 때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여러 종류의 반찬을 골고루, 많이 먹이려고 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엄마가 준 음식을 아이가 남김없이 다 먹으면 칭찬해주면서 서서히 밥의 양이나 반찬 가짓수를 늘려갑니다. 아이의 좋은 식습관을 유지시키는 것은, 부모가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습관을 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세요.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도 다른 사람이 먹으며 따라서 먹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혼자서 밥을 먹는 과정에서는 아이와 음식의 관계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뇌 속의 거울뉴런이 움직입니다. 이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혹은 먹으면 안 되는지를 학습할 수 있고 나아가 식사 예절을 배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식사시간에는 식사만 합니다. 부모도 식사시간에는 TV나 비디오, 신문 등을 봐서는 안 됩니다.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치며 먹는 아이들에게는 밥 먹기 전에 식사규칙을 미리 알려줍니다. 다시 말해 식사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치워버리겠다고 말하고 그대로 실천합니다.
함께 요리를 하자.
아이가 특별한 몇 가지 음식만 고집하는 것을 피하려면, 가능한 한 일찌감치 아이를 마트에 데려가서 어떤 식재료를 사고 어떤 식재료는 사지 않는지 조금씩 가르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부엌에 함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더러 요리를 함께 하자고 할 수도 있고, 아이가 마음 내키는 대로 부엌을 들락거리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있고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궁극적 교육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언제부터 당근 껍질을 벗길 만큼 손을 쓸 수 있는지, 냄비 속을 저을 만큼 키가 크고 관찰력이 넉넉해지는 지 알아내야 합니다. 아이는 실패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이런 걸 통해서 더 강해집니다.
재료의 색깔과 식감을 느끼게 하자.
채소의 요리법은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푹 끓입니다. 하지만 색깔이나 식감이 잘 보존된 야채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채소를 날 것으로 먹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식사할 때 반찬으로 먹기보다는 차라리 간식으로 먹고 싶어 합니다. 먼저 음식 맛뿐 아니라 시각이나 후각 등 아이가 오감을 발휘하여 즐길 수 있도록 요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이를 존중하라.
우리는 아이들을 대할 때 흔히 집에 초대한 손님과는 다르게 대합니다. 친한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면,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내놓으려고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식사시간 내내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씁니다. 게다가 손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세심하게 음식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우정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는 그렇게 다루지 않는가요? 아이에 대해 이해와 관심을 보이고 아이를 존중하면서, 진심과 공감을 담아 솔직하게 아이를 대하세요. 밥상머리에서 아이를 존중하지 않거나 일부러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는 다만 잘 먹지 않을 뿐, 여전히 동등한 가족 구성원입니다. 아이에게 음식을 권해 보는 일 외에는, 밥상머리의 다른 식구들과 다름없이 대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집안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중요한 특성은 너그러움과 관용입니다. 옳고 그름만을 끝없이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솔직한 대화를 하라.
가능한 한 아이들에게 지루한 잔소리를 하지 마세요. 아이를 가르치는 데는 교훈적인 설교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솔직한 말이 더 효과적입니다. 더구나 이런 가르침에 위협이 들어있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한번쯤 화를 내는 것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식탁에서 쫓아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날 중으로, 아니면 다음 날에, 그 상황에 대해 좀 더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충분히 씹자.
씹는 행위는 뇌 속에서 먼저 운동영역을 활성화시키며 그와 동시에 의욕이나 의지 등과 관계있는 전두연합영역도 활성화시킵니다. 씹는 행동이 뇌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로는 미각과 시각, 그리고 후각과 체성감각에 관련된 영역이 자극을 받는 등 넓은 범위에 걸쳐 뇌가 활성화됩니다. 뿐만 아니라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관에서 콜레시스토키닌이 분비되어 대뇌변연계의 해마를 자극하여 기억력이나 학습력이 좋아지게 됩니다. 또한 꼭꼭 씹어 먹으면 포만인자 중 하나인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가능한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입 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수저나 젓가락 등은 식탁 위에 올려놓게 해서 음식을 계속 입 안에 집어넣지 않도록 합니다. 그 밖에도 작은 접시에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서 먹게 하거나 시간을 들여 천천히 먹을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세요.
아침을 먹자.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소비량의 약 18%로 장기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는 사람의 체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중량이 2%인 것을 고려한다면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입니다. 뇌는 에너지로 매시간 5g의 포도당을 소비하지만, 뇌에는 포도당을 생산하거나 저장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포도당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능은 주로 간에서 담당합니다. 뇌에 매시간 포도당을 공급하기 위해 간에서는 글리코겐 상태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공급합니다. 하지만 간에서 비축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양은 약 60g이 한계이기 때문에 뇌에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12시간 정도입니다. 뇌는 수면 중에도 활동을 하며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에너지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입니다. 이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오전 중에 뇌의 활동은 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고 유치원에 가게 되면 포도당을 공급받지 못한 뇌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