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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계절 제공 |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똥벼락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사계절 펴냄(2008)
부모들과 이야기해 보면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왠지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꽉 짜인 권선징악의 대립구도가 아이들의 사고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하고 악인에게 내려지는 엄청난 재앙은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극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전래동화 역시 당대의 문화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우리의 전래동화는 유교적인 도덕률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유치원을 다닐 무렵의 아이들에게 도덕이란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이고, 잘못을 하면 엄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 무렵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래동화는 구도부터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똥벼락>도 그런 전래동화를 원형으로 한 그림책이다. 욕심꾸러기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이나 머슴으로 부려먹고 새경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밭을 내놓는다. 그러나 돌쇠 아버지는 그 땅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 열심히 일구고 거름을 부어 가꾼다. 거름에는 똥만한 것이 없기에 돌쇠 아버지에게 똥은 너무나 소중하다. 멀리 가서도 함부로 똥을 누지 않고 꼭 집에 와서 똥을 누고, 길을 가다가도 똥을 보면 주워서 집에 가지고 온다.이 장면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흥미롭다. 똥을 더럽다고 멀리하지 않고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에게 아이들은 매료된다. 그것은 아이들이 품고 있는 똥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때문이다. 똥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최초의 물건이다. 자기 몸에서 무언가가 쑥 나와 덩어리져 있는 모습은 아이들에겐 마냥 신기한데 어른들은 더럽다며 코를 막는다. 그러곤 얼른 물을 부어 사라지게 한다. 물론 아이들도 냄새가 좋지 않은 것은 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경험은 작은 상처가 된다. 심한 경우 내 것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어른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똥 누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서 똥을 누기도 한다. 대부분은 결국 어른들이 가진 똥에 대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멀리하지만 그럼에도 똥 이야기를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 아이들에게 똥은 집안 어른들의 강요 때문에 헤어지게 된 연인이나 마찬가지다.이야기는 권선징악으로 흐른다. 돌쇠 아버지는 도깨비의 도움으로 김 부자 집의 똥을 거름으로 이용하여 농사에 성공한다. 하지만 김 부자가 그것을 가만두고 볼 리는 없는 일. 우리 집에서 가져간 똥을 다시 내놓거나 농사해서 수확한 곡식을 모두 가져오라고 억지를 부린다. 착하기만 한 돌쇠 아버지는 난감해하지만 도깨비에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깨비는 김 부자 집에 세상의 모든 똥을 다 모이게 해서 엄청난 똥의 언덕을 만들어 버리고 결국 김 부자는 망하고 착한 마을 사람들은 잘 살게 된다.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