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초·중·고 1인당 사교육비가 3년 연속 늘고,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사교육비 경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사교육비를 오히려 크게 늘려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보도자료엔 “사교육비 총 규모 6년 연속 감속” “실질 사교육비 감소” “일반교과 사교육비 지속 감소” 등 대부분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부분만 강조돼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① 사교육비 총 규모 17조8000억원, 6년 연속 감소?→1인당 사교육비 3년 연속 증가!
교육부 보도자료 ‘2015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의 첫번째 소제목에서는 ‘사교육비의 총 규모’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9년 21조6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사교육비 총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2014년 18조2000억원에 이어 2015년 17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000억원(2.2%)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총 규모는 이른바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지 않은 의미없는 수치다. 학생 숫자가 줄어서 사교육비 총 규모가 줄어든 것이지,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줄어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초·중·고 학생 수 감소율은 3.1%로, 사교육비 총 규모 감소율 2.2%보다 높다. 신익현 교육부 학교정책관 역시 브리핑에서 “(사교육비) 전체 총량이 줄어든 것은 학생수 감소 부분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② 실질 사교육비 전년대비 1.5% 감소?→‘사교육 물가상승률’ 사용은 여론 호도!
교육부는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사교육비’가 20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3000원(1.5%)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초·중·고 학원비, 음악·미술·운동학원비, 이러닝이용표’만 따로 떼낸 물가지수가 2.6%고, 소비자물가지수(0.7%)보다 높은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를 반영하면 실질 사교육비 지출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사교육비’라는 개념에 고개를 갸웃한다. 정부가 일반 물가상승률 대신에 사교육 물가상승률을 굳이 활용하는 것은, 가령 학원비가 크게 올랐을 경우 전체 사교육비가 조금 오르더라도 사교육비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 사교육비 지출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이에 대해 서울 4년제 대학의 경제학부 김아무개 교수는 <한겨레>에 “사교육비는 어디까지나 가계의 부담 측면에서 문제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가계부담이 증가했느냐 감소했느냐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 면에서 물가지수를 반영하고 싶으면 소비자물가상승률(0.7%)을 반영해야지 사교육 물가상승률을 굳이 만들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사교육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사교육비 지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판단하는 지표는 정부가 ‘1인당 월평균 명목 사교육비’라고 발표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다. 교육부는 2015년 1인당 명목 사교육비가 24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2000원(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 0.7%보다 높고,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고치다. 1인당 사교육비는 2007년 22만2000원에서 2009년 24만2000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 4년 연속 감소해 2012년 23만6000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3년 23만9000원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③ 일반교과 사교육비 지속 감소?→중·고교 영·수 사교육비 증가!
교육부는 일반교과의 1인당 사교육비가 19만원으로 1000원(0.3%) 감소했고, 예체능은 5만3000원으로 3000원(5.4%) 증가했다고 밝혔다. 1인당 명목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교과 사교육이 아니라 예체능 탓이라는 얘기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체육 사교육비의 지출 상승세는 뚜렷한 건 사실이지만, 최근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수학 사교육’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 설명도 무리가 있다.
과목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일반교과 가운데 줄어든 과목은 국어·영어 정도다. 특히 2018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초등학생들의 영어 사교육비가 줄어든 영향이 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영어 사교육비도 늘었다. 그 외에 수학과 사회·과학, 제2외국어, 논술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모두 늘어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통계센터가 교육부·통계청 자료를 재구성 해보니, 과목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가운데, 영어는 8만2000원에서 8만원으로 전년대비 2000원 줄었고, 수학은 7만6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1000원 늘었다.
특히 학교급 가운데 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가장 큰 폭인 6000원(23만원→23만6000원)이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수학 사교육비 증가가 4000원(9만3000원→9만7000원)을 차지한다. 2018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오히려 수학 사교육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반영하고, 과도하게 많은 수능 수학 시험 범위 등으로 학생들의 수학 부담이 크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