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체류비 지원받고 정서적 안정
폐교위기 학교는 회생의 기회 맞아
6년 재학하면 특별전형 혜택도
시설확충·안전관리 등 개선은 과제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차츰 늘고 있다. 이들은 폐교 위기에 몰린 작은 학교를 살리고, 침체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유학생을 위한 건물이 세워지고, 방과후 학습을 조직하려는 주민들의 협력이 긴밀해졌다. 어르신들은 손자녀를 키우듯 정성껏 유학생을 돌본다.
■ 폐교 앞둔 작은 학교 부활
강진 옴천초등학교는 2013년 학생이 9명으로 줄었다. 2개 학년은 학생이 1명씩이고, 2개 학년은 학생이 2명씩이었다. 4개 학년에 복식수업이 이뤄질 정도였다.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에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학생 13명이 농촌유학을 왔다. 이후 믿기 어려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전체 학생 수가 33명으로 늘자 교사 3명이 추가로 배치됐고, 현대식 교실 두 칸이 증축됐다. 강진군은 농가 7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한테 다달이 25만원씩 체류비를 지원했다. 어렵게 유학을 결심한 학부모 6가구는 도시를 벗어난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자 아예 귀촌했다.
임실 덕치초등학교는 지난 2006년 김용택 시인이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로 농촌유학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장수 철딱서니학교는 2012년에 강원도 양양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 예전 학교가 도로변에 있어 안전하고 좋은 자연환경을 찾다가 이곳으로 옮겼다. 이 바람에 폐교 위기에 몰렸던 번암초등학교 동화분교가 덩달아 살아났다.
농촌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전남·북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농산어촌 유학생 수는 2012년 66명에서 올해 96명으로 차츰 늘어가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유학센터도 2012년 12곳에서 올해 25곳으로 갑절 많아졌다. 전남도는 올해 3억원을 들여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립유학센터를 짓기로 했다.
■ 도입 초기 문제점 개선 노력
농촌유학은 도시 학생들이 부모나 가족을 떠나 농촌의 학교에 입학해, 주민과 함께 농촌에서 6개월 이상 생활하는 배움의 형태를 이른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시골에 살면서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방과후에는 자연탐사와 노작활동으로 체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일부 학교에선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일본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임금순 옴천초등학교 교장은 “한해 100여건의 상담 전화를 받는다. 부모들이 농산어촌 유학을 대안학교나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공교육을 받으며 자립심을 기를 수 있고, 6년 이상 배우면 대입에서 농어촌특별전형 혜택도 받는다”고 소개했다.
전남발전연구원이 이태 전 광주지역 학부모 236명한테 물었더니 40.7%가 농촌유학에 참여할 의향을 비쳤다. 유학의 이유로는 자연생활 향유(49.4%), 자립심 함양(42.4%), 아토피 치료(2.4%), 사교육비 경감(2.4%) 등을 꼽았다. 하지만 36.1%가 안전과 상해를 우려했고, 교육 문제(24.1%), 유학 시설과 학교 적응(20.5%) 등도 불안해했다. 실제로 농촌유학 제도는 도입 초기여서 적지 않은 한계도 안고 있다. 지난 2012년 강원도에서는 유학 중인 학생 1명이 물에 빠져 숨졌고, 50대 센터장이 학생을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학센터 사업의 시행지침과 운영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운영주체를 경험이 있는 법인으로 못박고, 시설 규모와 필요 인력 등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학생 6명당 교사 1명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은 상해보험, 시설은 화재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센터-마을-학교 사이의 운영규약을 미리 만들어야 하고, 운영 실적도 평가를 받게 됐다.
안관옥 박임근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