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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빨리빨리’ 배달 재촉…아이한테 기다리라 가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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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국여성민우회 공동기획
‘해보면’ 달라져요


<6> 서비스 재촉 않기

개그맨 홍인규(36)씨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지인 사무실에서 <한겨레>독자들을 향해 ‘해보면 달라져요’ 실천을 권하고 있다.  홍인규씨 제공
개그맨 홍인규(36)씨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지인 사무실에서 <한겨레> 독자들을 향해 ‘해보면 달라져요’ 실천을 권하고 있다. 홍인규씨 제공

“아빠, 치킨 언제와? 치킨. 빨리 전화해봐요.”

개그맨 홍인규(36)씨의 아들 태경(8)군은 아빠가 치킨을 주문하자마자, 집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빠에게 계속 전화를 할 것을 독촉하다, 결국 자신이 직접 전화를 해 “아저씨, 치킨 언제 오나요?”라고 물었다. 홍씨는 태경군을 앉혀놓고 차분히 말했다. “태경아, 아저씨도 주문이 많으면 늦게 오실 수 있는 거야.” 지난달 홍씨 집의 풍경이다.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3>(한국방송2) 등의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 홍씨는 <한겨레>와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기획하는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의 여섯번째 항목 ‘서비스 재촉 않기’의 실천자다. 지난해 4월 지인과 꽃배달서비스업체를 개업한 홍씨는 전국 택배업체 50개와 제휴를 맺고 꽃·화분 등을 배달하고 있다. 주로 결혼식 등 행사가 많은 주말에 일이 몰린다.

꽃배달업 개업 개그맨 홍인규씨
결혼식 30분 앞둔 주문에 당혹
적어도 하루전 주문해 달라자
“다른 데 다해준다는데…” 항의
“택배·배달 얼마나 힘들겠어요?”

홍씨는 배달업체를 운영하며,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한 일요일에는 결혼식 시작 30분을 앞두고 “시간 맞춰 배달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꽃에 리본을 달고 손질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30분 만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홍씨가 “적어도 하루 전에 주문해달라. 꽃 배송은 피자배달이 아니다”고 말하자, “다른 곳은 다 해준다는데 왜 안해주는 거냐”라는 항의가 돌아왔다.

홍씨는 “주말에도 당일배송이 당연한 걸로 아는 분들이 많다. 서비스업이니까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해드려야 하지만, 배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항의를 받지 않기 위해 홍씨는 제휴한 택배 회사에 “늦지 않게 해주세요”, “시간을 맞춰주세요”라고 강조하곤 한다. “정말 힘들더라구요. 원래 빨리빨리 일을 못하는 편인데….”

홍씨는 개그맨으로서 각종 행사 일을 하면서도 한국 사람들의 ‘재촉문화’를 많이 겪었다고 한다. “행사 뛰다보면, ‘왜 안오세요’, ‘빨리 오세요’, 그런 재촉을 많이 받거든요. 막상 가면 1시간씩 기다리는데도요. 정말 필요해서 재촉하는 게 아닐 때가 많아요.”

홍씨는 <한겨레> 독자들에게 소비자로서 ‘서비스 재촉 안 하기’를 함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치킨, 자장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해요. 그만큼 기다리기 힘들어하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재촉할 때마다 배달원 마음 조급할 걸 생각하면서 그냥 기다려요.” 홍씨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아이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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