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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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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보약, 들깨고사리버섯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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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아침 일이다. 성장한 아들은 늦잠을 자느라 카네이션도 안달아준다. 투덜거리는 맘이 들어 일요일 아침이 썩 개운치 않은 맘으로 주방에 들어서니 반찬도 없다. 이럴때야 말로 맘을 다스려야 할때다. 마침 핸드폰에 친정 엄마 전화번호가 떴다. "지난번 담궈주신 냉이 된장을 더 보내줄까?"하고 물으신다. 어버이날인데, 친정 엄마 전화를 내가 먼저 받다니..., 아들 탓을 할 게 아니지 싶어 얼른 맘을 고쳐먹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딱 맞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말이 절절히 맞다는 생각에 늘 혼자 끄덕인다. 제 아무리 똑똑한 자식이라도, 천길 만길 부모속을 다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어버이날이라고 대접 받고 싶은 맘부터 드는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더 많이 오래 살아야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엄마 전화 덕분에 도를 저절로 터득한 나는, 주방에 들어가 이런 저런 요리를 했다. 얼마전부터 고사리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들얘기가 귓등에 걸려있어서, 퇴근 후 돌아와 밥상 앞에 앉을 때마다 왠지 좀 불편했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고사리는 들기름과 집간장에 볶은 담백한 고사리나물이지만, 오늘은 좀 손이 많이 가는 고사리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마침 생고사리가 통통한게 자주 애용하는 생협에 나와있어서, '바로 이거야'싶었다.


[들깨고사리버섯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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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고사리, 표고버섯, 들깨가루, 쌀가루, 전분가루, 마늘, 들기름 조금, 소금, 후추


<만드는법>

1. 생고사리는 잘 씻어 쌀뜨물이나 현미미강을 넣고 부드럽게 삶아준다. 마른 고사리는 불렸다가 이 방법으로 삶는다.

2. 쌀뜨물에 들깨가루3, 쌀가루1, 전분가루1 비율로 섞어 푼 다음, 고사리를 넣고 끓이다가 불을 줄여 은근하게 조금 더 끓인다.

4. 생표고를 썰어 이때 넣어준 후, 은근하게 같이 끓여 표고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울때 불을 끈다.

5.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마늘을 다져 넣는다.

6. 마지막에 소금, 후추로 여분의 간을 더 하고, 들기름을 조금 넣으면 고소한 맛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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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꽃다웠던 시절에 사회가 싫어 외딴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 한참 건조한 봄철이라 산에 불이 종종 나곤 했는데 불이 난 산에 올라가면, 시골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고사리를 캐어다가 말려두고는 일년 내내 먹는다는 걸 알게되었다. 고사리는 불타고 나서 재가 된 토양의 환경 속에서 가장 잘 자라난다. 이른 봄,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오는 조그맣고 귀여운 고사리 새싹을 보면 기특한 생각이 들어 왠지 한번 쓰다듬어주고 싶다.

 

고사리는 어쩌면, 역사를 뒤엎는 혁명가의 피가 흐르는 식물인지도 모르겠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말린 고사리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안들지만, 무참한 자연의 재앙 속에서 까맣게 재가 되어버린 산에 작고 고부라진 몸을 일으켜 꿋꿋하게 올라오는 고사리 새순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역사는 흐르고, 또 흐르는구나.

죽음은 삶의 시작이요. 

겨울은 봄을 일으키는 힘이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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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어떤 녀석일까?

 

예로부터 오래 많이 먹으면 남자의 양기를 악화시키고 다리 힘을 빠지게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생고사리의 성분은 수분이 90%, 단백질이 2.1g,지방 0.4g, 당질 2.6g, 섬유질 3.3g,철분 1.2mg, 비타민 A와 B2가 들어있다. 특수성분으로는 아네우리나아제라는 효소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비타민B1을 분해해버리기 때문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비타민B1 결핍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사리나물을 데쳐서 무칠 때 현미미강(쌀의 속껍질과 씨눈부붙)을 함께 넣으면 좋다. 마른 고사리의 경우에는 쌀뜨물에 삶는다. 쌀뜨물에 삶으면 매우 부드러워지고 빨리 퍼지게 만들며, 영양손실도 보충해주니 여러모로 좋은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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