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직전에 학교 아이들에게 여름방학 계획표를 세워보자고 했더니 일제히 키득거렸다. “우린 못 지켜요!” “어차피 안 돼요.”
우선, 이번 방학 때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 꼭 해야 하는 것 목록을 만들어보게 했다. 공부 계획 다음으로 다이어트, 운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느새 사춘기 아이들한테 외모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되어 버렸다. ‘뚱뚱하면 왕따당한다’는 말에 마음은 편치 않지만 아주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에서도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아이들을 많이 본다. 중3 여름방학 때 쌍꺼풀 수술을 했던 아이가 있었다. 다른 아이를 통해서 들은 얘기로는 주변 애들이 장난으로 ‘눈 작다’고 하는 말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 아이는 같이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하체가 조금 더 튼튼했을 뿐이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어 극심하게 다이어트를 한 모양이었다. 결국 생리까지 멈춰서 주변 어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몸무게를 5㎏을 넘어 10㎏까지 빼겠다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대부분 굶어서 빼겠단다. 흐지부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굳은 의지로 실천해내는 소수의 아이가 거식증으로 알려진 섭식장애를 겪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요즘은 성형수술이나 각종 시술에 대해 부모들도 많이 개방적이 되긴 했지만 성형수술을 마냥 쉽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한번 한 성형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사춘기 시절의 변덕스러운 마음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예뻐하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쉽게 자신의 외모에서 문제를 찾는다. 그 부분이 수정되면 사랑받을 수 있고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거꾸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성형수술이나 시술로 건강한 자존감, 자아상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외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점이 신경 쓰이는지, 괴로운지를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남의 시선 신경 쓰지 마. 네 할 일을 잘하면 돼”라는 말도 해답이 안 된다. 외모순으로 성공과 행복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실제 사례들, 외모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자기를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존중이 더 따른다는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줘도 좋겠다.
아이가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일들이 많을수록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외모 집착으로 나타나기 쉽다. 아이 스스로가 컨트롤하는 경험들을 해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살을 빼려는 것도 자기관리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아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해서 수행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부모는 아이 곁에서 현재 성장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감량이 필요한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 함께 의논해주면 된다. “운동해”, “그만 먹어”라는 지시로는 부족하다. 식단도 챙기고, 매일 저녁 함께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