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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마스터한 한자1,8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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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아들이 인터넷에서 한자 급수 테스트를 보여주며 나에게 해보라고 권한다. 화면을 보니 3급 문제다. 정답을 적었더니 100점이다. 아들은 다시 1급을 보여주며 하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응했고, 거의 답을 맟추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 “와, 아빠는 한자 1급이네”라고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3급쯤 된다고 말했더니 깔깔 웃는다. 사실, 학창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한문 과목이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시험에 국어 시험문제로 출제된 ‘촬영’과 ‘모순’이 문제로 나왔던 것도 기억한다. 지금도 ‘새옹지마’ ‘당랑거철’ ‘교토삼굴’ 과 같은 한자도 즉시 쓸 수 있는 실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 2때, 여름방학 동안 한자 1,800자를 마스터를 했기 때문이다. 가끔 나이가 들면 서당을 차려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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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1,800자는 오직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동안에 마스터를 했다. 그 기간은 불과 5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해냈다. 한문은 중1 때부터 정규 과목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하여 배우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서 여름방학에는 반드시 한문공부를 잘 하고 싶었다. 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텍스트북은 사전이나 혹은 책이 아니라 달랑 한자 1,800자가 있는 양면 플라스틱 책받침이 전부었다. 거기에는 앞 면과 뒷 면에 가나다라와 같은 방식으로 한자가 적혀있다. 공부의 시작은 그냥 가부터 써보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책상에 앉아서 가에 관련된 한자를 큰소리로 읽으면서 몇 번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냥 몇 번을 썼는데 자동으로 외워진다. 오후에는 오전에 했던 것을 복습하고, 오전에는 어제의 것을 복습했다.그런데 대부분이 기억이 났다. 그런 나의 모습에 내가 나에게 흠짓 놀랐다. 처음에는 하루에 20자 정도를 익혔는데 그 숫자는 오히려 더욱 늘어났으며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솔솔했다. 아침을 먹은 후, 방에 틀어박혀서 그렇게 한자 공부를 하고, 점심 먹고 다시 쓰고, 밤에도 다시 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한자를 배우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방학 동안에 노트 몇 권이 한자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방학이 끝날 무렵, 드디어 1,800자의 학습도 끝이 났다. 한 달 반의 긴 여름방학 동안 대부분 한자 공부를 하는데 쏟아 부었다. 가끔 냇가에 수영을 하러 몇 번을 간 것이 고작이었다.


  

20대 후반에는 국어 선생인 친구와 4자성어로 상황 배틀을 하기도 했다. 내가 한자를 잘 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자신도 한자라면 자신이 있다며 4자성어를 넣어서 대화를 하자고 제의를 한다. 그러면 “친구, 설왕설래 그만하시고 저녁에 음주가무를 즐겨봅시다” “아닐세, 친구는 등하불명일세. 요즘 학생들 시험기간이라 견마지로로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에 합시다” 이렇게 30분, 1시간을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한마디로 용호상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친구가 자꾸 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배틀은 용두사미가 되었다.

 

 

 그럼 왜, 이렇게 한자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스스로 배우고 싶어햇는가? 바로 환경적인 동기 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손가락 영향이다. 아버지는 어디서 배우셨는지는 몰라도 붓글씨도 잘 쓰셨으며 한자도 많이 알고 계셨다. 특히, 동네에서 상가집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였다. 아버지는 그 곳에 가서 각종 지방을 쓰는 일과 모든 글씨를 쓰는 일을 전담하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습관이 있었으니 바로 손가락 놀이였다. 아버지와는 6학년 때까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아버지는 잠을 주무시기 전, 늘 검지 손가락을 현란한 솜씨로 움직인다. 아마 수년전부터 보아왔던 모습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호기심이 커져갔다. 그리고 손짓이 바로 한문 연습이라는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순간 아버지처럼 매일 저렇게 연습을 하면 한자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매일 보는 아버지로 손가락 연습은 한자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우리는 누구나 공부를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하라고 채근을 하며, 이를 위하여 많은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그렇지만 일명 sky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한 거기에 함정이 있으니 바로 아이에게 지나친 공부의 강요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의 세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과 강요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청개구리가 들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공부하라고 강요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이 청개구리가 스스로 움직여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청개구리가 부모의 말을 잘 듣고 행동하려면 우선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반대로 나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의 말은 죽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아이와 놀아주거나, 놀이공원, 동물원에 가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아이와 친밀감을 확대시키는 계기라는 사실이다. 또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 엄마가 매일 연속극을 보면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요, 각주구검이요, 백년하청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엄마가 잡지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도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곁에서 보려고 한다. 그러므로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거나 혹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책을 사랑해야 한다.


  

특히, 엄마들은 넘치는 사랑으로 인하여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아이가 훌륭하게 키우려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그런 사랑은 아이에게 반항심을 불러올 수 가 있다. 심리적인 변화에 있어서 아이는 엄마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탐진치가 많아지고, 고집이 더욱 강하다. 그래서 부모가 1% 변하면 아이는 10% 변한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부모는 늘 아이에게 거울이며 스승이다. 아이는 그런 부모를 보고, 느끼고 관찰하면서 성장한다.

 

 

 결국, 부모의 일상생활이 곧 아이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과 같다.   

 그러므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의 올바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 그림: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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