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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안에는 늘 빛과 어둠이 싸우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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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1475751832_00503891_20161006.JPG생쥐기사 데스페로
케이트 디카밀로 글, 티모시 바질 에링 그림·김경미 옮김/비룡소(2004)

정새난슬의 노래 ‘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을 듣다 보면 “마음이 무얼까?” 하고 되풀이하여 읊조리는 대목이 나온다. 현악기 소리 위로 맑지만 쓸쓸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다. 우리 안에는 슬픔, 배신감, 위안, 희망, 고통, 미움, 동정심, 용서, 사랑 등 여러 갈래의 감정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때로 감정의 소리를 모른 척하며 살기도 한다. 한데 모르는 척하면 할수록 속마음은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 종내는 그 소리를 영영 들을 수 없게 된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생쥐기사 데스페로>는 흥미롭게도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가끔 아이가 뭘 원하는지, 자기 마음이 어떤지 똑바로 말을 못한다며 답답해하는 부모를 만날 때가 있다. 짜증스러워하는 어른들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은 아느냐고, 마음이 무언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른조차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직시하는 건 쉽지 않다. 마음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과정과 연습이 필요하다. <생쥐기사 데스페로>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동화다.

생쥐 데스페로는 작고 약하게 태어났다. 우스꽝스럽게 귀만 커다란, 한마디로 부모에게 부끄러운 생쥐였다. 생쥐라면 마땅히 책을 갉아먹어야 하는데, 데스페로는 앞발로 글자들을 하나씩 더듬어 가며 읽기를 즐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생쥐답지 않았다. 심지어 음악소리에 이끌려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책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꼭 닮은 피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피 공주를 사랑하게 된 데스페로는 결국 생쥐답지 않다는 이유로 생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하 감옥으로 보내진다.

동화는 데스페로 말고도 로스쿠로, 피 공주, 미거리 사우의 사연을 차례차례 들려준다. 로스쿠로는 빛을 소망해 지하에서 궁전으로 올라오지만 더러운 시궁쥐라는 조롱을 받고 절망한다. 다친 마음은 쉽게 비뚤어지는 법이라 로스쿠로는 공주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한편 피 공주는 시궁쥐 로스쿠로 때문에 엄마가 놀라 죽어버리자 슬픔과 분노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하녀로 팔려간 미거리 사우는 간절하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다. 제각기 다른 사연과 마음을 지닌 이들 넷은 결국 피 공주가 갇힌 지하 감옥에서 만난다. 분노와 슬픔과 소망과 사랑을 지닌 이들 넷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까.

케이트 디카밀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들 넷의 감정에 관해 말해준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마음이 있으며, 우리의 가슴은 연약하고, 그 안에는 항상 빛과 어둠이 싸우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이다. 감정은 우리를 용기 있게도 만들지만 사나운 길로도 이끈다. 데스페로와 피 공주가 보여주었듯 부정적 감정에서 자신을 구하는 길은 용서뿐이다. 어떤 심리학책보다 마음과 감정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다. 2004년 뉴베리 수상작이다. 초등 3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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