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반디니 마찬티·조반나 보시 지음, 리카르도 메를로 그림, 김현주 옮김/다섯수레·1만8500원
“나, 지아친토 살사파릴리아는 1767년 새롭고 진귀한 식물을 찾으려 ‘플로라 호’를 타고 모험 천만의 세계로 출발한다.”
<시간의 섬>의 주인공 살사파릴리아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저명한 식물학자이다. 교수는 항해 도중 검은 안개 속을 며칠 동안 헤매다가 갑자기 평온한 바다에 이른다. 그런데 그곳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물들로 가득했다. 특히, 작은 섬에 올라보니 원시시대의 희귀 식물들로 가득했다. 이를테면 ‘시간의 섬’인 셈이다. 교수는 그의 탐험을 그림일기에 담았고, 그 일기는 나중에 고문서 보관소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그림책은 한 식물학자의 모험담 형식이지만, 실제 내용은 ‘식물의 조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원시 식물에 대해선 다소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식물은 40억년 이상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산소와 먹을거리, 보금자리를 제공해 왔다. 생태계 전체를 이해하는 데 식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다.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고식물학 책이다.
그림책은 1부에서 교수의 모험담을 그린 뒤, 2부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의 조상을 살핀다. 양면을 펼쳐, 한 쪽은 설명문을 싣고 다른 쪽 면은 관련 식물에 대한 세밀화 여러 편을 오밀조밀하게 집어넣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여러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식물은 처음부터 잎과 줄기, 뿌리를 모두 갖고 있었을까? 물속에서 처음으로 지상으로 올라온 식물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애초 식물한테는 이파리가 없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다소 어려운 내용이지만, 공룡의 세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아이들도 있을 듯하다.
초등 3학년 이상.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