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유행과 소비’ 진지한 접근
보이지 않는 것 다룬 ‘철학 동화’
마음이 보여?
가야마 리카 지음·마스다 미리 그림, 송태욱 옮김/너머학교·1만2000원
오, 멋진데!
마리 도를레앙 글·그림, 이정주 옮김, 해설 강수돌/이마주·9500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마음’과 ‘소비’는 어떨까?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알려주는 그림책이 잇달아 나왔다.
<마음이 보여?>는 ‘마음’ 이야기이다. 일본 소녀 ‘유카’는 하굣길에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났다. 그런데 하늘에서 반창고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져 무릎에 와서 붙는다. 게다가 반창고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몸에 난 상처는 금세 알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알아보기 힘들다. 그림책은 ‘반창고’ 캐릭터가 등장해 마음에도 상처가 날 수 있고, 그럴 때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유카는 친구 ‘가린’과 동생 ‘마코토’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음을 알게 되고, 반창고의 권유에 따라 위로하고 달래준다. 유카가 “모두, 모두,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따끔따끔했던 거야”라고 말할 때, 어린이 독자들도 여럿 공감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지은이는 독자에게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여러분도 분명히 반창고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들 마음의 상처에 붙는 반창고가 돼 주세요”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그림을 그렸다.
초등 3~4학년 이상.
책은 ‘생각그림책’ 시리즈(전체 9권)의 첫 번째로, ‘성장’ 이야기를 담은 <아이라서 어른이라서>와 함께 나왔다. 원저는 일본에서 2009~2010년 출간된 시리즈인데 앞으로 말, 행복, 악, 사랑, 죽음, 아름다움, 인간 등을 각각 담아낸다고 한다.
<오, 멋진데!>는 현대 사회의 유행과 소비 문제를 다룬다. 시장에서 상인이 온갖 물건을 파는데, 새로울 게 없는 물건이라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뿐이다. 이에 상인은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을 사라고 외친다.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에 흥분해 우르르 몰려든다.
그 다음엔, 길거리 곳곳에서 이상한 패션쇼가 벌어진다. 냄비를 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고무호스를 목걸이처럼 둘렀다. 사람들은 최신 물건을 뽐내느라 불편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다.
마지막엔 또 반전이다. 새로운 상인이 나타나 외친다. “요리용 냄비가 있어요.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있어요.” 사람들은 다시 흥분한다. “요리용 냄비?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
해설을 쓴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이 사면 더 많이 행복해질 것 같다구요?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일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과연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 걸까?’ 생각해 보세요.” 초등 1~2학년 이상.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그림 너머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