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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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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기다림이 아니라 다가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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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강의를 마치고 오는 도중 양재 꽃시장에 들렀다. 그리고 수선화와 히야신스 구근 7개를 구입했다. 집에 와서 심지 화분을 만들어서 심었고, 또한 멋진 화분 케이스를 만들어 심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격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순간, 혹시 누전으로 불이 나지 않았나 의심을 했지만 그것은 바로 히야신스에서 나는 향기였다. 
0314_08아내가.jpg» 아내가 디스플레이 한 수선화와 히야신스. 사진 권오진.
평소 축농증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거의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그 날의 향기는 나의 코 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를 아내에게 알리자 즉시, 코를 꽃에 가까이 댄다. 그리고 그 향기가 백합에 버금간다며 감탄을 한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아내답게, 멋진 화분대에 올려놓으며 VIP급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거의 3주간 꽃을 신주단지 모시듯, 애지중지하며 봄에 취해있다. 역시,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서는 것이었다.
 
나는 작년 가을에 수원시에서 진행하는 도시농부 120시간을 이수했다. 8월부터 10월말까지 3개월 동안 1주일에 2번을 출석했다. 그것은 내가 평소에 늘 배우고 싶었던 공부였다. 커리큘럼을 보면 분갈이, 꽃꽂이, 천연액비만들기, 염색, 천연 농약, 지렁이 키우기, 조경 등 다양했으며 수업의 2/3는 실습이었다. 

10여 년 전에 주말 농장을 3년을 운영했지만, 나의 농업 실력은 주먹구구식이었으며 조족지혈이었음을 깨닫았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자연농법이다. 배추나 무 등의 채소를 재배하면서 풀과 상생하며 키우는 기술이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면 풀은 당연히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이 있으므로서 토사의 유실을 막고, 또한 풀의 뿌리는 1미터 이상까지 땅속 깊이 내려감으로서 토양이 숨을 쉬게 하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배추를 기른다면 바로 옆에 붙은 풀은 뽑아주지만 30센치 이상 떨어진 풀이라면 그저 윗 부분의 절반을 잘라주면 충분하다. 자연을 이해하고, 식물들과 공생하는 법을 깨우쳤다.
0313_02낙엽밑흙.jpg» 낙엽밑 흙과 피트모스와 펄라이트와 기존의 흙을 섞어서 발효중. 사진 권오진. 
봄은 사무실 앞의 텃밭에서도 준비중이다. 이미 1월에 배수를 도와주는 펄라이트와 영양과 배수를 도와주는 피트모스를 준비했고, 지난주에는 낙엽속의 흙을 준비했다. 그동안 3년간 텃밭을 가꾸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병충해였다. 특히, 장미는 항상 진딧물이 있었고, 그러자 주위의 식물들에게도 금방 전염이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천연방제를 시도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실마리는 흙에 있었다. 흙이 건강하면 병충해가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식물이 잘 자라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흙의 건강에는 다소 소흘했다. 그저 퇴비를 많이 주면 모든 작물이 저절로 잘 자란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0313_03미생물.jpg» 미생물이 가득한 낙엽밑 흙. 사진 권오진.
그러나 흙이 건강하지 못하자 가을까지 다양한 병충해와 씨름을 했다. 그런데 흙중에서 가장 건강한 흙이 있으니 바로 산속의 낙엽밑에 있는 흙이다. 이 흙은 수 년간, 혹은 수 십 년간 고정되어있으면서 가을이면 낙엽이 덮이고, 봄이 되면 주위의 나무에게 건강한 흙을 제공해준다. 거기에서 자라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사람에게 유익한 영양분을 생각하면 다양한 비타민과 칼슘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총체적으로 그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식물에게 필수 영양분은 바로 미생물이다. 오랜 시간 낙엽속에 있으면서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을 한다. 현재 낙엽속의 흙과 기존의 흙과 펄라이트와 피트모스를 함께 섞어서 발효중이다. 모든 흙에 미생물이 번식하기 위함이다.
 
집에서도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주에 씨앗을 선별하고, 주 초에 작업을 시작했다. 텃밭은 옥상이라 여름에는 유난히 덥다. 그래서 올해는 콩과 식물을 주로 심기로 했다. 콩의 잎으로 하늘을 덮으려고 한다. 그래서 준비한 씨앗이 호랑이콩과 제비콩, 작두콩, 풍선덩쿨이며 목화를 추가했다. 
0314_06씨앗발아통.jpg» 씨앗발아통. 사진 권오진.

0314_07씨앗불리기.jpg» 씨앗불리기.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호랑이콩, 풍선덩쿨, 제비콩, 목화, 작두콩. 사진 권오진.
먼저 씨앗을 하룻동안 25도 이상의 미지근한 물에 불렸다. 이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서 발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바로 땅에 심으면 발아율이 낮다. 낮에는 햇볕을 받게 하여 온도를 높이고, 밤에는 거실에 들여놨다. 그리고 다음 날, 준비한 흙에 씨앗을 심었다. 이 흙 역시 산에서 구해온 낙엽 밑에 있는 미생물이 가득한 흙이다. 씨앗을 넣은 씨앗 발아용기는 펫트병으로 특별 제작을 했다. 물론 지난주에 2리터 펫트병 20개를 재활용을 하는 날에 구해놨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세척을 했다. 그것을 3등분을 한 후에 가운데는 버리고 윗부분을 뚜껑으로 사용했고 밑부분은 흙을 담았다. 

그런데 펫트병의 형태에 따라서 어떤 것은 딱 맞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사용하지 못해서 버리기도 했다. 물론 밑부분과 윗부분은 송곳으로 1~2미리 구멍을 내서 숨을 쉬게 했다. 씨앗은 하나의 용기 속에 5~10개 정도를 넣은 후에 흙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씨앗이 많다보니 15개의 용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제 낮에는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고, 밤이 되면 거실로 옮긴다. 그러면 햇볕이 잘 들 때는 그 안의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간다. 바로 씨앗의 발아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온도다.
0314_05펫트병.jpg» 펫트병으로 만든 모종삽. 사진 권오진.
 
모종삽도 펫트병으로 제작했다. 펫트병의 구조를 살펴보니 모종삽의 모양이 나온다. (05사진 참고) 먼저 큰 모종삽은 1.5리터 사이다 펫트병을 재료로 만들었다. 그저 가위로 다듬으면 사진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흙을 담아 옮기는데 매우 편리했다. 작은 모종삽 역시 2.5리터 우유팻트병을 재료로 사용했다. 우유팩의 손잡이 부분은 살리니 작은 모종삽이 되었다. 밤 9시 경에 이것을 만들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아빠, 뭐하세요?’라고 한다. 그래서 모종삽을 만든다고 하니 슬쩍 보고 ‘횡~’하니 사라진다.
 
올해 옥상 텃밭의 컨셉은 ‘콩의 정글’이다. 콩의 줄기로 옥상을 덮을 예정이다. 그 모습도 기대가 된다. 작두콩은 그 크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호랑이콩은 그 외피가 울긋불긋하여 호랑이 무늬와 비슷하다. 또한 모두 2미터 이상 가지를 뻗을 수가 있다. 더구나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제비콩이다. 이것은 희귀종으로서 5미터 높이까지 자라며 많은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그 꽃이 난꽃과 같은 모양과 색상을 갖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보너스로 해마다 심었던 풍선덩쿨을 심는다. 이것은 가을에 바람이 불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데 마치 풍경소리를 연상시킨다.
0313_01작년9월.jpg» 작년 9월의 옥상 정원. 사진 권오진.
지구의 기상 이변과 온도 상승으로 봄이 더 짧아졌다. 그래서 얼핏, 봄을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휙~’하고 지나간다. 그래서 지나간 세월이 항상 아쉽듯이, 지나간 봄은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존 레논의 곡 'love'의 가사를 보자. 사랑이란 현실이며, 느끼고 원하는 것이며, 또한 만지고 다가가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봄이 되니 그 노래가 봄을 부르는 가사처럼 느껴진다.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몸을 움직여서 준비해야 한다. 미래는 늘,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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