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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바다를 담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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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물창고 제공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바다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바다를 담은 그림책 

샬롯 졸로토 글, 웬델 마이너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펴냄(2007)

유아에게 바다는 아직 이해하기에 버거운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깊이와 무한함을 아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푹신하게 느껴지는 모래의 질감, 찰랑거리며 움직이는 물의 움직임만으로도 바다는 매력적이다. 숨쉬는 듯 들락거리는 파도의 리듬을 보고 있자면 아이는 묘한 안정감을 얻는다. 발에 살짝 닿은 물이 차갑지 않다면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발 더 나아간다.

수평선 너머까지 바다가 이어져 있고, 깊이는 알 수 없다는 것. 온갖 생물이 다 살고, 심지어는 인어까지 살지 모른다는 기대는 좀더 나이를 먹고서야 하게 된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창조의 공간, 그 속에 빠져들기 두렵지만 또 한번쯤은 들어가 보고도 싶은 곳. 바다는 늘 아이를 설레게 만든다.

아이들이 바다에 열광하는 첫째 이유는 물에 있다.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지만 몸에 닿는 물의 느낌은 아이를 편하게 한다. 부드럽게 나를 감싸면서도 나에게 파고들지 않는 물. 우리가 진정 원하는 관계도 그러하다. 나를 감싸주길 원하지만 원하지 않을 때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은 부담스럽다.

모래는 아이가 바다를 좋아하는 둘째 이유이다. 모래는 아이의 영원한 장난감이고 장난감의 원형이다.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고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시간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듯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너져 형태를 잃고 마는 것이 모래이다.

여기에 셋째로 태양이 있다. 강렬한 태양으로 여름의 바다는 완성된다. 선명한 태양과 모호한 물의 만남. 원초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이 하나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풍경이 여름바다이다. 거기엔 인간을 자극하는 에너지인 태양과, 인간을 감싸주는 에너지의 근원인 바다가 공존한다. 이글이글 끓는 하늘의 태양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자체가 태양이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 보는 사람마저 들뜨게 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아이들은 쉬지 않는다. 아이는 소리치고, 뛰어다니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곳에 바다가 있어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난다.

샬롯 졸로토의 <바다를 담은 그림책>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산골에 살아서 바다를 못 가본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다. 아이는 바다를 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이야기로 바다를 경험한다. 황금빛 모래톱, 반짝이는 파도, 갈매기와 조개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래서 아이는 말한다. “엄마, 이제 눈감으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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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그림책의 매력은 엄마가 바다를 이야기해준다는 점에 있다.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바다는 좀더 바다의 본질에 가깝다. 바다는 흔히 모든 삶의 근원, 모성을 상징한다. 바다는 엄마처럼 우리를 휴식하게 하고, 무언가를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바다에서 우리는 늘 새로워지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엄마의 목소리로 바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한번, 또 바다의 이야기에 한번 위안을 받는다.

이번 여름에 바다에 가보지 못한 아이도 많을 것이다. 섬세하고 투명한 웬델 마이너의 바다 그림이 있기에 얼마든지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줄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목소리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에 담긴 엄마의 사랑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보물창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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