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늘보가 뿌우
오형수 글·그림
고래뱃속·1만2000원
아기 나무늘보는 잔뜩 기대했다. “내일은 엄마랑 나무 아래서 수영해야지!” 생각만으로도 좋아 엄마 품에 안겨 배시시 웃었다. 아침이 밝았다. 엄마는 계속 잤다. “엄마~” 불러봐도 소용없다. 애초부터 나무늘보에겐 너무도 활동적인 계획이었다. 엄마는 늘 나무에 매달려 자고 자고 또 잔다. 엄마를 깨우다 지친 아기는 홀로 나무에 매달려 울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나팔이 날아왔다!무엇인지 궁금해 이리저리 돌려보다 구멍 하나를 찾았다. 힘껏 숨을 불어넣었다. “뿌우!” 큰 소리에 천지가 흔들렸다. 아기도 엄마도 화들짝 놀라 꼭 잡고 있던 나무를 놓치고 말았다. 어어어, 나무 아래 호수로 풍덩! 그 참에 드디어 엄마가 깼다. 영문도 모른 채 물에 빠져서는 두리번거리다 아기를 발견했다. 엄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알았다, 알았어! 아기 늘보는 엄마 등에 매달려 즐겁게 수영을 한다.그림 고래뱃속 제공 |
어린 시절 느릿느릿한 말투와 움직임 때문에 나무늘보 같다는 말을 듣곤 했다는 오형수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자기와 닮았다니 궁금해 백과사전을 찾아보다 나무늘보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첫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무늘보를 내세운 이유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답게 장면과 장면을 만화처럼 부드럽게 연결했다. 나무에 매달려서도 엄마 품이라서 포근한 아기 늘보의 모습과 나팔 소리에 놀라 깨놓고도 환히 웃는 엄마 늘보의 표정은 포근하고 익살스럽다. 4살부터.
임지선 기자, 그림 고래뱃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