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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안착과 내적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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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_2.jpg» 한겨레 자료 사진.

“양육과 교육관에 대하여 그 동안 남편과 호흡을 잘 맞추고 있었는데, 요즘 시어머니 때문에 집안 마찰이 생기고 있어 우울합니다. 네 살(만2,5세)짜리 손자를 위해 영어교육용 DVD를 선물하시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인지교육을 안 시키는 것은 묵인하시지만, 영어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시면서 드디어 행동을 보이신 것입니다. 그 여파로 남편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요.” 

아동의 성장 발달을 외면한 조기 교육이나 선행 학습은 순 작용 보다 역 작용의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은 요즘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를 위해 소위 글로벌 시대의 미래 역량을 준비시키려면 외국어의 대명사인 영어만큼은 “교육” 차원이 아니라, 외국어 “습득”의 차원에서 어쨌든 빠를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는 아이가 영어를 일찍 시작한 경우, 확실히 더 잘 하더라는 평가를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에게 “영어 환경”에 가능한 일찍, 그리고 “이상적”으로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영어 유치원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용 영어 학습 자료들이 상업적으로 수없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단기 또는 장기 유학을 떠나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의 유창한 외국어 능력을 위해 가족의 생이별을 감수하며 영미권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보낸 한국형 “기러기 아빠”들은 매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평균 2만 가구 이상이며, 여전히 증가추세!)  

이런 시도들을 통해 아이는 과연 무엇을 얻게 될까요? 영유아의 발달 시기에 무엇보다 모국어의 안착이 중요한 이유를 심도 있게 파악하면, 위와 같은 일반적 통념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부모는 무조건 외국어(영어) “조기”교육을 시도하기보다 소신껏 교육의 "적기"를 포착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의 언어인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언어구조가 뇌 속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하는 시기에 (적어도 만5세까지!) 낯선 말, ‘외-국-어’에게 잠깐씩이라도 자리를 내주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독일의 소아-청소년과의 의사이며 동시에 교육학자인 M. 글뢰클러 여사는 언어습득의 자연스런 환경이 주어져도 아이가 이중 언어로 성장하는 것 보다 “하나의 모국어”로 자라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추천합니다. (Wolfgang Goebel / Michaela Gloeckler: Kindersprechstunde. Ein medizinisch-paedagogischer Ratgeber, Stuttgart 2013) 예시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국제 결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흔히 이중 언어(예: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커나갑니다. 이중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추가로 어떤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다른 사람 보다 비교적 쉽게 배운다는 언어학적 통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밝히는 내적 어려움들은 교육학적으로 간과할 부분이 아닙니다. 즉, 이들이 자기 자녀의 이상적인 언어 환경에 대한 질문에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에게 시사적입니다: 

“내 아이는 하나의 모국어를 습득하며 자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언어가 확실해 진 다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맞습니다! 이중 언어를 가지게 되면 두 가지 언어 중 그 어떤 것에도 온전한 친근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로 꿈꾸고, 독일어로 생각하고, 상황에 맞추어 말합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글뢰클러 여의사는 부모들에게 교육적으로 이런 조언을 합니다. 생각하기는 본질적으로 언어와 직결되므로, 아이가 우선 하나의 언어 환경에서 자라도록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각 언어에는 문장의 구성과 문법에서 특별한 “언어논리”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무엇 보다 그 사람의 사고하기와 내적 안정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논리적인 토대와 일치를 이루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자라나는데 일종의 “버팀목”이 되며, 나아가 그 사람의 인성을 만드는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자녀의 건강한 자기 정체성과 내적 안정감 및 자의식의 형성을 위해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의 조기 영어에 신경을 쓰기보다, 모국어 발달에 유익한 일상의 언어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합니다.   

Q. 남편이 일본 사람입니다. 물론 아빠는 아이와 철저하게 일본어로 말합니다. 딸아이가 곧 네 돌을 맞이하는데,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이 너무 늦어서 걱정입니다. 아이는 한국말도 어눌하고, 일본어도 별로입니다. 어느 때는 섞어서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못 알아들어요. 언제까지 기다려 주어야하는지, 아니면 언어치료라도 시작해야하는지 판단이 안섭니다.  

A. 이중 언어로 성장하는 전형적인 언어 환경이군요. 이런 아이들은 대개 언어 습득이 늦습니다. 당연히 두 언어의 단어를 섞어서하기도 하다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대개 만5세 정도) 아주 빠른 속도로 진척을 보입니다. 두 언어를 확실하게 구분하여 구사하게 됩니다. 아이의 머리에서 두 언어 체계를 구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개인차가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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