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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섯살과 일곱살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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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표 셋 주세요
홍종의 글, 국설희 그림
파란자전거·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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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는 이제 더는 공짜로 전철을 탈 수가 없다. 내일모레면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론 당당한 어린이, 표를 구입해야 한다. 예순여섯 살 생일을 맞은 태림이의 할아버지는 이제부터 전철을 공짜로 타게 됐다. 할아버지와 생일이 같은 친구인 심통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공짜 표와 첫 공짜 표를 맞이하게 된 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제가 얻어올게요.” 처음 받는 공짜 표가 어색해 판매소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할아버지들을 향해 태림이가 명랑하게 소리쳤다. “공짜 표 셋 주세요!” 공짜 표를 받아든 할아버지들은 괜히 헛기침을 한다. “할아버지, 우리 어디까지 가요?” “어디까지 가 볼까?” 전철의 종착지인 오이도까지 가기로 한다. 전철이 덜컹, 출발한다.

유모차에 앉은 아기부터 코딱지 파는 오빠,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 등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지하철 안을 꽉 채우고 있다. 비어 있는 경로석 앞에서 “나는 아직 여기 앉을 때가 아니”라는 할아버지들의 모습과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잠드는 일곱 살 손주의 모습은 커가는 것, 늙어가는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열차를 인생 트랙처럼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중요한 사실은 할아버지들이 돌아오는 길에는 누구보다 명랑한 목소리로 “공짜표 셋 주시우!”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파란자전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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