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4… 태어나서 처음 숫자를 접하는 아이는 신이 나서 숫자를 센다. 반짝이던 아이의 눈빛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같은 연산을 배우면서 서서히 흐릿해진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구단은 왜 외워야 하고, 곱셈과 나눗셈은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스토리텔링 수학’이다, ‘사고력 수학’이다, 각종 수식어를 붙여 괜한 불안감을 자극하니 부모나 아이에게 수학이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숫자가 무서워!>의 주인공 가우수 역시 수학 점수는 바닥이고, 숫자만 보면 토할 것 같은 아이다. 엄마는 가우스 같은 위대한 수학자가 되라며 이름마저 가우수로 지어줬다. 지은이 조은수 작가는 가계부도 소설 형식으로 쓸 정도로 전형적인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다. 그렇게 일생을 ‘수포자’로 살아온 조 작가는 한 수학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일상생활과 우주에 숨어 있는 수학적 진실에 눈을 뜨게 됐다. 조 작가는 뒤늦게 눈뜬 수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알려준다.
‘숫자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간절했던 가우수는 진짜로 숫자가 없는 세상 ‘수토피아’에 가게 된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숫자가 없으니 가우수는 마냥 평화롭고 즐거웠을까? 막상 숫자 없는 세상에 가보니 아이는 뭔가 답답한 상황에 자주 놓인다. 수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은 족장에게 옥수수를 받으러 갈 때도 우르르 모두 다 몰려가서 줄을 선다. 가우수가 “가족들 수를 세서 대표로 한 명이 가서 받아오면 되지 않냐”라고 말해도 이 세계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한다. 동물이나 물건을 셀 때도 숫자가 없으니 돌멩이나 셈 막대기를 이용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계산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족장과 원로들은 수와 계산법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자신들 멋대로 땅과 물건을 소유하고 막대한 부를 독점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가우수는 숫자가 주는 자유와 힘, 수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배움은 호기심이 있고 동기 부여가 될 때 일어난다. 무작정 ‘수학을 잘해야 한다’, ‘계산을 잘 해야지’라고 말하기보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와 함께 숫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이 책은 인도에서 발명된 숫자가 어떻게 우리나라로까지 전해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면서, 아이들이 수와 친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7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그림 만만한책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