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 주민 30여명이 17일 서울 관악구청사 앞에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를 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1만 여명의 서명을 구청쪽에 전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엄마와 아이들이 갈 곳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선은 미세먼지로 바깥 활동이 어렵고요. ‘맘충’ ‘노키즈존’ 등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공공
시설에서 일어서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서명에 동참한 1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저와 같은 의견입니다. 마더센터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금의 엄마, 청년, 마을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1만 명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간곡히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마더센터 꼭 만들어주세요.”
부모와 아이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인 ‘마더 센터’를 지방자치단체에 조례로서 설치해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며 1만 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아낸 주민들이 있다. 바로 서울 관악구 주민들이다. 관악주민 서지영씨도 서명자 중 한 명으로 이날 발언을 했다.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추진본부’ 소속 주민 30여 명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청사 앞에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촉구 기자 회견’을 열고 1만 여명에 가까운 주민 서명을 구청쪽에 전달했다.
독일 마더센터의 모델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다양한 한국형 마더센터 실험중이다. (한국형 마더센터에 대한 베이비트리 기사 링크: https://goo.gl/fvDXJm) 춘천여성협동조합에서 운영한 마더센터를 시작으로 서울 마포 소금꽃마을 마더센터, 서울 관악구의 ‘행복마을 마더센터’ 들이 그것이다. 이번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 운동의 중심에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 관악구 ‘행복마을 마더센터’를 운영한 김한영 센터장과 행복마을 마더센터를 이용한 주민들이 있다. 김한영 행복마을 마더센터장은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여성공약 1호가 마더센터를 은행지점처럼 많이 만들겠다고 하는 등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여성 관련 공약을 내놓지만 결국 지키지 않는다”며 “이번 관악구 조례 서명은 독박 육아를 하는 여성들과 주민들이 정치인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만들었다. 관악구청장과 관악구의회에서 신속하게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 관악구청 공무원들이 서명서를 받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지방자치법에서는‘조례 제정·개폐청구권’을 주민 정치 참여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다.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이란, 일정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해당 지자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지방자치법 제15조제1항)를 말한다. 지자체는 조례 제정·개폐권 청구 가능한 연서 수를 정해야 하는데, 시·도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는 주민 총수의 1/100 이상, 1/70이하 범위 안에서, 시·군·자치구에서는 주민 총수의 1/50 이상, 1/20 이하의 범위에서 정해야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법에 근거해 조례 제정 청구 가능한 주민연서 수를 8940명으로 정했는데, 관악구 주민들은 17일 현재까지 9215명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악구청은 이들이 제출한 서명 등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 심사를 거쳐 청구인 수가 충족되면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 주민들의 조례안을 올릴 예정이다. 조례규칙심의위의 검토를 거친 뒤에는 구의회로 넘겨져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전국에서 최초로 서울시 관악구에 조례로서 마더센터가 설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