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
폐질환 땐 사업자 배상 책임
정부, 피해자 지원 뒤 구상권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성 질환’으로 공식 지정된다.
환경부는 23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의 종류에 추가하는 내용의 환경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시행규칙 개정은 관련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업계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환경보건법상 심의기구인 환경보건위원회가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하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지난해 말에도 한차례 논의됐으나 환경보건위원회가 환경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무산된 바 있다.
환경보건법은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환경 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사업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질환의 유해인자가 특정된 환경성 질환이 지정된 것은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다른 환경성 질환들은 ‘수질오염 물질로 인한 질환’ ‘대기오염 물질과 관련된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환경오염 사고로 인한 건강장해’ 등 포괄적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의료비 등을 정부 예산으로 신속하게 지원한 뒤 제조·유통 기업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와 별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의료 지원을 위해 환경보건센터를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업체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환경부는 정부 예산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중 피해자 대표들과 실무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협의하고, 2월 중 이 계획을 고시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조율을 거쳤기 때문에 입법예고가 끝나는 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되면 피해자들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때 다소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