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병률, ‘독감 주의보’ 발령 기준의 5배
B형 유행하는 가운데 ‘신종 플루’도 다시 퍼져
늦겨울 독감이 기승이다. 낮기온이 7~8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포근한 날씨인데도, 독감 의심 환자 발병률이 올겨울 들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16일 질병관리본부 집계를 보면, 지난주 독감 발병률은 62.7명이다. 외래환자 1000명당 63명 정도가 독감 의심 환자라는 얘기다. 독감주의보 발령 기준(1000명당 12.1명)의 5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만 해도 독감 발병률은 15.3명에 그쳤다.
지금 유행하는 독감은 비(B)형 인플루엔자이지만, 2009년 이른바 ‘신종플루’란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에이(A)형 인플루엔자(H1N1)도 다시 등장해 퍼지고 있다. 비형은 아이들에게 더 잘 감염되며, 에이형은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으켜 노인과 유아에 특히 위험하다. 다만, 이들 독감은 증상이 비슷해 일반적인 진단만으론 구분이 어려워 무턱대고 에이형 치료제인 타미플루부터 처방하고 보는 병원도 느는 추세다.
뇌수막염, 장염, 초기 감기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은평구의 ㅇ내과의 이아무개 원장은 “감기에 걸렸다고 찾아온 일부 환자의 경우 두통이나 목 뒤 통증,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심해 성인 뇌수막염이나 장염 등의 증상과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놔야 해서 치료·처방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아무개(40)씨는 “병원에서 감기약 처방을 해줬는데 고열과 두통이 멈추지 않아 이틀 뒤 다시 갔더니 독감 처방을 해줬다. 두번 고생을 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독감 유행으로 어린아이를 둔 직장인, 맞벌이 부부의 시름이 깊다. 한 유통대기업 직원 이아무개(38)씨는 “같은 팀 동료 10명 중 4명이 독감 환자여서, 내가 8개월 된 아이한테 옮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