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자맹 쇼 지음, 염명순 옮김
여유당·1만2000원
하필 꿀벌이 아기 곰 앞으로 날아갔다. 꿀벌이 가는 곳엔 꿀이 있으니, 아기 곰은 입맛을 다시며 꿀벌을 쫓아갔다. 아빠 곰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기 곰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허겁지겁 아빠 곰은 아기 곰을 찾아 나섰다. 뛰다 보니 숲을 벗어났다. 어느새 사람과 차와 매연이 가득한 도시 한복판이다.
세로로 긴 형태의 큼직한 그림책에는 키 큰 나무가 가득한 숲 속, 차와 사람으로 복잡한 숲 아래 도시, 우아한 오페라극장, 바쁘게 돌아가는 무대 뒤의 모습 등이 자세하고도 시원시원하게 펼쳐진다. 드넓은 공간을 누비며 아빠 곰은 자그마한 아기 곰을 찾아 헤맨다. 오페라극장에 갑자기 나타난 곰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사람들 틈에서 저기, 아기 곰이 손을 내밀고 있다.
복잡한 그림 속에서 두 마리 곰을 찾는 일은, 정교한 일러스트 속에서 주인공 ‘윌리’를 찾으라던 그림책 <윌리를 찾아라>를 떠오르게 한다. 곰 찾기에 골몰하다가 고개를 조금 들어 펜으로 그린 세밀화를 들여다보면 아래부터 위까지, 중앙부터 구석까지 모든 등장인물의 표정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2012년 프랑스 정부가 그 전해에 태어난 아기에게 선물할 만한 그림책으로 선정하는 ‘처음 만난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응용미술과 장식미술을 공부한 프랑스 작가 벵자맹 쇼의 작품이다. 3살부터.
임지선 기자, 그림 여유당 제공